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터리 견제? EU, 삼성SDI·LG화학 지원금에 왜 제동 거나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 2020.09.01 05:40



유럽연합(EU)이 헝가리 정부가 신청했던 삼성SDI의 현지 배터리 공장 증설에 대해 지원금 1500억원 승인을 10개월째 보류하고 있다.

EU는 최근 폴란드 정부의 LG화학 현지 공장에 대한 지원금도 이례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 때문에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 대해 EU가 견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31일 EU 및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0월 헝가리 정부가 삼성SDI 공장 증설과 관련해 1억800만유로(1520억원)의 지원금 계획에 대해 아직까지 심층 조사를 마무리 하지 않고 지원금 승인을 보류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당초 지원금 심층 조사에 나섰지만 10개월째 이 조사를 끝내지 않고 있다.

삼성SDI는 2016년 4000억원을 투자해 헝가리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착공했고, 지난해 2월에는 5600억원의 추가 투자도 선언했다. 이렇게 배터리 공장 착공 및 증설에만 1조원이 넘는 투자금을 집행한다. EU는 역내에서 발전이 덜 된 지역의 경제 발전과 고용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공장 건립 시 보조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이 정책에 따라 EU 회원국은 자국 기업과 해외 기업의 투자 유치 시 EU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EU는 해당 회원국의 신청을 받으면 지원금 조건 충족 여부를 예비조사를 통해 검토하고 이를 승인한다. 일단 지원 신청이 들어오면 극히 제한적인 예외 경우를 빼면 반드시 예비조사를 거치도록 돼 있고, 예비조사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승인을 받는다.

만약 예비조사에서 지원금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될 경우 '심층 조사'로 불리는 정식 조사를 실시한다. 심층 조사 개시 후에는 △승인 △불승인 △조건부 승인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특히 이 조사에는 딱히 정해진 기한이 없다.

EU 집행위원회는 삼성SDI 지원금에 대한 심층 조사를 개시하며 삼성SDI가 헝가리 괴드 공장에 투자하기 위해 △헝가리 정부 지원이 반드시 필요했는지 △지원금은 필요한 최소 수준인지 △EU 안에서 (정당한) 경쟁을 왜곡시키지 않았는지 등을 집중 조사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회는 "유럽 내 취약 지역의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데 투자 유치가 중요하다"며 "단 공공 지원금은 해당 지역에서 민간 투자를 촉발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승인돼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납세자 희생으로 불공정한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삼성SDI에 대한 헝가리 정부의 지원금 신청 승인을 상당기간 보류한데 이어 지난 8월11일 폴란드 정부가 LG화학 현지 공장 증설에 지원하기로 한 9500만 유로(1340억원)에 대해서도 심층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LG화학은 2017년 해당 공장에 10억 유로 이상을 투자하며 지원금 신청 대상이 됐다. EU 집행위원회는 삼성SDI와 마찬가지로 LG화학에 대해서도 EU 보조금 규정을 제대로 지켰는지 살펴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EU 집행위원회의 이 같은 입장을 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2019년 1월만 해도 EU는 LG화학의 폴란드 내 동일 공장에 대해 3600만유로의 지원금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당시 EU는 "폴란드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지원금을 내줬지만 불과 1년7개월 만에 입장을 바꿨다.

/사진=머니투데이DB

지금까지 한국 배터리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와 각종 지원금 혜택 때문에 동유럽 공장에 집중 투자를 벌여왔다. SK이노베이션이 현재 헝가리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나 EU 집행위원회가 한국 배터리 1~2위 업체에 대한 지원금 심층 조사 방침에 따라 동유럽 투자의 메리트가 반감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들린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EU 집행위원회의 최종 조사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각국에서 지원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EU가 조사하는 차원이지 한국 배터리 업체에 대한 표적 조사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점유율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EU 집행위원회가 유럽 배터리 업체들을 육성하려고 이런 견제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들린다. 또 다른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최근 EU 움직임이 과거와 비교할 때 이례적인 것은 사실"이라며 "EU의 속내를 다각도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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