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화웨이 추가 제재 "빠져나갈 길 없다"…끝장 날까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 2020.08.21 06:20

[길게보고 크게놀기]화웨이가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정도로 세밀화된 반도체 구매 금지조치

편집자주 |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미국의 중국 기업 화웨이 제재 강도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지난 17일 저녁,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의 반도체 구매 금지조치를 강화함과 동시에 전 세계 21개국 38개 화웨이 계열사를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특히 반도체 구매 금지조치는 더 이상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정도로 세밀화됐다.

중국의 반응도 신속했다. 지난 18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화웨이 추가 제재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히스테리처럼 변할수록 화웨이의 성공을 오히려 증명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5월 TSMC의 위탁생산 금지, 8월 미디어텍 AP 구매 금지
지난 5월 미국은 미국 반도체 기술과 장비를 사용하는 기업들이 화웨이에게 반도체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그동안 화웨이는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대만 파운드리업체인 TSMC에게 생산을 위탁해서 스마트폰에 탑재했는데, 이 방법이 막힌 거였다.

하지만 화웨이가 제3의 팹리스(반도체설계)업체가 설계한 반도체를 구매하는 건 금지하는 조항이 없었다. 즉 화웨이는 삼성전자나 대만 미디어텍이 설계한 AP는 구매할 수 있었다.

올해 화웨이 사업보고서 발표회에서 쉬즈쥔 화웨이 순환 회장도 “만약 파운드리 위탁생산이 금지된다고 하더라도 화웨이가 한국의 삼성이나 대만의 미디어텍 같은 회사에서 반도체를 구매해서 스마트폰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언론에는 화웨이가 대만 팹리스업체인 미디어텍(MediaTek)이 설계한 1억2000만개의 AP를 구매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미디어텍은 자체 설계한 AP를 TSMC를 통해 위탁생산하고 있는데, 화웨이가 미디어텍과 구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런 우회수단을 통해서 화웨이는 자사 AP인 기린시리즈보다는 다소 성능이 떨어지지만, 스마트폰의 핵심부품인 AP를 조달할 수 있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AP시장에서 미디어텍은 퀄컴(33.4%)에 이어 24.6%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삼성전자(14.1%), 4위는 애플(13.1%), 5위가 하이실리콘(11.7%)이다. 올해 미디어텍은 화웨이 주문 증가로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벌리고 퀄컴의 1위 자리도 넘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난 17일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 추가 제재안을 발표해 가능한 모든 우회수단을 차단했다. 즉 화웨이가 구매자, 중개자, 최종사용자인 경우, 수출통제 적용을 받는 항목과 관련된 모든 거래는 미국의 허가를 받도록 제재를 세밀화한 것이다.

이제 화웨이는 미국의 허가가 없이는 미국의 기술이나 장비를 이용해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어떤 기업한테서도 반도체를 구매할 수 없게 됐다. 화웨이의 미디어텍 AP구매도 불확실하게 됐다.


◇화웨이의 대응방안은?
앞으로 화웨이는 어떻게 될까? 비슷한 중국 기업 사례가 있긴 하다. 2018년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ZTE가 대이란 제재 및 대북제재 위반혐의로 7년간 미국 반도체 구매금지 제재를 받는 등 존립의 위기에 빠지면서 주가가 3분의 1토막이 난 적이 있다. 그때는 다행히 10억 달러의 벌금을 무는 등의 조건으로 제재가 해제되면서 ZTE는 살아났고 지금은 주가도 그때보다 더 올랐다.

미국은 시진핑 주석이 요청해서 그때 ZTE 제재를 해제했다고 말하고 있는 데 지금은 제재 해제를 후회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현 시점에서 볼 때, 미국은 화웨이가 쓰러지기 전에는 화웨이 제재를 멈추지 않을 기색이다.

화웨이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우선 눈에 띄는 건 부품 국산화율 제고다. 일본 휴대폰 조사업체인 포멀하우트 테크노 솔루션(Fomalhaut Techno Solutions)에 따르면, 화웨이 플래그십 모델인 ‘메이트 30’ 5G 모델은 미국의 제재 전 모델과 비교하면 중국산 부품 사용률이 25%에서 42%로 상향됐다. 반면 미국산 부품 사용률은 11%에서 1%로 떨어졌다.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 D램은 SK하이닉스, 카메라는 소니, 낸드플래시는 일본 키옥시아(Kioxia) 제품이었지만, 핵심부품인 AP, 모뎀칩, 안테나 스위치는 모두 하이실리콘 제품을 사용했다. 미국산 부품은 코닝이 만든 커버 글라스 밖에 없었다.

장기적으로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반도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 3월 BCG가 발표한 ‘중국과의 무역규제가 어떻게 반도체에서의 미국 리더십을 끝낼 것인가’는 중국에 대한 무역규제가 미국 반도체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간의 전면적인 디커플링이 발생한다면 미국 반도체산업의 매출액과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각각 2018년 2260억 달러와 48%에서 향후 1430억 달러와 30%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의 화웨이 추가 제재안이 발표된 다음날인 18일 중국 선전에서 개통된 지하철10호선에는 화웨이 본사로 바로 연결되는 ‘화웨이역’이 있다. 화웨이가 미국의 전방위적인 제재에도 쓰러지지 않는다면, 화웨이는 오히려 더 강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왠지 화웨이가 쉽게 쓰러지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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