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살 뻗쳐" 으름장 놓으려던 中왕이가 유럽서 겪은 일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 2020.09.05 08:15

[MT리포트]중국의 애국 알레르기 ④

편집자주 | 이효리와 쯔위, 곰돌이 푸..연관성 없어 보이는 이들 인물이나 캐릭터에는 공통점이 있다. 중국인들이 공분했거나 현재도 화를 분출하고 있는 대상이라는 점에서다. 맹목적 애국주의를 분출하는 대표적 누리꾼 집단으로 꼽히는 '샤오펀훙(小粉紅)'의 분별없는 행동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중국 지도층의 애국 알레르기의 변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곰돌이 푸’는 인터넷에서 찾을 수도 없다는 중국에서 중국인의 나라사랑은 정작 어떤 모습일까.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일까지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프랑스, 독일을 방문했다. 하지만 이중 4개국으로부터 중국 인권 문제를 지적당하는 등 별 소득없이 망신만 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FPBBNews=뉴스1

‘코로나19 회복 자신감을 표출함과 동시에 대미 압박을 풀어낸다’

계획은 좋았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해외 순방에 나섰다. 목적지는 유럽 5개국. 미국의 대미 압박을 막기 위해 미국에 비협조적 성향의 나라들만 골랐다.

하지만 망신만 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만만한 나라에 으름장을 놓다가 독일에겐 크게 한방 먹기까지 했다.



"내정간섭" 주장했지만...5개국 중 4개국이 인권 지적


왕 부장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일까지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프랑스, 독일을 방문했다.

결과적으로 이 5개국 중 4개국이 홍콩 국가보안법과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 문제 등 중국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 왕이 부장은 “내정 간섭”이라고 항변했지만 “협박은 통하지 않는다”는 핀잔까지 들었다.

왕 부장의 첫 방문지는 이탈리아였다. 유럽연합(EU) 국가 중 처음으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데다가, 화웨이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이지 디마이오 외무장관은 “홍콩의 자치권과 자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네덜란드에서도 보안법을 두고 “극도로 우려되는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프랑스에선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문제에 대한 지적을 받기도 했다.

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왕 부장과 회담을 가진 후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유럽이 스스로 5G 기술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과 독일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오른쪽) 지난 1일 회담을 가졌다. /AFPBBNews=뉴스1

하이라이트는 독일이었다. SCMP는 왕 부장이 프랑스에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지만, 독일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물론, 집권 여당인 기독교민주연합 핵심 인사와는 별다른 행사도 가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신 만난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지난 1일 공동기자회견에서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홍콩 보안법 문제를 꺼내들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문제를 두고도 유엔 감시단의 접근 허용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왕 부장이 지난달 31일 대만을 방문한 밀로스 비스트르칠 체코 상원의장을 향해 “14억 중국인의 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을 두고도, 마스 장관은 "우리는 체코인들과 완전히 연대한다"면서 “협박은 여기서 통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나마 중국이 기를 편 곳은 노르웨이였다.


왕 부장은 노벨평화상으로 중국 내정에 간섭하려는 시도를 거부한다면서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에게 이 상을 주지 말라고 압박했다. 중국은 2010년 중국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자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제한하는 등 보복에 나섰다. 결국 노르웨이만이 인권 문제를 꺼내지 않았다.
왕이 외교부장이 지난달 27일 에릭슨 쇠레이데 노르웨이 외교장관과 팔꿈치 인사를 하는 모습. /AFPBBNews=뉴스1



"얻은게 아무것도 없다"…"바이든 당선되면 더 위험"


/AFPBBNews=뉴스1


왕 부장의 유럽 순방을 두고 외신들은 냉담한 평가를 내놓는다.

지난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왕이 외교부장이 유럽 순방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와 경제 제재 등을 저항하려 했지만 얻은 건 별로 없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이 방어벽을 고치러 유럽에 갔지만 아무것도 못했다”면서 “유럽의 반응은 확실히 쌀쌀 맞았다”고 평가했다.

독일 싱크탱크인 세계공공정책연구소(GPPI)의 토르스텐 베너 디렉터는 “현재 미중 라이벌 구도에서 베이징에게 유럽은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면서도 “베이징은 그걸 놓쳤다”고 평가했다.

베너 디렉터는 “왕이는 최소한의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시장 접근성 양보와 같이 유럽이 신경 쓸만한 제안을 아무것도 내놓지 않았고, 아무도 지지하지 않을 정도로 지치고 닳아버린 다자주의 협력을 강조하는 진부함만을 되풀이했다”고 했다.

이번 왕 부장의 유럽 순방 결과는 단순한 망신 수준 이상의 타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폼페이오 장관이 가지 않은 유럽 국가들만 골랐고, 그 중에서도 중국 제재 요청에 가장 비협조적인 나라들을 타깃으로 한 외교 총력전이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WP는 또 왕 부장이 프랑스를 방문해 미국이 갈등을 부추긴다며 비난했지만, 체코 대표단이 대만을 방문한 것을 두고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며 스스로도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을 보였다고 꼬집었다.

정책 리서치업체 로디엄그룹의 노아 바킨 EU-중국 전문가는 “독일에서 새로운 목소리를 내놨다는 건 놀랄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바킨은 11월 미 대선에서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새로운 미 행정부가 동맹국들과 협력해 중국에 대항할 수 있다”면서 “베이징은 점점 더 커지는 위험성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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