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허브' 네이버, 전 은행권 고속도로 뚫렸다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이학렬 기자 | 2020.08.20 16:01

금융위, 온라인 대출모집인 '일사전속' 규제 해제…은행도 빅테크 플랫폼 영향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가 지난달 28일 SME(중소상공인) 대출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있다./사진제공=네이버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들이 모든 은행의 대출 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금융권뿐만 아니라 은행권마저 강력한 빅테크 플랫폼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일 금융위원회는 온라인 대출모집인 플랫폼에 한해 '일사전속' 규제를 푸는 방안을 발표했다.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금융소비자보호법' 하위규정을 만들어 시행하는 일정이다.

일사전속이란 대출모집인이 금융사 한 곳과 협약을 맺고 해당 금융사의 대출상품만 팔 수 있도록 한 규제다. 여러 금융사와 협약을 체결하면 수수료가 높은 금융사의 상품으로 판매가 몰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이 규제가 풀리면 대출모집인이 다수 은행과 손잡고 여러 은행 대출을 알선할 수 있게 된다.

금융권은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들의 대출 '고속도로'를 놓아준 셈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네이버는 최근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미래에셋캐피탈과 공동으로 소상공인 대출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캐피탈의 지정대리인으로서 대출심사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모회사 지원 아래 플랫폼을 구축한 뒤 편의성과 접근성을 무기로 대출모집인으로서 금융사들과 제휴를 맺고 판매를 시작하면 '네이버 연합'에 합류하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그동안 쇼핑이나 부동산 등 모든 업종에서 네이버가 마음먹고 판을 벌이면 해당 기업들은 그 플랫폼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은행들도 똑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특히 1금융권에 비해 대출모집이 쉽지 않은 2금융권을 중심으로 네이버 연합이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가 수수료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를테면 수수료를 높게 주는 곳들 위주로 대출상품을 진열하는 식으로 소비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네이버가 상품 비교 플랫폼인 '네이버쇼핑'을 운영하면서 시장지배력을 남용했지 들여다보고 있다. 네이버가 쇼핑사이트 '네이버 스토어팜'이나 온라인 결제수단 '네이버페이'를 쓰는 판매자 제품 위주로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했다며 이베이코리아가 공정위에 신고한 게 발단이 됐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초저금리에 예대율 마진이 줄고 펀드 등 상품마저 위축된 상태라 네이버의 제안을 마냥 거절하기 힘들 수 있다"며 "결국 금융권이 네이버에 종속되는 결과가 훤히 보이는 데도 정부가 혜택을 몰아 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불거진 네이버와 보험사들 간 수수료 갈등이 은행권에서도 재현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자동차보험 가격 비교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광고비 명목의 수수료를 요구해 보험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은행들은 네이버가 대출 허브로서 지위를 구축하면 수수료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금융당국은 소비자피해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사전속 규제의 예외 허용 시 우려되는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해 특정 회사 상품에 대한 판매를 몰아주다 적발될 경우 제재 수위를 높이는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만든 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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