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 공급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하는 공공재개발 관련 도시재생이 복병으로 등장했다. 대상이 된 뉴타운 해제지역 등의 경우 워낙 낙후된 터라 도시재생사업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기존 도시재생사업을 뒤엎고 공공재개발을 추진할 수 있느냐는 점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도시재생에 재개발도 포함되기 때문에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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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된 공공재개발 공모… 도시재생사업지, 공공재개발 사업 대상 포함 여부 미정탓━
10일 국토교통부, 서울시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번 주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선정을 위한 공모를 시작할 계획이었는데 공모 개시 시점이 다음 주쯤으로 미뤄지게 됐다. 국토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연기 이유는 '관계기관 협의 및 내부 검토 필요'다.
여기서 필요하다는 협의와 내부 검토는 도시재생사업에 관한 건이다. 8·4대책에서 정부는 공공재개발 대상지를 기존 정비사업구역뿐 아니라 뉴타운 해제 지역까지 포함시켰다. 그런데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동 등의 경우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포함돼 하수관 정비 등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도시재생활성화지역에서는 원칙적으로 공공재개발사업 같은 도시재생 인정사업을 시행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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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반발 "도시재생으로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 효과 미미, 공공재개발 추진 원해"━
하지만 이 같은 서울시 시각이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도시재생사업만으로는 열악한 주거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어서다. 게다가 주변 다른 재개발 지역은 아파트로 개발되고 주거환경이 좋아진 데다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큰 이익을 얻은 반면 뉴타운 해제 지역 등 주민들은 그렇지 못하면서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끼고 있다.
김신겸 창신동 공공재개발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주민들은 심하게 낙후된 지역의 개선을 위해 공공재개발을 원하는데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묶여 있다는 이유로 재개발이 계속 불가능하다면 이 기준이 타당한 것이냐, 오히려 역차별당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도시재생은 주민들 대다수가 원해서 한 것이 아니지만 공공재개발은 벌써 600여명의 주민들이 찬성한다는 서명을 보냈다"며 "골목길이 너무 좁고 정화조마저 없는 집도 있는데, 이런 주거환경은 재개발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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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재개발도 도시재생의 일부, 주민 뜻에 따라야"… 국토부, 서울시와 협의 계획━
전문가들은 도시재생과 재개발을 대치되는 것이 아닌 함께 가는 개념이기에 공무원들이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타운 해제지역 중 도시재생사업이 이뤄진 곳들이 많은데, 주민들의 뜻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백준 J&K 도시정비 대표는 "원래 도시재생법에 보면 도시재생사업 범주 안에 재개발 정비사업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도시재생과 재개발 사업을 대립시키지 않고 포괄적으로 볼 수 있다"며 "사업 추진 여부는 인허가청의 결단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시재생과 마찬가지로 공공재개발도 정부의 주요 시책 중 하나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그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며 "노후조건을 충족한 곳은 재개발 지정 절차가 조례로도 보장돼 있어서 주민 동의율이 60%가 넘으면 재개발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도시재생 안에 재개발 사업도 지원할 수 있어 도시재생사업을 하면 공공재개발을 못 한다는 법은 없다"며 "서울시와 협의해 공공재개발 사업 후보지 선정 기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당초 5·6 공급대책에서 공공재개발 후보지를 1~2곳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시행자 지정 기준 500가구, 2022년까지 2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이후 서울 강북지역 위주로 수요가 많아지면서 3~4곳으로 선정 후보지 수를 늘렸다. 연내 시범사업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동작구 흑석2구역, 성북구 성북1구역, 영등포구 양평14구역 등 3곳이 공식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고 20여곳에서 사업 추진을 문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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