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상임의장은 이날 미홀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통화한 뒤 트위터에 "영국의 EU 탈퇴 협정은 완전히 이행돼야 한다"면서 "이제 영국이 책임을 져야 할 때"라고 했다. 또 "영국의 서명에 대한 국제적 신뢰성이 위태롭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영국 정부는 지난해 체결한 EU 탈퇴 협정 일부를 무력화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국내시장법'(The internal market bill)을 발의해 EU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EU는 영국에 3주 내 법안을 폐기하라고 요구했으나 영국은 거부했다. EU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서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영국이 1월 31일 EU를 탈퇴함에 따라 양측이 무역 협정을 포함한 관계에 대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영국이 국내시장법 입법을 강행하면 협상 결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전날 '국내시장법'은 영국의 통합성을 보호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면서 "우리가 (미래관계 협상에서) EU의 조건에 동의하지 않으면 EU가 북아일랜드 협약에 관한 극단적인 해석을 통해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있는) 아일랜드해에 교역 국경을 세우려 한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EU 측 협상 수석대표 미셸 바르니에는 13일 트위터에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에 관한 협약은 영국의 통합성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아일랜드의 평화와 안정을 보호하기 위해 EU는 존슨 총리, 영국 정부와 이 같은 타협안에 합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 메이어, 토니 블레어 등 정치적 성향을 달리하는 영국 전직 총리들도 존슨 총리를 비판했다. 두 전 총리는 이날 선데이타임스 공동 기고글에서 존슨 총리가 추진하는 국내시장법이 가히 "충격적"이라며"EU와의 협상을 더욱 어렵게 할 뿐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와의 무역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신뢰가 깨지면 불신이 만연해진다"고 우려했다.
존슨 총리 전임자인 테리사 메이 전 총리도 국제사회가 어떻게 영국을 신뢰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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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일랜드-영국' 이 관건 ━
존슨 총리의 이번 법안은 영국 땅이지만 EU 단일시장에 남기로 한 북아일랜드를 징검다리 삼아 경제적 충격을 줄여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법안에 따르면 북아일랜드 물품이 영국 나머지 지역으로 들어올 때 통관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고, 내년 1월 1일부터 발효되는 탈퇴 협정의 상품이동에 관한 사항들을 영국 각료들이 수정하거나 불복할 수 있고, 정부가 기업에 내주는 국가보조금에 대한 기존 합의사항 또한 뒤집을 권리가 있다.
'브렉시트 전환기간’이 끝나도 북아일랜드산 물품에 관세를 매기지 않을 것이며 EU법에 맞지 않는 기업 보조금 지원도 영국이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아일랜드는 영국 땅이지만 아일랜드와 맞닿아 검문과 통관 등 ‘국경 문제’가 이슈였다. EU 안에 있을 때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에 검문소나 장벽 같은 물리적인 분리장치가 없었다. 역사적으로도 두 지역 주민들은 같은 생활권이었고 자유롭게 오갔다.
EU와 영국은 브렉시트 뒤에도 물리적으로 분리된 ‘하드 보더’를 설치하지 않기로는 합의했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 북아일랜드의 지위는 탈퇴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다. 영국이 북아일랜드가 관세동맹에 남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올 초 협상이 타결됐다.
탈퇴협정에 따르면 북아일랜드는 EU의 관세체계를 따른다. 북아일랜드 물품이 영국 나머지 지역으로 나갈 때는 통관절차를 밟아야 하고 영국 상품이 북아일랜드로 갈 때도 관세가 붙는다.
반면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에는 계속해서 통관절차를 두지 않기로 했다. 양측은 이런 내용으로 ‘북아일랜드 의정서’를 만들고 그 외 관세와 상품 기준에 대해 협상하던 중이었다. 올 연말까지 별도 합의가 없고 자유무역협정(FTA)도 체결되지 않으면 의정서는 법적 효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이번 '국내시장법'이 영국 정부 각료들이 일방적으로 수출신고의무나 통관절차를 바꾸거나 없앨 수 있게 한 것이다. 존슨 총리는 “영국,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시장의 통합”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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