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분기 연속 적자에도 포기 못해…LG의 '아픈 손가락'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조성훈 기자 | 2020.09.05 08:00
LG전자가 자사 대표 스마트폰 브랜드 G·V 시리즈를 버리고 내놓은 전략 스마트폰 'LG 벨벳' /사진=LG전자


LG전자에게 스마트폰 만큼 '아픈 손가락'도 없을 것이다. 한때 세계 휴대폰 점유율 3위까지 오르며 세계 시장을 호령했지만 10여 년 전 불어닥친 아이폰발 스마트폰 태풍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21분기 연속적자를 기록한 LG전자 MC사업부는 회사 내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지 오래다.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업체들에 밀려 글로벌 시장 점유율 집계에서 조차 보이지 않는 '기타 브랜드'로 전락했다.

국내 휴대폰 시장을 양분해온 삼성전자의 비상을 바라보면 한숨만 나온다. 그야말로 '잃어버린 10년'이자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왜 이토록 참담하게 추락한 것일까. 그렇다면 반등의 기회는 없는 것일까.


피처폰 '올인', 시기 놓친 'LG'


LG 싸이언 초콜릿폰. /사진=LG전자
2006년 LG전자는 '초콜릿폰'으로 초대박을 터트렸다. 그해 LG전자 휴대전화 전체 판매량 2650만대 가운데 27%인 650만대를 판매했다. 이후 샤인과 뷰티, 프라다폰 등 히트작을 연이어 내놓으며 '휴대폰 명가' 이미지를 굳혔다. 휴대폰 연산 1억 대를 넘어서며 글로벌 제조사로 도약했다. '저무는 해'였던 모토로라를 제치고 노키아,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시장 점유율을 3위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같은 성공에 취했던 것일까. 다가올 스마트폰 혁명을 과소평가한 게 뼈아팠다.

당시 LG전자 경영진은 "아직 시장은 스마트폰을 원치 않는다", "스마트폰은 찻잔 속 태풍일 뿐"이라며 '피처폰(일반폰) 신제품 개발에 매달렸다. 전략컨설팅 업체인 맥킨지가 스마트폰 시장에 대해 잘못된 조언을 한 것이 결정적 단초가 됐다는 시각도 있지만, 경영진의 '판단 미스'가 본질이었다.

삼성전자가 2005년 사업보고서에 "다양한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해 방송 통신 융합 및 기간 융복합화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LG전자의 경우 3년이나 늦은 2008년 사업보고서에야 처음으로 '스마트폰'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도 이를 보여준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LG전자 '옵티머스 LTE' 발표회에서 모델들이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 홍봉진 기자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애플이 2007년 iOS 기반의 아이폰을 출시한 이후 2008년 아이폰3G, 2010년 아이폰4 등을 선보이며 스마트폰 시장을 본격적으로 열어젖히자 전 세계인들은 열광했다. LG전자는 이를 애써 외면하며 허송세월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 역시 헤매긴 마찬가지였다. 2007년 윈도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옴니아, 2009년 옴니아2를 출시하면서 우왕좌왕했다. 그러다 2010년 안드로이드 기반의 갤럭시S를 선보이며, 애플 주도의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 가세했다. 이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안드로이드 진영 맹주에 올라섰다.

LG전자도 2009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첫 스마트폰 '안드로-원'을 출시하며 대응에 나서긴 했다. 하지만 급조된 제품이었던 만큼 완성도에 문제가 있었다. 이듬해인 2010년 '옵티머스'를 출시했고 2011년 세계 최초로 듀얼코어 CPU를 탑재한 '옵티머스 2X'를 내놓으며 반격에 나서지만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LG전자 모듈형 스마트폰 'G5' /사진=LG전자
이후 LG전자는 옵티머스 브랜드를 버리고 새롭게 G·V 시리즈를 선보이며 시장 호응을 끌어냈다. 하지만 2016년 출시한 모듈형 스마트폰 'G5' 흥행 참패로 수난이 본격화됐다. '트랜스포머폰'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관심을 모았지만, 배터리, 기기와 모듈의 단차 등 성능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MC사업본부의 2016년 3분기 영업손실은 4256억 원까지 곤두박질했다. 이를 계기로 LG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급격하게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올들어 LG전자는 MC사업부의 지난한 적자 탈출을 위해 자사 대표 스마트폰 브랜드 G·V 시리즈까지 버리는 결단을 내렸다. 대신 제품마다 개성 있는 브랜드 이름을 붙이는 전략을 취했지만, 시장의 부정적인 인식은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다.


