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3연임 선배들의 '영광과 상처'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 2020.09.07 10:41

[MT리포트]윤종규의 도전

편집자주 |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3연임 출사표를 냈다. 그와 경합하는 후보자 명단도 추려졌다. 노동조합이 반대하지만 금융권은 윤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을 높게 본다. 이는 곧 지난 6년간의 성과와 리더십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는 의미다. 결과는 오는 16일 나온다.

120여년 국내 은행 역사상 3연임 이상 기록을 갖고 있는 금융그룹 회장은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김정태 현 하나금융 회장 등 3명뿐이다. 지금의 대형 금융그룹 구도가 갖춰진 지 20여년이 채 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이면에는 정상 자리를 둘러싼 내외부의 치열한 다툼이 도사리고 있다.

이들에게는 명과 암이 공존한다. 모두 현대식 은행의 기틀을 다진 주역들이다. 일부에서는 정권과의 유착, 배임·횡령 등 부정적 수식이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닌다. 권력의 속성이다.

금융그룹 최초 3연임 시대를 연 이는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다. 2007년 일이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한 게 2011년이니 그보다 4년 앞선다. 라 전 회장은 2010년 초 4연임에 성공했지만 신상훈 전 지주사 사장과 갈등,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그 해 말 퇴진, '미완의 4연임'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라 전 회장은 한국 금융사의 산증인이었다. 선린상고 졸업 후 1959년 농업은행에 입행, 대구은행과 제일투자금융을 거쳐 1982년 신한은행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1991년 신한은행장 자리에 오른 뒤 행장 3연임에 성공했다. 2001년에는 지주사 초대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10년간 라응찬 시대를 이끌었다.

불친절과 리베이트의 온상이던 은행 문화를 무너뜨린 주역이다. 신한은행이 1등으로 올라서는 기틀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한솥밥을 먹던 신상훈 지주사 사장과 불화가 퇴진의 발단이 됐다. 암투는 차명계좌와 금융실명제법 위반 의혹으로 발전했다. 신 사장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되기에 이르렀다. 금융감독원이 중징계를 예고하고 나서야 라 회장이 옷을 벗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은 '승부사'로 통했다. 1997년부터 2012년 3월까지 은행장과 지주사 회장을 지내는 동안 충청은행(1998년)과 보람은행(1999년), 서울은행(2002년), 외환은행(2012년) 등 시중은행 4곳을 인수했다.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오늘날 하나금융을 '빅4' 중 한 곳으로 성장시킨 장본인이다.

'용퇴' 이후가 문제였다. 2014년 저축은행 투자 손실을 이유로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중징계, 김승유 전 회장이 경고 조치 됐다. 김 전 회장이 이명박 정권 시절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린 게 발단이 돼 김종준 행장이 대리 징계를 받았다는 해석이 많았다.


후임인 김정태 현 회장 체제에 들어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바람에 김정태 회장과 갈등하기도 했다. 2014년 3월 하나금융 고문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분란은 이어졌다.

2018년 3월 시작된 김정태 회장의 3연임 임기는 내년 3월 끝난다. 외환은행 인수 직후인 2012년 회장에 취임해 하나은행과 화학적 결합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3연임 과정은 험난했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반대에도 연임이 이뤄졌다. 최종구 전 위원장은 김승유 전 회장과 고려대 동문, 최흥식 전 원장은 김승유 전 회장 시절 하나금융 사장이었다. 최흥식 전 원장의 경우 김승유 전 회장이 고문직에서 물러나자마자 교체되고 금감원장 재직 중에는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연루돼 낙마했다.

이렇듯 '3연임' 주역들에게 영광만큼이나 고통, 논란이 많았다. 대부분 내외부 권력 다툼이었다. 3연임을 노리는 윤종규 KB금융 회장만큼은 사정이 다르다는 게 금융권 전반의 시각이다.

옛 경영진과 갈등은 물론 회장 자리를 둘러싸고 안팎으로 잡음이 없다. 그 흔한 금융상품 사고조차 없어 금융당국에 공격의 빌미를 주지도 않았다. 2분기 실적기준 금융그룹 1등 자리를 회복한 것도 힘을 실어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임기가 계속될수록 권력 암투가 심해지고 조직의 치부가 드러나는 일이 잦았지만 KB는 예외의 길을 걷고 있다"며 "전반적인 관리력이 탁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2. 2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불바다 된 LA, 한국인들은 총을 들었다…흑인의 분노, 왜 한인 향했나[뉴스속오늘]
  5. 5 계단 오를 때 '헉헉' 체력 줄었나 했더니…"돌연사 원인" 이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