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숙주된 韓 게임업계, 시장 '쥐락펴락'

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 2020.09.12 11:00

게임업체 지분 사들이며 경영 간섭…中 시장 우월적 지위로 영향력 행사

텐센트 로고 - 회사 홈피 갈무리
텐센트가 한국 게임산업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주요 게임업체의 지분을 사들이거나, 판매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국내 시장에 파고들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과거 자국에서 한국 게임판매에 의존해 성장하던 텐센트는 이제는 국내 기업들의 중국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큰 손이 됐다.


넥슨 인수전 키잡이 역할…카카오와 사업 포트폴리오 닮은 꼴


지난해 넥슨 인수전은 텐센트의 존재감이 증명된 대표적 사례다. 당시 텐센트는 인수전 도중 발을 뺐지만 업계는 텐센트만 바라봤다. 인수전에 참여한 카카오와 넷마블의 3대 주주였기 때문이다. 양사 모두에 영향력이 있는 만큼 텐센트의 입김이 인수전에 중요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업계에선 텐센트가 넥슨의 해외 매각을 반대하는 국내 여론을 의식해 카카오와 넷마블을 앞세웠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텐센트는 본입찰에 나서지 않았지만 인수자금이 부족한 카카오와 넷마블의 '자금줄'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제 텐센트는 본입찰에 앞서 카카오, 넷마블과 접촉하며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나 넷마블 중 어느쪽이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텐센트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셈이다. 결국 넥슨 매각은 불발됐지만 인수전 내내 '키맨'은 텐센트였다.

텐센트는 크래프톤(블루홀)의 경영 전반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텐센트는 크래프톤 2대주주로, 지난해 11월부터 샤오이마 텐센트게임즈 부사장이 크래프톤의 등기이사로 등재돼 현재 경영 자문을 맡고 있다.

양사 간 관계는 '배틀그라운드(배그) 모바일'에서 잘 드러난다. 텐센트는 중국에서 '배그 모바일'이 판호(사업 라이선스)를 받지 못하자 지난해 4월 서비스를 종료하고 바로 카피작 ‘화평정영(和平精英)’을 내놨다. 텐센트는 이용자가 기존 '배그 모바일'을 업데이트하면 화평정영으로 바뀌도록 해놨고 이용자 정보도 그대로 옮겼다. 같은 게임이라도 봐도 무방했다. 업계에선 텐센트가 크래프톤을 버리고 배그 IP만 취해 수익을 올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 업체 관계자들은 텐센트가 크래프톤의 2대 주주여서 가능한 일이라고 봤다. 크래프톤이 텐센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어 일방적인 결정을 따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텐센트는 카카오의 사업 포트폴리오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텐센트가 카카오에 지분을 투자하며 카카오와 사업 전략을 공유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실제로 양사는 위챗,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를 기반으로 페이, 뱅크 등 금융업으로 진출했다. 메신저는 카카오가 먼저 시작했지만 금융 쪽은 텐센트가 먼저 발을 들였다. 향후 방향도 비슷하다. 최근 텐센트는 5세대(5G) 시대에 발맞춰 주력 사업을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첨단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카카오도 지난해 AI 기반 플랫폼과 솔루션을 개발하는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설립하고 올해 첫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을 밝히는 등 텐센트와 닮은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판 배그 모바일 '화평정영'


中 시장 확대 위해 텐센트와 협력 필수…"일방적 방침 강요해도 따를수 밖에"


국내업체들이 경영 간섭을 감수하면서 텐센트의 손을 잡는 이유는 명확하다. 텐센트가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에서 막강한 유통망을 보유해서다. 한국 게임을 중국에 유통하기 위해선 현지 회사를 운영사로 두는 게 필수다. 때문에 중국 내 최대 게임 유통망을 지닌 텐센트와 판매 계약을 하거나, 지분 관계를 맺는 게 최상의 카드다. 계약 관계인 넥슨이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로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지분 관계인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화평정영)로 로열티를 받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텐센트의 영향력 확대에 따른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 텐센트와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업체들은 텐센트 진영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이 큰 부담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텐센트가 자기 진영의 게임들을 적극 지원하는 자체가 위협이라는 것이다. 협력관계에 있더라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중국 판호가 막혀 텐센트에 대한 의존도가 커졌기 때문에 눈치를 보는 것이다. 중국 판호의 경우 퍼블리셔가 바뀌면 재발급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 중국 정부가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를 허가하지 않아 텐센트 외엔 선택지가 없다.

이같은 우월한 지위를 앞세워 텐센트가 일방적인 퍼블리싱 정책을 펼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사 방침에 한국 개발사들이 무조건 따르길 강요하는데다, 과도한 수정을 요구하는 경우가 잦아 중도 하차하는 사례도 빈번하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관계를 맺고 투자받는 기업들이 많아지는 만큼 텐센트의 장악력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중국이 2017년 한한령(限韓令) 이후 한국 게임 판호를 발급하지 않으면서 텐센트의 역할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텐센트 역시 중국 정부의 판호를 기다리는 상황에 이미 판호를 받아 시장에 진출한 업체들 외엔 득볼 게 없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 게임 신작은 4년째 중국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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