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전 의원의 사례는 국회의 퇴직공직자 취업심사가 국민의 눈높이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삼스러운 결과도 아니다. 국회가 국회의원 등 퇴직공직자의 취업심사를 시작한 1993년 이후 취업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이들은 단 2명에 불과했다. 유명무실,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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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를 놓으니 취업시장이 열렸다━
국회의원 채용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LG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출신의 장석춘 전 의원과 김규환 전 의원은 각각 LG전자 자문을 맡았다. 최명길 전 국민의당 의원도 LG화학 경영자문으로 간다. 추 전 의원까지 포함하면 4명의 전직 국회의원이 LG계열사 취업을 위한 심사를 받았다.
그 외의 전직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의 고문·자문을 맡았거나 맡을 예정이다. 이 밖에 전직 보좌관들도 KT, 쿠팡,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등에 재취업했다. 6~8월에 쿠팡 취업을 위해 심사를 받은 보좌관만 3명이다. 이들은 모두 취업심사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해충돌 여지는 여전히 남는다. 추 전 의원만 하더라도 LG유플러스와 유관한 상임위원회 활동을 했다. 정의당이 과거 피감기관에 취업한 추 전 의원에게 취업 철회를 요청한 이유다. 국회 관계자는 "법에 따라 심사를 진행했다"며 "심사 결과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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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퇴직공직자의 취업심사, 탈락이 더 어렵다━
예외조항은 있다.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제한 여부를 확인받거나 취업승인을 받으면 재취업할 수 있다. 이 때 '업무 밀접성'을 판단한다. 재정보조를 제공하는 업무, 인허가 등에 직접 관계된 업무 등에 한해서만 취업을 제한한다. 상임위원회 활동 등은 반영하지 않는다.
규정대로라면 취업심사에서 탈락하기가 더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가 요식행위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에 참석했던 위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회의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 때마다 정부부처 퇴직자 등의 취업심사를 담당하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탈락율이 낮다고 지적해왔지만 정작 국회가 자신들의 사례를 묵인해봤던 것이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올해 6~8월 151건의 취업심사를 진행해 17건을 탈락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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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치 자료를 모두 찾아봤다, 결과는 '역시나'━
그나마 2010년 이전에는 취업심사를 신청한 사례가 전무했다. 처벌조항이 없어 취업심사를 받지 않고 취업해도 문제가 없었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1993년부터 2019년까지 총 141차례의 회의를 진행했지만 취업심사 안건이 169건에 그친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는 2017년부터 규정을 바꿨다. 한 차례 경고에도 다시 취업제한기관에 취업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이다.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의 과태료 규정이 생기면서 2017년 39건, 2018년 48건, 2019년 36건 등 취업심사 건수가 늘었다.
일각에선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의 구성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총 11명이다. 이 중 4명이 전현직 국회의원이다. 여야가 각각 2명씩 임명한다. 국회의원 위원들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어 '제식구 감싸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핵심은 독립성인데, 11명 중 4명을 전현직 국회의원으로 구성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유명무실하게 제식구 감싸기 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고, 아무런 통제장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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