호텔·레저·유통을 아우르는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환대 서비스)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그린 '호텔 신세계'의 청사진이 드러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호텔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을 낳는 실적 악순환의 고리부터 끊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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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호텔' 헤리티지 확장 나선 신세계━
지난 5월 오픈을 앞둔 부산과 제주의 특급호텔 브랜드인 그랜드 조선을 론칭한 지 4개월 만에 조선 팰리스와 그래비티란 최상급 럭셔리 브랜드를 추가 발표했다. 핵심은 국내 최고(古) 특급호텔인 조선호텔의 헤리티지(유산) 계승이다. 100년이 넘는 전통에 글로벌 기준을 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또 서울 명동에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제휴한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명동' 호텔도 10월에 선보인다. 이에 따라 신세계조선호텔은 기존 웨스틴조선호텔 서울과 부산·레스케이프·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역에 더해 총 9개의 국내 특급호텔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다. 앞서 2017년 레스케이프를 오픈하며 5년 내 5개의 호텔을 오픈하겠다고 공언한 계획을 지키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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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호텔' 자신감과 실리의 조화━
실제 신세계조선호텔은 레스케이프 오픈 이후 독자적인 브랜드 네이밍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그랜드 조선과 조선 팰리스도 각각 지난해 3, 4월 일찌감치 특허 등록을 마친 상표다. 당초 리뉴얼을 검토한 웨스틴조선호텔 부산의 이름으로 조선 팰리스가 쓰일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 등 신세계조선호텔은 다각적으로 브랜드 활용을 검토해왔다.
2017년 야심차게 내놓았지만 다소 부침을 겪는 레스케이프에 대한 반면교사로 볼 수도 있다. 글로벌 호텔체인으로 연착륙하기 위해 독자노선만 고집하기보단 입지와 특성에 맞게 글로벌 호텔체인과의 제휴가 실리적으로 낫다는 판단에서다. 콧대 높은 메리어트가 최상위 브랜드에 독자 브랜드를 혼용하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만큼 오히려 긍정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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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사업 지지와 실적의 딜레마━
예기치 않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이처럼 신세계조선호텔이 날개를 펼치는 데는 유통에서 호텔까지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친 사업을 구상하는 정 부회장의 지지가 있다. 레스케이프 오픈에서부터 공을 들인 정 부회장은 지난해 4조6000억원을 투입해 테마파크와 호텔, 쇼핑몰 등으로 이뤄진 화성 국제테마파크 사업에 투자를 결정하는 등 호스피탈리티 산업에 대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취임한 한채양 신세계조선호텔 대표에 대한 인선도 이 같은 호텔사업 확장의 연장선이란 분석이다. 한 대표는 기존 신세계조선호텔 대표와 달리 신세계그룹 전략실 출신이란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정 부회장 개인적으로도 최근 조선팰리스 신축 현장을 암시하는 피드를 올리는 등 SNS 인싸(무리에 섞여 잘 노는 사람) 파워를 이용한 적잖은 마케팅 효과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신세계조선호텔의 행보가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아픈 손가락'인 레스케이프의 부진과 코로나19 악재에 실적이 악화일로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해에만 1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최근 5년 간 내리 적자다. 올해도 1, 2분기 각각 148억원과 180억원의 적자를 기록, 모회사인 이마트로부터 999억원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신용등급에도 빨간불이 켜지며 자체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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