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 속내 훤해"…아시아나 채권단, 참고 참던 말 터졌다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 2020.09.05 09:31

[MT리포트] 아시아나항공 M&A, 해피엔딩은 없다②

아시아나항공 / 사진제공=아시아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사실상 결렬되면서 채권단 내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된다. 인수의지도 없었으면서 2500억원의 계약이행보증금을 되돌려 받기 위해 시간을 질질 끌면서 국책항공사를 정상화하려는 시도에 차질을 가져 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는 사이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영난은 더 심각해져 정상화까지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야 해 채권단이 HDC현산을 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이같은 시각은 채권단의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 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 등 범정부적으로 공유되는 분위기다.

6일 IB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HDC현산이 인수부담을 확 줄여주겠다는 KDB산업은행의 '최종제안'에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는 내용에 대해 채권단은 분통을 터트렸다. 어떻게든 딜(Deal)을 성사시키려는 채권단의 성의를 무시하고 끝까지 계약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을 위한 '명분쌓기'에만 전념했다는 것이다.

HDC현산은 지난 2일 이메일 회신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의지에는 변함이 없지만 불확실성 등을 제거하기 위해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는 향후 소송전에서 자신들의 인수의지에도 불구하고 채권단과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인 금호산업이 계약 파기 선언을 한 귀책사유가 있다고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메일에는 명확한 의사 표시 없이 애매모호한 내용만 있었다"며 "아시아나항공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오로지 자신들이 낸 계약금을 돌려받겠단 의도 밖에 안보였다"고 말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최종 제안 이후 일주일 동안 HDC현산이 장고를 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재실사 요구를 한 것을 보면 애초에 제안을 받아들일 의사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소송전에 유리하도록 마지막 딜 파기 선언을 채권단과 금호산업에 떠넘겨 채권단의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나아가 채권단은 HDC현산과 함께 컨소시엄을 이룬 미래에셋의 박현주 회장이 이런 시간 끌기 수법을 정몽규 HDC현산 회장에게 조언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HDC현산의 인수의지에 의심을 품었던 채권단이 마지막까지 HDC현산에 희망을 걸었던 건 국적항공사이자 약 9000명의 일자리 문제가 달린 아시아나항공 M&A를 섣불리 깰 수 없어서였다.

정부 역시 코로나19(COVID-19)라는 초유의 사태로 항공업 전체가 휘청거리자 이번 M&A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특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7월 정 회장을 따로 만나 명확한 인수의지를 보이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HDC현산이 살 생각도 없으면서 계약금 떼이는 게 싫어서 저런다'는 이야기가 채권단 내부에서 나온 건 오래 전부터였지만 계약 상대방을 존중해 최대한 발언을 자제해왔다"며 "코로나19로 고심할 수밖에 없는 HDC현산의 사정도 최대한 이해하려 했지만 결국 계약금을 돌려받으려는 HDC현산에 기만당한 꼴"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마지막 회신도 공식 발표가 아닌 이메일로 통보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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