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주의 철학자 장자크 루소는 제철 과일과 채소를 즐겼다. ‘단순한 음식이 주는 기쁨’을 강조했던 그는 빵, 치즈, 약간의 와인만 있으면 누구나 최고의 미식가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육식의 즐거움을 일찍이 발견한 철학자는 니체였다. 그의 식단은 채소나 과일 대신 갖가지 햄과 소시지로 채워졌다.
‘미래파’ 예술 운동의 식단은 괴상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은 매끼 식사에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부여하고자 했고 ‘영양’이라는 요소는 과감하게 무시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재료를 특이하게 결합하고 괴상한 이름을 붙이는 데 열중했다.
닭의 배 속에 자동차 부품의 일종인 볼베어링을 채우고 오븐에 구운 다음 휘핑크림을 얹어 내는 요리를 만들거나 달걀의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 ‘이혼한 달걀’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식이었다.
슬로푸드 운동은 또 다른 ‘미래’를 열려는 움직임이었다. 미래파가 앞만 보고 달리자는 주의였다면, 슬로푸드 운동은 과거를 돌아보자는 입장이었다. 식사란 몇 시간에 걸쳐 천천히 먹거나 근교에서 생산된 재료로 집에서 직접 요리하는 것이었다. 맥도날드나 스타벅스처럼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결 고리가 옅어진 음식 문화를 타파하려고 했다.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또 어떤 운동을 전개하느냐에 따라 음식 재료나 취향, 먹는 태도들이 달라진다. 거대한 식품 산업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음식은 어떤 기호나 의미로 다가올까.
다이어트를 위해 만들어진 저지방 요구르트는 당연히 유지방 함량이 적을테지만, 그렇다고 비만을 이기는 것도 아니다. 지방을 제거하면 맛도 함께 제거되기에 제조업체들은 액상 과당 같은 첨가물을 넣는다. 역설적으로 저지방 요구르트를 먹으면 오히려 살이 찌게 된다.
책은 음식에 대한 여러 가지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구분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나 스스로 식단과 생활 방식에 긍정적인 변화를 시도하도록 만든다.
저자는 “우리는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수많은 조언에 둘러싸여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며 “각각의 사람들이 자신에 맞는 식단을 찾아내도록 더 나은 실질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마틴 코언 지음. 안진이 옮김. 부키 펴냄. 520쪽/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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