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구 전파 아니라지만…구로구 아파트 주민 "이미 테이프로 막았다"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 2020.08.29 08:54

'확진자 발생'에 주민 불안…공동주택 배기 구조 살펴보니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26일 오후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한 아파트에서 보건소 직원 등이 방역과 역학조사를 위해 아파트로 들어가고 있다. 2020.08.26. chocrystal@newsis.com
"코로나로 구로구 보건소에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X동 ○·□호 라인이 아닌 나머지 라인은 의심은 되지만 (배기구를) 막지 않으셔도 된다고 합니다."

코로나19(COVID-19) 확진환자가 발생한 구로구 아파트에선 28일 이같은 내용의 관리사무소 안내 방송이 나왔다. 이른바 '환기구(배기구) 전파설'에서 비롯된 아파트 관련 환경 검체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구로구는 확진자가 발생한 2개의 호수 라인 화장실에 있는 배기구들을 임시 폐쇄한 조치를 유지한 것.

아파트 단지에선 "확진자 발생 전부터 화장실 배기구를 테이프로 막아뒀다"는 주민들도 있다. 이 아파트 주민 A씨는 머니투데이에 "비흡연자인데도 집 화장실에 마치 내가 핀 것처럼 담배 냄새가 스며들어 배기구를 테이프로 막아뒀다"며 "아파트 계단 창문이랑 엘리베이터 안에 실내흡연을 하지말라는 부탁 글이 붙은 것도 주민 호소가 많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기가 외부로 제대로 배출되지 않는다는 문제는 의학적으로 확률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진 에어로졸(공기 중 미세먼지) 감염 가능성과 맞물려 주민 불안을 고조시키는 요인이 된다. 구로구 아파트에서 수직으로 같은 호수 라인에 위치한 6가구(28일 집계분 추가 확진 1명 포함)가 코로나19에 확진된 데 이어 같은 동에서 이와 떨어진 또 다른 수직 호수 라인에 있는 2가구도 확진(주민 확진자 총 11명)되며 주민 불안이 번지고 있다. 구로구 관계자는 나머지 호수 라인 배기구에 별도 조치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만에 하나 안전 문제와 연결될 수도 있어 전면 폐쇄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담배 냄새는 왜 들어왔을까, 아파트 사는 사람들 '급궁금'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26일 오후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한 아파트. 2020.08.26. chocrystal@newsis.com
거주민과 공인중개사무소 등에 따르면 1988년 준공 당시 이 아파트의 화장실엔 악취 등을 배출하기 위해 수평의 금속틀들에 둘러 쌓인 구멍이 설치됐다.

건설기술 업계에선 준공 시기를 감안했을 때 이는 공기를 전반적으로 순환시키기 위한 환기구가 아니라 특정 구간에서 발생한 악취·유독 가스를 파이프를 통해 외부로 빼내기 위한 배기구란 추정이 나온다. 옥상에서 무동력팬이 바람을 받아 돌며 부압(대기압보다 낮은 압력)을 만들면서 하층부 악취·유독 가스 등을 상층부로 빨아올려 배출하는 자연 배기 방식이 적용됐다는 것. 실제 이 단지 옥상엔 무동력팬이 설치돼 있다고 한다.

준공 이후엔 주민이 개별적으로 화장실 배기구 주변에 팬을 다는 방식 등으로 가정마다 배기효과를 인위적으로 강화했을 수도 있다. 바람이 잘 불지 않아 옥상 무동력팬의 배기 효과가 낮아지더라도 화장실에서 팬을 작동시켜 인위적으로 공기를 빼내는 것. 실제 구로구 관계자는 "확진자가 나온 현장 화장실에서 팬 작동을 위한 스위치와 팬을 봤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일부 가구가 배기구를 그대로 쓰는 것과 별개로 배기 기능을 강화한 가구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아파트 단지에 다른 단지들처럼 실내 흡연 자제 등 안내 문구가 붙는 이유는 뭘까. 가정마다 역류방지장치(댐퍼)가 설치돼 있지 않다면 공기가 하층부에서 상층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특정층 실내로 오염된 공기 또는 냄새가 흘러 들어왔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윤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실내공기품질연구단 단장은 "역류방지댐퍼가 법제화된 게 얼마되지 않아 실제 시공된 것은 비율적으로 매우 적다"며 "과거 지어진 아파트인 경우는 공기가 하층부에서 상층부 특정 구간으로 이동하던 중에 실내로 일시적으로 유입(역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기 역류 정황=코로나19 전파 확정되는 것 아냐…검체 검사 '양성' 아직 없어


국토교통부가 세대별 역류방지 댐퍼 · 전용배기덕트 설치 의무화를 위해 배기설비 기준을 담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2015년 3월 공포하며 배포한 배기설비 설치 구조 자료.


비단 이 아파트 뿐 아니라 자동역류방지댐퍼 설치 의무화(2015년) 이전 시기 지어진 아파트면 팬을 달더라도 배기가 다소 안정적이지 못할 소지는 있는 것이다.

결국 일부 주민이 에어로졸 전파를 의식하는 것은 공기 역류를 체험하면서 갖게 된 심리적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확진자가 발생한 이 아파트 뿐 아니라 대부분 아파트 단지도 배기 과정에서 일부 불쾌감을 느낄 문제는 나타날 수 있다. 역류방지댐퍼를 설치하는 것과 같은 보완책으로 배기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공기가 역류하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 코로나19의 에어로졸 전파라는 결론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서울시도 "아파트와 관련 환기구(배기구) 등 14건의 환경 검체검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환풍구 감염사례는 지금까지 보고된 바가 없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구로구 관계자는 "14건의 환경 검체 검사는 먼저 확진된 5가구와 관련한 검체들을 검사한 결과에 해당하며 보건 당국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며 "나머지 관련 검사 결과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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