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코로나 풀어줬다" 비난, 말 안 되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 2020.08.20 05:15

[theL] 전광훈 석방·광화문 집회 일부 허용 결정 놓고 원망…합리적 비판은 안돼

전광훈 목사./ 사진=뉴스1

전광훈 목사를 중심으로 한 8·15 광화문 집회를 전후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다시 확산세를 띠면서 법원을 향한 원망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 목사를 보석 석방 결정한 것, 집회를 금지하겠다는 서울시를 가로막은 것 때문에 코로나 확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런 원망이 법원을 비판할 만한 논리적 근거는 될 수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평가다. 전 목사와 방역활동에 훼방을 놓는 일부의 일탈행위는 스스로 책임져야 할 문제다. 이들의 행위를 법원 책임으로 돌리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진다.

코로나 예방이 국민의 생명권 보호라는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인 것은 맞다. 하지만 신체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도 무시할 수 없는 가치다. 이렇게 여러 가치가 충돌할 때 한쪽을 억누르기보다 모든 가치가 최대한 실현될 수 있도록 법률을 해석하는 것이 판사의 의무다. 전 목사의 보석 석방 결정, 서울시의 집회금지통고 효력정지 인용 결정도 이런 취지였다.

앞서 전 목사는 석방을 요구하면서 "구속 후 치료가 끊겨 목과 팔 등에 마비 증상이 와서 밥도 못 먹고 세수도 못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심판을 받고 재판을 받는 것 다 좋지만 일단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며 보석을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고인의 보석 청구는 예외 사유가 없는 한 받아주는 것이 원칙이다. 불구속 재판이 형사재판의 대원칙이기 때문이다. 전 목사처럼 고령의 피고인이 병원 치료를 이유로 석방을 호소하는 경우라면 원칙대로 판단해야 할 필요가 더 크다. "전 목사 말을 그대로 믿느냐"는 비난도 있지만 상대가 전 목사라는 이유로 무조건 불신하겠다는 것은 평등 원칙에 반한다.

재판부가 전 목사의 돌발행동을 예상 못한 것도 아니다. 재판부는 전 목사의 보석을 허가하면서 위법한 집회에 참가하지 말라는 조건을 걸었다. 이를 어긴 것은 1차적으로 전 목사 본인 책임이고, 그 다음은 검·경 책임으로 봐야한다. 중요 피고인이 보석 조건을 성실히 지키고 있는지 감시하는 것은 검·경의 일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집회금지 통고의 효력을 정지시킨 것도 마찬가지다. 법원은 보수성향 단체들이 제기한 효력정지 신청 대부분을 기각하고 4.16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국투본)와 일파만파 등이 제기한 일부에 대해서만 인용 결정했다.

이는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집회를 할 수 있는지 따져보지 않고 집회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것은 지나친 기본권 제한이라 허용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그리고 이들 단체가 신고한 집회 규모로 볼 때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면서 집회를 여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들 단체가 신고한 집회 인원은 100여명 내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 내용과 다르게 광복절 당일 집회 인원이 크게 늘어났지만 이는 법원이 예상할 수 없는 변수였다. 일각에서는 "100명밖에 안 모인다는 말을 믿었다는 것은 너무 순진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지만 결과론적인 비난에 불과하다. 뚜렷한 근거가 없는데도 소송당사자의 주장을 의심하라고 하는 것은 판사에게 편견을 갖고 자의적 판단을 내리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

무엇보다 지금 법원을 비난하는 것은 방역실패의 책임은 방역당국이 져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사법불신의 근본적인 원인은 법관들에게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감정적인 동요는 이해하지만 이번 코로나 상황의 책임을 법원에만 따지겠다고 한다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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