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기소, 거짓공시와 가짜뉴스[오동희의 思見]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 2020.09.07 05:30

편집자주 |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11명의 삼성전자 전현직 임직원들을 배임, 위증,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 등 위반혐의로 지난 1일 기소했다. 오랫동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을 취재해온 입장에서 이 사건을 다시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

여러 전문가와의 통화와 분식회계 의혹을 다룬 다양한 전문가 영상들을 보던 와중에 영향력이 큰 국회의원이나 언론 등의 공통적인 오류를 발견했다.

핵심쟁점이 되고 있는 삼성물산에 대한 정의(定義)가 잘못된 것들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꿰니 그 결과도 엉뚱하게 도출된다.

삼성물산을 삼성전자의 주요주주이면서, 삼성전자의 주요주주인 삼성생명의 주요주주이라는 설명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지배하는 양수겸장의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을 억지로 합병해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려는 목적이었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의 3번째 주주에 있는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의 2대주주인 삼성물산(오른쪽, 구 에버랜드)이 같은 회사처럼 설명되고 있다. 두 회사는 다른 회사이지만 합병전 당시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주요주주이자, 삼성생명의 주요주주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두 방향에서 삼성전자를 지배하기 때문에 제일모직과 합병했다는 설명이다. /사진출처=A 의원의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화면.


'대표적인 재벌 저격수' A 국회의원의 동영상 내용이나, 그가 출연한 모 종합일간지 온라인 방송채널, 또 모 공중파 방송 앵커가 후배기자들과 진행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유튜브에서의 설명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논리는 이렇다. 삼성그룹을 지배하기 위해선 삼성전자를 가져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주요 주주인 삼성생명(이하 2014년말 기준 7.8%)과 삼성물산(4.1%)을 장악해야 한다. 특히 이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주주이기도 하지만 삼성생명의 주요주주다.(사실은 그렇지 않다.)

삼성물산에 지배력이 없는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을 가지게 되면 직접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것과 삼성생명을 통해 지배하는 두 가지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어, 무리하게 제일모직과의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어찌 보면 딱 맞아 떨어지는 주장인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이 부회장은 정말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없었을까. 그래서 그 지배력을 갖고 싶어 했던 걸까.

우선 이 부회장은 자신이 직접 보유한 0.6%의 삼성전자 주식 외에도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7.8%)이 있었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이후 제일모직→삼성물산으로 변경)가 삼성생명의 2대 주주(1대 주주 이건희 회장)이고, 이 삼성생명이 국민연금을 제외한 삼성전자의 1대주주였다. 현재도 지배구조는 같은 형태다.

또 A 의원의 주장처럼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는 내용은 합병전과 후의 삼성물산을 혼동한 듯하다. 합병 전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이 전혀 없었다. 따라서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생명 지분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하기 위해 삼성물산을 합병했다는 주장은 틀린 얘기다.

한 종합일간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삼성물산 합병 뒤 지배구조 변화 그림이다. 왼쪽 2014년말의 삼성물산 위의 지배회사에 대한 표시나 설명이 없다. 삼성물산은 '이재용→에버랜드(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의 순환출자 구조를 갖는다.'다시 말해 삼성물산 위의 정점도 이재용 부회장이라는 얘기는 빠져 있다./사진출처: 한 종합일간지의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이 부회장은 대신 순환출자를 통해 삼성물산에 지배력을 갖고 있었다. 구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삼성SDI이고 SDI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다. 이 부회장은 '에버랜드(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의 순환 지배구조 속에서 삼성물산(4.1%)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갖고 있었다.

앞선 주장들과 달리 이 부회장은 두 경우 모두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있었다. 이런 초기 사실관계가 틀어지니 없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분식을 저질렀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이다.

검찰은 이번 기소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4년 콜옵션 공시는 했지만 상세히 하지 않은 것'을 두고 '거짓공시'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전적 의미에서 거짓이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민 것'을 말한다. 그런 측면에서는 사실 관계를 왜곡하고 오도하는 유튜브 내용들이 '거짓과 가짜'라는 이름을 얻기에는 더 적확한 것 같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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