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시장의 신화에 맞서는 새로운 상상력

머니투데이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 2020.08.26 06:12
코로나19(COVID-19) 사태를 겪으면서 돈 안 되는 공공의료가 국민의 생명을 지켜준다는 것과 포퓰리즘이라고 비난 받아온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경제 활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위기를 맞아 국가의 역할에 다시 주목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시장의 '신화'를 고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주택, 의료, 교육만큼 중요한 문제는 없다. 아파트를 자꾸 지어도, 병원이 생겨나도, 대학과 학원이 늘어나도 가격 급등 현상과 과도한 지출 부담의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공공의 영역인데도 시장에 내맡겨 있으므로 정부 힘으로 어찌 하지 못하는 것이다. 얼마 전 야당의원의 연설이 화제가 되었다. ‘나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한 연설은 임차인을 대변하는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임차기간을 4년으로 늘려주고 임차료 인상을 5%로 제한하면 임대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기 때문에 결국 임차인들이 더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은 집 주인이 마음대로 세입자를 내쫓을 수 없다. 시 당국은 임대료 조견표를 만들어 일정 금액 이상 월세를 받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다.

만약 월세를 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임차인을 내보낼 수 없고 시 당국이 밀린 집값을 대신 내주기도 한다. 독일처럼 임차인을 4년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야당의원이 연설했다면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집 가진 사람이 선의를 베풀 수 없게 만드는 세입자 보호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순간 결국 임대인 입장을 대변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경제학자들에게는 주택도 교육도 의료도 시장이다. 그들은 자가든 세들어 살든 내 집에서 살 권리, 교육 받을 권리, 치료 받을 권리를 제도로 보장하는 대신 공급자가 우위에 있는 시장에 맡겨두자고 주장한다.

그러면 아담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이 수요공급법칙에 의해 알아서 잘 조절해줄 것이라는 ‘신화’를 따르자는 것이다. 그러나 진짜 필요한 것은 집을 그냥 많이 지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집을 갖고 싶은 사람은 적정한 가격에 살 수 있어야 하고 전세나 월세를 살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부담 없이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공급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공급정책은 '사는 집(to live)'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살 집(to buy)'을 고가로 찍어낸 것이다. 자그마한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공공주택 비중이 80%이고 90%는 자기 집에 산다. 싱가포르 주택청의 미션은 ‘모든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집을 공급한다’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집을 갖도록 한다는 이 야심찬 정책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싱가포르 정부는 토지를 국유화하고 주택청이 집을 짓고 ‘중앙적립기금(CPF)’이라는 우리나라 국민연금과 비슷한 기금의 재원을 주택구입자금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최초 계약시 주택구입자금의 20%만 내고 매월 갚아나가면 20~30년 지나면 내 집이 된다. 모든 국민들에게 집을 주겠다는 목표와 창의적인 해법이 싱가포르의 주거문제를 해결해줬다. K방역의 신화를 쓰고 K바이오헬스로 나아가는 선도국가가 되자고 구호를 외치면서 왜 우리는 국민들의 집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가?

그 많은 전문가와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박사들이 득실대는데도 최소한 신혼부부들만이라도 살 보금자리를 마련해 줄 대담하고 과감한 정책은 도대체 대한민국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인가?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될 정책을 시장에 맡겨두고 어설픈 공급정책만 되풀이하는 것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자가든 전세든 월세든 ‘필요한 집을 모두에게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공공이 책임지는 싱가포르 방식이 집값 상승의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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