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재수사를 지시한 맥도날드 햄버거병 의혹 관련 수사가 재개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사실상 수사가 방치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감사에서 민생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의 중요성이 강조된 사건으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진척된 내용 없이 이대로 사건을 종결짓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
"수사 중"이라는데…맥도날드 관계자 소환조사는 '0회'━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현재 계속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며 "아직 피고발인을 소환할 단계는 아니고, 사건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6년 9월 네 살 아이가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려 신장 장애 2급 판정을 받은 데 대해 부모가 "당일 맥도날드에서 먹은 덜 익은 햄버거 탓"이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첫 수사 결과 검찰은 맥도날드의 과실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그러던 중 지난해 1월 '정치하는 엄마들' 등 9개 시민단체는 맥도날드, 세종시 공무원 등을 식품위생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재고발했다.
그해 10월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표창원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총장에게 "맥도날드가 햄버거병 수사 과정에서 직원에게 허위진술을 요구했다"는 의혹 제기성 질문을 건넸다.
이에 윤 총장은 "허위진술 교사가 있었다면 검찰이 철저히 수사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재수사 가능성을 시사했고, 검찰은 윤 총장 발언 8일 만에 재수사에 착수했다.
━
재수사의 변수, 피해자의 '합의'━
맥도날드 재수사가 동력을 잃게 된 데에는 피해자와 맥도날드 간 이뤄진 합의가 주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맥도날드는 피해 아이 측과 합의했다. 그동안 발생한 치료 금액은 물론 앞으로의 치료 및 수술에 필요한 제반 의료 비용을 모두 지원하기로 하면서다.
개인 간 합의가 이뤄졌다고 해서 법률상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형사적 잘못을 따지는 검찰은 수사를 계속할 수 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현실에선 합의가 이뤄지면 수사에 제동이 걸리는 게 사실이다. 피해 당사자가 의혹 당사자와 합의를 하기로 결정하면 검찰 수사에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민사적 책임과 형사적 책임은 엄연히 다른데…"━
검찰 안팎에선 해당 사건이 공익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추후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한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검찰 출신의 모 변호사는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에게 햄버거병은 치명적이고, 식품 위생에 대한 관리를 놓치는 순간 언제든 다시 이런 사건이 터질 수 있다"면서 "공익성과 밀접한 사건인 만큼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심지어 총장의 직접 지시로 다시 수사가 시작된 사건 아니냐"면서 "이런 사건을 이렇게 방치해두는 것은 검찰의 직무유기라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지난 6월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이 집단으로 용혈성요독증후군 진단을 받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사한 사건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이전에 벌어졌던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고발인 측 법률대리인인 류하경 변호사는 "재수사가 시작될 당시 이뤄졌던 고발인 조사 이외에는 수사에 아무런 진척이 없어서 답답해하던 상황"이라며 "아무리 민사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형사적 책임은 또 다른 문제기 때문에 수사를 꼼꼼히 진행해 잘잘못을 가려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