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그린뉴딜과 석유산업의 역할

머니투데이 성원모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 2020.09.16 05:20
코로나19(COVID-19)로 석유사업의 수익이 감소한 반면 기후 변화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석유메이저 위주로 신재생 에너지 투자 확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쉘, 토탈 등 유럽 석유 메이저들은 2050년까지 '순탄소배출 제로(Net-zero)' 실현을 선언했다.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 정책에도 태양광, 풍력 등을 확대하는 '그린 뉴딜'이 중심에 있다. 국내외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에너지 전환 움직임 확대는 미래 세대를 위해 지향해야 하는 목표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은 생산, 수송, 변환, 저장,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과 인프라 시설의 변혁을 요구한다. 따라서 에너지 안보, 경제성, 친환경성을 고려한 최적의 에너지 믹스로 점차적 전환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석유 사용량이 2040년까지 증가하여 일 평균 1억600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고 코로나19 발생 후에도 전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는 석유 대체 에너지 비중이 단시간에 증가할 수 없음에 근거한다. IEA는 현재 약 10%인 신재생과 바이오 에너지 비중이 2040년 17%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한다. 우드맥킨지의 코로나19 이후 에너지전환을 가장 급격하게 예측한 시나리오에서도 석유 수요는 2030년 이후에야 매년 2~3%씩 감소하는 단계로 들어선다. 이러한 여건에서 현실적으로 우리의 목표는 석유 사용의 증가세를 멈추는 것이지 석유 사용을 급격하게 멈추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중국이고 다음은 미국이다. IEA에 따르면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에도 증가한 반면 미국은 전년대비 약 3% 감소했다. 미국의 산유량이 2018년에 비해 10% 이상 증가했음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들었는데, 셰일오일·가스 생산의 증가가 석탄 소비를 대체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 우선 석탄 사용을 줄여야 하고, 에너지 효율의 진보도 필요하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한 CO2를 포집·저장하는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사업 확대도 유용한 기후변화 대응책이 될 것이다. 석유 메이저들이 추구하는 순탄소배출 제로 목표는 탄소의 절대량을 '0'으로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다. 배출하는 양만큼 탄소를 흡수하는 사업을 확대해 '순배출'을 '0'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석유 탐사, 개발, 생산, 석유정제를 주요사업으로 이어가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탄소배출을 상쇄하여 에너지 전환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기후 온난화의 해결이 석유 시대의 종식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이다.석탄이 20세기 석유로 대체되기까지 100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이후 석유는 문명의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석유의 사용은 점진적으로 줄여가야 하겠지만 적어도 한 세대 기간 동안은 주요 에너지원 역할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는 주기적으로 그랬던 것처럼 고유가와 저유가의 파고를 몇 차례 더 맞게 될 것이다. 그 변동성은 석유 수입국인 우리나라의 경제·산업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목 중 하나는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이며, 정유 등 석유 하류부문 산업은 국내총생산(GDP), 고용 등 국가경제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이들을 고려할 때 에너지 전환과 더불어 석유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와 석유개발 역량에 힘써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에너지 전환이라는 꿈을 품어야 하지만, 그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 이 땅에 석유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냉철한 현실 인식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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