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일부 판매사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100% 배상안은 과도하다고 입을 모은다. 라임 사태의 경우 운용사에서 투자 내역을 조작한 만큼 사모펀드 '투명화'가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판매사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다보니 "대형운용사 상품만 팔게 돼 모험자본 시장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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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투·미대우 "100% 배상안 수용…법적 조치는 계속"━
금감원은 펀드 주요 판매사이자, TRS(총수익스와프) 계약 당사자인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자산운용과 공모해 펀드 부실을 인지하고도 정상펀드인 것처럼 판매를 지속했다며 사상 초유의 100% 배상을 권고했다. 투자자들이 미리 알았더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정도의 중요한 사실을 숨겼고, 투자자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기회를 원천 차단했다는 점에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한 것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는 법리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면서도 고객에 대한 약속 이행을 통한 신뢰회복과, 금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 하기 위해 분쟁조정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도 '적극적인 고객 보호 방안'의 일환으로 100% 배상안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미래에셋대우 측은 "분조위 조정결정서에 명기된 내용들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운용사 및 PBS(전담중개기관) 제공 증권사 관계자들의 재판 과정 등을 참고하면서, 향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통해 구상권을 행사하는 등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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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운용사 상품만 판매…모험자본 위축될 것"━
A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전문사모운용사는 자본금 요건이 20억원이지만, 변제 능력이 없다면 판매사가 해당 펀드를 팔 이유가 없다"며 "전문사모운용사의 범죄 이력 여부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모펀드의 기초자산이 뭐든 코로나19(COVID-19) 등 이변이 생기면 실사가 어려울 수 있다"며 "자본금이 튼실하거나 모기업이 확실한 변제능력 있는 운용사 상품만 판매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벤처, 혁신기업 및 투자처에 자금을 운용하자는 사모펀드의 취지와 반대된다. 이 관계자는 "100% 배상안은 사모펀드 시장과 모험자본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른 제도들도 힘을 잃을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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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투명성 키워야 근본적 문제 해결돼"━
B운용사 관계자도 "증권사들이 중소형 운용사 상품을 팔지 않겠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며 "운용사 이름이 아니라 사모펀드 자체의 공신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산총액이 300억~500억원인 사모펀드만 감사를 받도록 개선 방안이 발표됐는데 규모가 더 작은 펀드도 감사를 받도록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조달 자금을 키우는 데만 집중하고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투자가 가이드라인을 따라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펀드 해지시 자금의 출처가 명확한지 등을 확인하는 부분이 취약하다"며 "투자 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한 인재 양성도 중요하다"며 "당국은 그동안 사모펀드 시장 확대를 위해 자본금 등 진입 장벽을 낮춰왔는데, 투자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는 운용역들이 늘어났는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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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책임도 고려됐어야"━
C 증권사 관계자는 "TRS를 제공한 신한금융투자는 차치하더라도 다른 증권사들은 문제 인식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부분에서는 일방적 계약취소가 아니라 법적 분쟁으로 갔어야 한다"고 말했다.
D 증권사 관계자도 "판매사가 잘못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잘못한 만큼만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모펀드에 투자하다 손실이 나도 소송을 걸면 원금을 보장해준다는 잘못된 인식이 생길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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