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카톡·인도의 카뱅' 글로벌 호령하는 韓스타트업 비결은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 2020.09.07 09:11

동남아·인도 잡은 하이퍼커넥트·밸런스히어로, 차기 유니콘으로 '주목'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벤처기업) 기업인 배달의민족, 쿠팡 등과는 달리 설립 초기부터 해외시장을 공략하며 승승장구하는 스타트업들이 있다. 현지화한 혁신기술과 서비스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 나가는 하이퍼커넥트, 밸러스히어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중동, 아시아 등 신흥시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예비 유니콘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한 만큼 국내에서 나고 자란 토종 유니콘보다 운신의 폭이 넓고 성장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중동의 카톡 ‘아자르’, 해외서 더 잘나가는 비결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영상 메신저 ‘아자르’를 서비스하는 하이퍼커넥트는 최근 상장 전 대규모 투자유치(프리IPO)를 추진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투자처나 투자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충분히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본다.

일반적인 스타트업과 달리 이미 흑자를 내고 있을 뿐 아니라 이 회사의 영상 메신저를 230개 국가에서 1억명이 넘는 이용자가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9개 언어로 서비스되는 아자르의 올 상반기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5억건을 돌파했으며, 글로벌 이용자 비율은 99%에 달한다.

아자르는 구글이 2011년 공개한 오픈소스 웹기술표준 ‘웹RTC’를 모바일에서 처음으로 구현한 앱이다. 하이퍼커넥트는 모바일 앱에서 서버를 거치지 않고 개인끼리 빠르고 저렴하게 영상통화를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아자르에선 손가락으로 화면을 한 번 넘기는 것만으로 손쉽게 국가, 문화, 언어, 성별의 장벽을 넘어 유사한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과 만나 영상으로 대화할 수 있다.

배터리 소모가 적고 네트워크 환경이 좋지 않은 지역에서도 끊김없이 영상 통화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출시 당시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다. 2014년 첫 출시 이후 아시아에선 대만, 중동에선 터키ㆍ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지역에서 사용자가 급증했다. 스마트폰 사양이 낮고 통신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서 서버를 통하지 않는 영상통화 앱이 오히려 강점이 된 것이다.

회사는 아자르 사용자가 많은 중동·남미·동남아·인도 등 주요 지역의 현지화를 위해 외국인 직원도 대거 채용하고 있다. 현재 회사 직원 300여명 중 20%가 외국인이다.
하이퍼커넥트가 운영하는 영상 메신저 앱 아자르/사진제공=하이퍼커넥트


인도의 카뱅 '밸러스히어로'...글로벌 핀테크 부상


핀테크 스타트업 밸런스히어로는 2014년 인도에서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말 기준 8000만명의 이용자(앱 충전·결제 기준)를 확보했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중소기업벤처부로부터 ‘예비유니콘’으로 선정됐으며,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순방 때 국내 스타트업을 대표해 초청을 받기도 했다.

밸런스히어로는 아예 설립 단계부터 인구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지만, 은행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인도 시장에 주목했다. 2015년 1월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도 통신 및 데이터료 잔액을 확인하고 충전할 수 있는 선불 요금 잔액확인 앱 ‘트루밸런스’를 출시했다. 창업자인 이철원 대표는 인도 국민 13억명 중 95% 이상이 선불제 통신요금을 사용하고 있다는데서 가능성을 읽었다.

회사는 잔액확인 앱에서 소액대출, 보험 서비스 등 금융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밸런스히어로가 내놓은 소액대출 상품 ‘페이 레이터’와 ‘리차지 론’ 등의 일일 거래건수는 4만건을 돌파했다. 지난해 9월에는 비대면 대출상품 ‘퍼스널 론’, ‘인스턴트 캐시 론’ 등도 출시해 인도 현지 금융사를 통해 상품을 중개하고 있다. 인도에서 최초로 선보인 초소액 대출상품으로 금융 소외층이 주요 고객이다.

밸런스히어로 관계자는 “신용거래가 불가능한 인도 금융 소외층의 특성에 맞춰 최소한의 절차로 서비스를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밸런스히어로 인도 지사에서 현지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밸런스히어로


'카피캣' 전략으로 신흥시장 뚫는 韓 스타트업


국내에서 이미 시장성과 성장성을 확인한 혁신기술과 서비스를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현지화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른바 카피캣(모방) 전략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스윙비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동남아 지역 중소기업에 특화한 클라우드 기반의 HR(인사관리) 프로그램을 판매한다. 오라클, SAP와 같은 글로벌 소프트웨어를 구매할 여력이 안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틈새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커머스 플랫폼 운영사인 쇼퍼블은 인도네시아의 20~30대 중상류층 여성 고객을 타겟으로 한국의 패션 의류 제품을 수입 판매하는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이다. 쇼퍼블 외에도 아이템쿠(만화·신발 등 취미활동 거래 플랫폼), 오케이홈(홈클리닝 O2O 플랫폼), 마미코스(2030세대 1인 가구를 주요 고객으로 하는 원룸 중개 서비스) 등이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성공 기회를 찾고 있다.

김은희 쇼퍼블 대표는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2억7000만명일 뿐 아니라 인구 평균연령이 29세로 젊은 층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단순히 동대문 쇼핑몰을 내세운 크로스보더(국경간 거래) 모델이 아니라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인도네시아 시장에 소개하는 등 글로벌 브랜드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 창업자이자 전문엔젤투자자인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는 “국내 벤처 생태계가 꼭 ‘유니콘’ 배출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지만 국내 시장규모로는 ‘유니콘’ 배출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젊은 창업자나 스타트업들이 인도·동남아 등 신흥 시장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말했다.

스윙비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가 주력 시장이다. 창업 전 안랩에서 동남아 지역 사업을 담당했던 최서진 대표는 동남아 지역 중소기업 시장의 점유율이 95%를 넘는 것에 주목했다.

최서진 스윙비 대표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시장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이 워낙 낙후돼 있어서 기회가 있다고 봤다"며 "현재 스윙비는 4개 국가에 법인을 두고 네 곳 법인 직원의 국적이 10개에 이르는 다국적 팀"이라고 설명했다.

쇼퍼블은 현지화된 결제, 상담, 물류·배송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국의 유명 중대형 쇼핑몰들과 제휴해 3000개 이상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 사이 태어난 사람)를 겨냥해 국내의 '무신사' 같은 온라인 패션전문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김은희 대표는 "대학 시절 한 유통 대기업의 인도네시아 진출 전략을 세우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한 달 정도 인도네시아에서 체류하며 가능성을 엿봤다"며 "인도네시아 시장의 수요 트렌드 변화가 빠르고 태국·베트남에 비해 언어 장벽이 낮아서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시장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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