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6천억…가족 몰래 주식 산 삼촌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김영상 기자 | 2020.09.12 16:46

[MT리포트]대폭락 후 6개월①-'룰 체인저' 동학개미

편집자주 | 2020년은 한국증시에 기록이 쏟아지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10년 저점을 깨고 내려갔던 코스피와 코스닥은 역대 최대폭으로 반등했고 주식투자 인구와 자금, 거래규모 등 곳곳에서 기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COVID-19)발 급락장 이후 6개월만에 생긴 변화다. 주목할 것은 증시흐름을 주도하는 주체가 ‘기관과 외국인’에서 ‘개인’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새로운 룰 체인저의 등장이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지난 3월19일 장중 1439.43(종가는 1457.64)로 연저점을 찍은 후 반등하기 시작해 8월13일 장중 2458.17(종가 2437.53)의 연고점을 썼다. 불과 5개월만에 1000포인트 넘게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스닥의 연고점 행진은 아직 진행형이다. 3월 폭락장에서 419.55(장중)을 기록한 코스닥지수는 이달 11일 888.44(종가)로 2배 넘게 올랐다. 44포인트만 오르면 2018년 기록한 932.01(장중)의 사상최고가를 넘어선다.

증시반등은 세계 각국에서 함께 나타난 현상이지만, 최근 한국증시를 재평가하려는 시각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어 주목된다. 가장 큰 변화는 체질변화다.
그동안 한국증시를 주도하는 세력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였다.

이들이 팔면 개인에게 매도물량 떠넘긴다는 말이 나왔는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 매수자금이 끊임없이 증시로 유입되다 보니 외국인이나 기관들이 팔아도 시장은 꿈쩍 않는다.



6개월간 주식시장 들어온 개인자금만 70조원




업계에 따르면 3월부터 이달초까지 증시로 유입된 개인투자자 자금은 7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2월말 투자자예탁금(주식을 사기위해 증권사에 들어와있는 대기자금)은 31조2112억원이었는데, 9월10일에는 57조4021억원으로 26조1909억원이 늘었다.

여기에 개인투자자들이 실제 주식시장에서 순매수한 43조3670억원을 더하면 69조5579억원이다. 선물옵션 자금까지 더하면 80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한달에 12조원, 하루 평균 6000억원(20영업일)이 넘는 매수자금이 들어온 셈이다.

홍콩에서 근무하는 외국계 자산운용사 A펀드매니저는 동학개미들 때문에 낭패를 봤다고 털어놨다.

그는 “3월 코로나 팬데믹 이후 7월까지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대표주를 계속 처분했다”며 “홍콩의 운용사 대부분 현금확보를 위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주식을 처분하는 중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우리가 주식을 팔면 주가가 하락해 더 낮은 가격에 살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며 “팔면 팔수록 주가가 올라 재매수 타이밍을 잡지 못했고 결국 7월 중순 본격적인 매수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펀드매니저는 “한국에서 15년 이상 근무했지만 이런 국면은 처음”이라며 “펀드에서 수익을 내긴 했지만 개인보다 수익률이 낮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2030 주식투자 원년. 개미가 바꾼 증시지형도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특히 올해는 2030 세대가 본격적으로 주식 직접투자에 뛰어든 원년이라는 평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주식 활동거래 계좌는 3321만6263개를 기록했다. 올해 초(2936만2933개)에 비해 13%가량 늘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증시가 폭락했던 3월에는 85만개 이상 증가했다. KB증권에서 올해(8월 말 기준) 신규계좌를 분석한 결과 20대가 3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뒤는 30대(24%), 40대(21%), 50대(13%) 순이었다. 국내주식 약정금액(매수+매도 금액) 비중을 보면 50대(36%)와 40대(26%)가 가장 많았다.

이처럼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하루 10조원 안팎이던 거래대금 역시 최근에는 30조원을 넘기도 했다. 3~4월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종목 1~3위는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가 차지했다. 투자자들이 증시 회복 단계에서 우량주들이 안정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고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5월 이후에는 NAVER, 카카오, 셀트리온헬스케어, LG화학 등 성장주로 꼽히는 종목이 상위권으로 들어왔다. 개인투자자가 끌어올린 주가 덕에 시가총액 순위지도가 바뀌기도 했다. 다만 올해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주가 회복 속도가 느려 아직 코스피보다 못한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직접투자 늘면서 펀드시장 사막화 진행



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연장 등 개인투자자를 위한 규제를 내놓은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피 시장 거래대금은 1171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618조3000억원)보다 89.5% 늘었고 코스닥은 110% 급증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직접 사고파는 사례가 늘어나며 펀드의 입지는 갈수록 줄고 있다. 큰손들의 전유물이었던 사모펀드는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들의 일탈로 환매가 잇따르고 공모펀드는 시장을 따라잡지 못하는 수익률에 실망한 고객이탈이 심각한 수준이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가 주식시장 세제 개편, 뉴딜펀드 조성 등을 통해 유동성을 주식시장으로 유입시키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 계속 관심을 갖는 상황이라 앞으로도 거래대금이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며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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