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과 럭셔리 특급호텔을 구분 짓던 그 대실을 고스란히 옮긴 것은 아니다. 코로나 사태로 오갈 곳 없어진 직장인에 초점을 맞췄다. '잠을 자야하는 장소'란 기존의 틀을 깨고 '일상 속 언제든 들르는 공간'으로 코로나 뉴노멀(새로운 표준) 준비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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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체크인해 저녁에 체크아웃한다고?━
숙박 없는 객실에 업계 안팎의 이목이 쏠렸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호텔업계에서 대실은 금기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서비스업 피라미드 최정점에 있는 만큼, 모텔과 불륜 등 첫 인상에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대실은 '어떻게 하면 더 고급지게 보일 수 있을까'를 고민해온 특급호텔에겐 논외 대상이었다. 해외와 달리 2015년 그랜드하얏트 서울 정도를 제외하면 국내 특급호텔 데이유즈 상품을 찾아볼 수 없었던 이유다.
인터컨 코엑스를 운영하는 파르나스 호텔에서도 이 같은 고민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이를 두고 비슷한 시기 홈쇼핑에 객실을 판매한 것과 함께 내부 반대 목소리도 나왔다. 당장 힘들다고 럭셔리 이미지로 먹고 사는 특급호텔의 격을 떨어뜨릴 수도 있단 우려에서다. 하지만 특급호텔 중에서도 해외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비즈니스 매출 비중이 높던 터라 코로나19 직격타를 만회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결과가 예상외로 성공적이었다. 호캉스족은 물론 재택근무 직장인이나 자녀 동반 부모가 들렀다. 눈치 보며 황급히 체크인하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영업 특성 상 외국인이 대부분이라 내국인 방문이 적었던 인터컨 입장에선 시장 확대 측면에서 호재로 작용했다. 호텔 관계자는 "학교나 학원에 못 가는 자녀와 코로나를 피해 공부도 하고 수영 등 휴식도 즐기려는 강남권 학부모들의 관심도 높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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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돼?"냐는 물음에 "이제는 돼"━
특급호텔들이 내민 묘안은 '오피스'를 자처한 '재텔(재택+호텔) 근무'다. 거리두기 2.5단계로 재택근무가 늘고 있단 점에서 집에선 업무효율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카페를 갈 수도 없는 직장인들을 노렸다. 레스케이프는 연말까지 '워크케이션(work+vacation·15만원) 패키지를, 글래드 호텔앤리조트도 서울 지역 4개 호텔에서 '호텔로 출근해(7만5000원)' 패키지를 판매한다. 목시 인사동, 쉐라톤 그랜드 인천 등도 대실 상품 운영에 나섰다.
물론 호텔마다 편차가 있지만 7~15만원대의 금액을 고려하면 일반 직장인들이 커피숍에 가듯 접근이 쉬운 가격대는 아니다. 2.5단계 거리두기로 수영장·피트니스 이용도 어렵단 약점도 생겼다. 하지만 호텔이 대실 상품에 동봉해놓은 서비스를 고려하면 업무와 코로나 블루로 스트레스에 쌓인 직장인들의 구미가 당길만 하다는 게 호텔리어들의 설명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국내 숙박 소비성향 등을 고려하면 데이유즈 상품에 대한 리스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소비·여가 패러다임이 바뀌며 특급호텔도 기존의 생존방식만으로 버티기 어려워진 만큼, 가격 경쟁력이나 숙박 서비스를 강조하는 것 외에도 데이유즈 등 상품 저변을 넓혀나가는 호텔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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