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침→한국 독감? 이번엔 다르다, 증시 떠받친 2가지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 2020.09.15 08:19

[개장전]

/그래픽=임종철 디자인 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 기자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

그동안 한국 증시가 미국 증시의 변동성에 따라 민감하게 변화했던 양상을 비유한 말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다르다. 미국 증시의 조정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한국 증시는 견조한 모습을 유지한다. 미국보다 빠른 펀더멘털(기초체력) 회복 속도와 개미(개인 투자자)이 이끄는 유동성 장세가 한국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미국 증시는 일제히 반등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27.69포인트(1.18%) 오른 2만7993.33으로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42.57포인트(1.27%) 상승한 3383.54,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03.11포인트(1.87%) 오른 1만1056.65를 각각 기록했다.

그동안 조정폭이 컸던 대형 기술주들에 대한 반발 매수세와 대형 M&A(인수합병) 소식 등이 반등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12.58% 급등했고 애플도 3% 반등했다.

엔비디아는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400억달러(47조원)에 인수한다는 소식이 주말에 전해지며 이날 5.82% 급등했다. 오라클은 세계적인 숏폼(짧은 동영상 서비스) 어플인 틱톡의 인수 우선 협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4.32% 올랐다.

하지만 이날 미국 증시의 반등은 개별 기업 이슈에 기댄 측면이 적잖다. 최근 조정에 따른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오른 기술적 반등 성격일 가능성도 있다. 증권가에서는 아직 조정국면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그동안 증시를 이끌었던 유동성 강도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조정을 받은 대형 기술주들의 상승 강도 역시 이전만큼 강하지 않을 거란 전망도 상당하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나스닥 100에 포함된 대형 IT 기업들의 변동성 지수(VXN)와 S&P 500 변동성 지수(VIX)의 갭은 여전히 평균 이상을 상회 중"이라며 "높은 밸류에이션(기초체력 대비 주가 수준)을 정당화 시켜주는 재료 중 하나였던 정책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최근 한국 증시는 미국 증시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과거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는 속설은 최근 장세만큼은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1주일(8~14일) 나스닥 지수가 2.3% 하락한 사이 코스피 지수는 2.7% 올랐다. 미국이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조정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은 삼성전자의 연이은 호재로 주가가 급등한 영향이 컸다.

미국과 한국 증시 간 디커플링이 단순히 일회성 이슈때문이 아닌 펀더멘털과 개인 유동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 지수 구성 종목들의 12개월 전망 EPS(주당순이익)은 전년 대비 36.7% 늘어난 반면 미국은 13.4%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업황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가 올해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아시아 대표 교역항인 서부 주요 항구의 컨테이너 물동량 지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지난해 낮은 기저 효과와 더불어 당분간 한국의 수출 사이클과 관련해 긍정적인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만드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한국 증시에서 일명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 주식투자 열풍으로 인해 유동성은 더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 투자 예탁금은 약 56조원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증시가 조정 받을수록 개인이 매수로 대응할 수 있는 '실탄'은 충분하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매수주체가 된 개인의 직접투자 확대와 함께 채권, 대체투자 자금의 주식 이동도 관심"이라며 "최근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자산배분에 고민이 생기는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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