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가평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5분 만에 남이섬에 입도한 관광객들은 맑게 갠 하늘 아래 남이섬 풍경을 둘러보며 연신 감탄사와 함께 셔터를 눌러댔다. '남이섬 침수' 소식에 관광객이 줄어든 터라 비교적 여유롭게 섬을 둘러볼 수 있었다.
남이섬 곳곳 포토존마다 붐비지 않아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모처럼 여유와 힐링을 만끽했다.
남이섬 관계자는 "자라섬에 비해 남이섬은 지대가 높다. 완전히 침수된 자라섬을 보고 우리도 놀랐지만 남이섬은 무탈했으며 섬 끝부분은 다음날 완전 복구됐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듯이 남이섬은 지난 8일 곧장 개장했다.
긴 장마를 거친 직후라 그런지 남이섬이 자랑하는 자작나무숲, 메타세콰이어길, 연못 유영지의 연꽃들은 한결 싱그러운 초록빛을 내뿜었다.
섬 중심부 왓에버센터 티하우스 차담에 들러 지리산에서 온 녹차와 홍차를 즐기며 직원들에게 보다 더 섬을 즐겁게 둘러볼 수 있는 방법을 전수받았다.
왓에버센터 주변에는 한식, 양식, 중식, 간식, 그림책마을, 전시미술관, 수영장 등 맛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부하다. 어른보다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볼거리와 음식이 다양하다.
걷는 동안 타조가 반기고 공작새가 곁에 다가오며 토끼도 이따금 술래잡기를 청하듯 근처에서 뛰놀았다.
힐링 숙소로 각광받는 '호텔정관루' 부근에 위치한 '엘리시안 폭포정원'은 50여년 전 설치돼 섬 내 용수를 공급해 왔던 물탱크를 재활용해 새생명을 얻은 곳이다. 폭포이름은 북한강에서 동반성장하자며 2016년 상생협약을 맺은 '엘리시안 강촌'에서 유래했다.
폭포 근처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가 많아 흩날리는 물방울들이 싱그럽게 퍼져 언제나 땅이 촉촉이 젖어있다. 앞으로는 폭포물이 흐르고 주변으로는 북한강물이 둘러싸고 있어 강바람이 유난히 시원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남이섬은 단 한 방울의 오수도 강으로 흘러보내지 않는 무방류 시스템을 운용중이다. 오수가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을 최소화하는 게 최우선 운영정책이지만, 식당이나 숙박시설, 화장실 등에서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오수는 정화처리장에서 1급수로 처리된다.
이렇게 정화된 물은 섬 내 작은 논으로 보내져 쌀과 보리, 콩, 옥수수가 자라게 하면서 또 섬 내의 크고 작은 연못을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증발된다. 남이섬 호텔정관루 뒤편에 위치한 연못 유영지(柳影池)와 섬 중앙에서 싱그러운 연꽃을 자랑하는 환경연못 연련지(戀蓮池)는 무방류 시스템 속에서 언제나 맑고 투명하다.
한국 최초로 유니세프가 지정한 어린이 친화공원인 남이섬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많다. 특히 숲 속 한가운데 자리 잡은 호텔정관루 야외수영장 워터가든은 아이들에게 안성맞춤인 물놀이 장소다.
올해는 수영장 형태가 아닌 무인·무료·자율 이용시설로서 '숲 속 물놀이터 워터가든'으로 재단장했다. 이달 23일까지 이용 가능하며, 물놀이터·탈의실·샤워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단, 물놀이에 필요한 물품(물놀이용 신발, 여분 옷, 타올 등)은 개인적으로 지참해야 한다.
자연숲이 무성한 남단에서 만나는 헛다리길은 꾸준히 사랑받는 포토스팟이다. 통나무를 엮어 만든 길로, 섬 최남단 창경원에서 이어진다. 나무 틈 사이로 북한강물이 흘러가는 소리가 잔잔하게 들리며, 강물 위를 한적하게 떠다니는 오리배가 운치를 더한다. 섬에서 가장 고요한 곳이기도 한 헛다리길은 헛헛한 마음을 달래고, 함께 걷는 이들에게 마음의 다리를 놓아주는 곳이기도 하다.
강물과 닿을 듯 말 듯한 동쪽길 한켠의 논습지는 보리를 수확한 자리에 모내기를 마쳤지만, 논 한 귀퉁이에는 베지 않고 남겨둔 보리가 누렇게 익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새들을 위해 일부러 남겨놓은 모양이다. 논습지라고 이름 붙여놓은 것만 보아도 자연과 더불어 생명의 가치를 지켜가는 남이섬만의 특별한 논임을 알 수 있다.
남이섬 관계자는 "항상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남이섬은 이번 집중호우와 댐 방류 며칠 운영을 중단하고 재정비했다. 그 여파가 다소 와전된 터라 지금은 섬을 찾는 관광객들이 여유롭게 거닐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남이섬의 8할은 나무와 물이다. 그 나무들 사이로 한없이 뻗어있는 길. 섬의 외곽길을 따라 유유히 흐르는 북한강의 물소리, 코 끝에 싱그러이 와닿는 풀내음. 숲속을 걷다 보면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 된다"며 "여름은 남이섬의 자연이 가장 돋보이는 계절이다.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어도 맘 편히 떠날 수 없는 여름, 남이섬 숲 속에서는 자연의 단순하고 명쾌한 진리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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