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글로벌 럭셔리 마켓에서 가장 중요한 중국 시장과, 아시아 시장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 한국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코로나19 감염 우려에도 불구, 매장에 줄 서서 명품을 구매할 만큼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지난 5월 국내에서는 샤넬 가격이 오를 거란 소식에 사람들이 백화점 셔터가 올라가자마자 매장으로 질주하는 기현상이 나타났고 중국에서 코로나19 이후 오픈한 에르메스 매장은 1일 최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명품에 대한 소비 열기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주요 브랜드의 가격 인상이 계속되고 있다. 상반기에만 루이비통이 두 차례 인상을 단행했고 샤넬과 디올이 5월과 7월에 큰 폭으로 가격을 올렸다. 8월 들어 페라가모가 인상했고 이달 25일 티파니가, 9월1일에는 까르띠에와 오메가가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1~6월 세계 최대 명품기업인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의 매출액은 184억 유로로 2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5억 유로로 71% 급감하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아시아 지역은 선방했으나 미국과 유럽의 매출이 급감한 여파였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2분기 중국에서 LVMH의 패션사업부 매출액은 65% 급성장했다. 6월부터는 미국과 일본에서 전년 수준의 매출을 회복했고 디올은 플러스 전환했다. 지역별로 2분기에 미국과 유럽 매출이 39%, 54% 줄었으나 아시아 매출은 -13%에 그쳤다. 즉 코로나19 확산이 둔화되면서 럭셔리 매출도 빠른 회복에 접어든 것이다.
전영현 SK증권 연구원은 "럭셔리 소비에서는 '이성적인 판단'보다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며 "사람들은 죽음 또는 안전에 대한 위협을 느낀 후에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소비를 늘리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SK증권이 인용한 펜실베니아 대학의 '테러 마케팅' 논문에 따르면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좋지 않은 감정을 경험했을 때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변위협 공포를 느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해 럭셔리를 선호했다. 생명이 위협받을 경우 '자기애'가 강하게 발현되면서 저축의 의미가 약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로 미국·유럽에서 도시가 봉쇄되자 오프라인 명품 소비는 줄었지만 온라인 명품 소비는 되려 늘었다. 지난 1분기 글로벌 명품기업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도 명품 온라인 부티크 채널 파페치는 1분기 매출이 전년비 45%나 성장했다.
전 연구원은 "경제가 좋지 않을 때, 코로나19로 '죽음'에 대한 인식이 소비자들의 심리에 깊게 남아있을 때, 사람들의 소비 패턴은 굉장히 독특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며 "샤넬의 오픈런(백화점 문 열자마자 매장으로 질주하는 현상)은 단기적인 이벤트가 아닌, 앞으로의 추세를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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