21분기 연속 적자에 MC사업본부 격하 소문까지


LG전자가 자사 대표 스마트폰 브랜드 G·V 시리즈를 버리고 내놓은 전략 스마트폰 'LG 벨벳' /사진=LG전자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올해 2분기까지 2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적자탈출을 위해 LG전자는 지난해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생산시설과 인력을 재배치해 효율성을 높이고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였다. LG전자는 또 스마트폰 사업에서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을 보급형 제품에서 중가대 제품까지 확대했다. 지난해 30% 정도였던 ODM 비율을 올해는 더 높였다.

하지만 올해 2분기까지도 적자는 개선 기미가 안 보인다. LG전자의 2분기 연결기준 실적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매출 1조3087억 원, 영업손실 2065억 원을 기록했다. ODM 확대와 생산 라인 이전에도 불구 2000억대 영업적자가 지속된 것이다.


최근에는 MC사업본부가 MC사업부 체제로 격하된다는 소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근거 없는 낭설이며 금시초문"이라고 일축했다.

수년 전에는 아예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소문까지도 나돌았다. 그러나 지난해 2월 권봉석 LG전자 MC/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장이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스마트폰 사업 포기는 없다"고 말하면서 잠잠해졌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죽어도 스마트폰 포기 못한다는 이유는


LG전자 가전제품과 IoT 기기를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도와주는 씽큐앱 /사진=LG전자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하기 힘든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스마트폰은 최첨단 SW와 HW 제조, 정밀부품을 집대성한 IT기업 기술역량의 결정체여서다.

갈수록 AI(인공지능)와 IoT(사물인터넷)로 기기 간 연결과 컨버전스, 스마트화가 부각되고 있다. 그 중심에 스마트폰이 있는데 이를 포기하면 그저 그런 가전업체, 부품업체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LG 스마트폰은 생활가전 사업이 주력인 LG전자 홈 어플라이언스 & 에어솔루션(H&A)과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예컨대 LG전자 에어컨을 MC사업본부가 개발한 통신기술 앱인 '씽큐'로 제어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스마트폰은 LG전자 주력인 가전의 핵심 기술 개발과 IT제조업체로서의 외연 확장을 위해 버릴 수 없는 존재다. 수천억 원의 적자에도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하기 어려운 것이다. 때문에 현재 삼성, 애플을 뛰어넘겠다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적자 폭을 줄이면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시장 반응을 살피는 동시에 각종 신기술의 테스트 베드로서 스마트폰 사업을 지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폼팩터 혁신…LG전자에게 반등 기회 될까


이런 LG전자에도 반등의 기회가 찾아왔다. 스마트폰 시장을 오랜 기간 지배해왔던 직사각형의 천편일률적 바타입 폰을 탈피하려는, 새로운 '폼팩터' 경쟁이 시작돼서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향후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기회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초기 스마트폰 시장 대응에 실기했던 LG전자는 이번에는 치고 나가는 모습이다.

지난해 처음 선보였던 보조화면 액세서리 '듀얼 스크린'은 그 시작이다. 기존 제품에 장착하는 것만으로 두 개 화면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PC에서 듀얼 모니터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해 실용성 측면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이번에는 아예 화면이 2개 달린 제품을 선보인다. 오는 14일 공개될 'LG 윙'이다. 보조화면을 뒤에 붙여 T자형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아직 공개 전이지만 기대감이 그리 크진 않다. 삼성전자가 최근 선보인 폴더블폰에 비하면 혁신성에서 뒤지고 100만 원대 중반대로 알려진 가격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오히려 시장의 관심은 내년 출시할 예정인 '롤러블폰'에 쏠린다. 화면이 돌돌 마는 롤러블폰은 기존 스마트폰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제대로만 개발되면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에 못지않은 센세이션을 일으킬 전망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윙은 폴더블폰 공세에 대응하려는 임시적 제품으로 보이며 이보다는 내년에 출시될 롤러블폰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라면서 "LG전자가 지난 10년간 오욕과 굴종의 시기를 버텨온 만큼 폼팩터 경쟁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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