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불황에 '분전'하는 로드숍 원조 미샤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 2020.09.09 06:00

지난해 흑자전환한 미샤, 올 상반기 224억원 적자

국내 로드숍 브랜드 원조 미샤(MISSHA)가 '코로나 불황' 암초를 만나 분전하고 있다. 오프라인 중심 로드숍이 코로나19(COVID-19) 확산 충격에 노출된 가운데 매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세일이 계속되고 있으나 단기 매출을 위한 세일보다는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관련업계 및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전개하는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매출액이 22.2% 증가한 4222억원, 영업이익 18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2018년에 2010년 이후 처음으로 19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뒤 1년 만에 흑전에 성공했으나 올 상반기 코로나19 여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서며 224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실적 회복기에 코로나19를 만난 미샤는 3월 이후 △종합화장품 온라인몰 마이눙크닷컴 론칭 △배우 서지혜 모델 발탁 △김집사와 손잡고 배달 서비스 개시 △트렌드에 부합하는 마스크에 묻지 않는 틴트 출시 △신개념 매장 미샤플러스 론칭 등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매출 감소를 만회하고 재고를 소진하기 위한 출혈성 세일이 계속되고 있으며 사실상 '연중 세일' 체제로 접어들었다.

미샤는 5월 초 '크림의 세계' 행사를 비롯해 썸머페스티벌 1+1, 6월 미샤데이 최대 50% 할인, 7월 대한민국 동행세일 및 쿠팡 1+1 행사, 미샤 컬러데이 행사 등 거의 1년 내내 세일을 실시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지 않는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세일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지만 50~60%에 이르는 상시 세일로 과거의 저가 정책으로 회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저가 화장품 시장의 경쟁 심화로 2006~2007년 적자를 기록했던 에이블씨엔씨는 2008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는데 그 이면에는 초저가 정책의 포기가 있었다. 평균 5000원~1만원대에 불과했던 가격 포지션은 서서히 2~3만원대로 높아졌고 미샤의 매출과 수익성은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최근 무분별한 세일이 계속되면서 미샤의 베스트셀러이자 프리미엄 제품들조차 1+1이 일상화됐다. 미샤의 대표제품 '타임 레볼루션 더 퍼스트 트리트먼트 에센스'는 정가가 3만9000원이지만 미샤 공식몰에서는 20% 할인된 3만1200원에 구매 가능하다. 그런데 쿠팡에서는 같은 제품을 1+1으로 2만9940원(로켓와우회원가)에 살 수 있다. 1개당 가격이 1만4970원에 불과해 정가대비 62% 할인이 적용된 셈이다.

당장의 세일은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으나 세일의 상시화로 소비자들은 이미 50~60% 할인된 가격을 정가로 인식하게 됐다. 미샤의 브랜드 이미지도 다시 중가에서 저가 브랜드로 시장 포지셔닝 하락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단일 브랜드 로드숍의 내점객 수가 크게 줄어드는 어려운 상황에서 지난달 미샤는 기존 미샤 매장에 새로운 브랜드를 추가 입점시키는 미샤 플러스 매장을 선보이며 위기 대응에 나섰다. 미샤는 올리브영같은 멀티 화장품 브랜드숍으로 변신을 시도하며 올해 말까지 150개 미샤 플러스를 열 계획이다. 그밖에 비효율 오프라인 점포의 폐점 등 구조조정을 지속해 2018년 초 681개였던 오프라인 매장 수는 올해 1분기 기준 540개까지 줄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장기화되고 외출을 자제하면서 화장품을 소비하는 고객 경험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 과도기"라며 "경쟁 과열로 어려움에 처한 국내 화장품 기업은 단순히 세일로 재고를 밀어내는 것이 아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달라질 고객 경험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바탕으로 마케팅 전략을 다시 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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