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달 선보인 신혼가전 광고 캠페인이다. '이제는 가전을 나답게'라는 삼성전자 가전제품의 통합 슬로건을 적용한 문구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뭐든 준비돼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했다. 공급자 중심의 획일적 제품이 아닌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소비자 중심의 가전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LG전자는 최근 음악, 패션 등 다양한 방면의 '인플루언서'를 섭외해 브랜드 필름을 선보이고 있다. 제품 소개 대신 다양한 국적·성별·인종의 MZ세대의 젊은이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삶을 향유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MZ세대와 적극 소통하며 이들의 삶을 지지하는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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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나만의 취향' 맞춤형 가전 소구━
MZ세대는 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 출생한 'Z세대'를 말한다. 연령대로는 41세 이하다. 사회에서 소수의 젊은 세대를 일컫는 말 같지만 실제론 비중이 꽤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MZ세대의 인구 비중은 33.7%이며, 기업 내에선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다수'다.
가전업계가 말하는 MZ세대의 개념은 더 넓다. 연령과 관계없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며 '나'의 경험과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이들을 통칭한다. 가전업계가 MZ세대를 본격적으로 소구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공급자 마인드가 아닌 소비자와의 교감을 전면으로 내세운 맞춤형 생활가전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담은 가전 철학 '프로젝트 프리즘'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2만2000개 조합이 가능한 비스포크 냉장고를 출시했을 때 업계는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비스포크는 정체된 국내 냉장고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고, 올 상반기 누계 전년 동기 대비 30% 성장을 이루며 사업성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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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쪼개고, 새로운 고객 창출하고…━
삼성전자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의 라이프스타일 TV가 대표적이다. 최근 9년 만에 프로젝터를 다시 선보였다. 지난해 기준 국내 프로젝터 시장이 연 2만대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니치마켓이지만, '집콕' 트렌드 확산에 따라 홈시네마를 꾸미고 싶은 이들을 공략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QLED TV(퀀텀닷 필름을 이용한 TV) 등 주력 TV 라인업 외에 더 세리프, 더 프레임, 더 세로 등 라이프스타이 TV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지난 5월 코로나19 국면에도 북미에서 야외용 '더테라스'를 론칭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비어큐브, 뷰티큐브 등 초소형 냉장고와 슈드레서 등 소비자 맞춤형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LG전자 역시 니치마켓을 공략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2018년 국내 최초의 소비자 맞춤형 가전 '오브제'를 선보였으며, 수제맥주 제조기 '홈브루', 식물재배기 등 세분화된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제품을 내놨다. 'LG 시그니처'는 상위 1%를 노리는 초프리미엄 라인업이다. 48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역시 대량생산보다는 게이밍 등 취미를 지닌 특수한 고객층을 겨냥해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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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야 산다…中 따돌리고 1등 유지하려면━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객 니즈를 세분화해서 파고들지 않으면 범용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트렌드를 따라가는 측면도 있지만 1등을 지키려면 필수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의 뛰어난 기술력과 SCM(공급망관리)도 이러한 다양한 '취향가전'을 가능케 한 토양이란 평가다. 매스 시장에서 입증받은 제품력과 사업성을 토대로 다양한 니치마켓 실험이 가능하단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가 당장의 구매력은 낮을지 몰라도 결국 이들이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이들 위주로 신제품 방향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한국 가전업체가 전세계를 선도하는 것도 시대의 흐름을 읽고 끊임없이 변화해왔기 때문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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