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속 야당' '그림자내조'…역대 영부인 내조 스타일은?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 2020.08.16 05:31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5월20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한국문화홍보 채널 개국식 및 코리아넷 명예기자단 발대식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사진=뉴스1,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최근 수해 피해를 입은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를 깜짝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역대 '영부인'들의 행보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육영수·이희호·김정숙…'활동형 퍼스트레이디'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1월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2020 한국불교지도자 신년 하례법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청와대 제공
김 여사는 '유쾌한 정숙씨'라는 별명을 가졌을 정도로 활발하고 생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필요한 순간엔 제일 먼저 나서고, 서민들과 만날 땐 먼저 다가가 친근하게 말을 거는 성격으로 유명하다.

그의 내조 스타일도 성격만큼이나 적극적이고 활발한 편이다. 가장 유명한 일화는 2017년 5월13일 청와대로 이사를 준비하던 중 자택을 방문한 60대 민원인에게 '라면을 먹고 가라'며 손을 잡아 결국 컵라면 하나를 쥐여주며 달래줬던 일이다.

김 여사는 같은 해 폭우 피해를 입은 충북 청주를 찾아 수해복구를 도왔다. 최근 '몰래 방문'했던 모습처럼 '영부인'이라는 격식을 벗고 밀짚모자에 고무장갑, 편안한 옷차림으로 함께 했다.

육영수 여사./사진=뉴스1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도 전형적인 '활동형 퍼스트레이디'로 꼽힌다. 국민들에게 영부인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각인시킨 육 여사는 영부인 보좌를 위한 청와대 비서실을 최초로 만들었다.

이후 '양지회'와 '육영재단' 등 독자적 사업영역을 구축해 여성·장애인·아동 등 소외된 약자를 위한 봉사활동을 벌였다. 한센병에 대한 혐오가 심하던 시절, 소록도 한센병 환자를 청와대로 초청해 다과를 베풀기도 하는 등 끊임없는 '봉사'를 해왔다.

독재자로 평가받았던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육 여사는 따뜻하고 반듯한 성품을 지녔던 것으로 전해진다. 남편에게 쓴소리도 불사하면서 '청와대 속 야당'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희호, 영부인 아닌 '여성운동가'로 평가해야


이희호 여사./사진=뉴스1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도 적극적으로 내조에 나섰다. 하지만 이 여사는 '영부인'보다 여성운동가이자 사회운동가, 민주화 투사로 기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지난해 6월 이 여사가 별세하자 문 대통령은 "여사님은 정치인 김대중 대통령의 배우자, 영부인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1세대 여성운동가"라고 말했다.

1952년 여성 지도자들과 함께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여성문제연구원'을 창립한 이 여사는 '혼인신고 합시다' '축첩자(첩을 둔 자)를 국회에 보내지 말자' '아내를 밟는 자 나라 밟는다' 등의 캠페인을 전개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2017년 10월28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고등학교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20회 사랑나누기 바자회 한마당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1989년에는 당시 김대중 평화민주당 총재와 힘을 합쳐 가족법 개정을 이끌었고, 1998년 영부인이 된 후에도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해왔다. 2001년에는 정부 수립 이후 첫 여성부가 탄생하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그 밖에도 양성평등법 제정, 여성재단 설립 등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별세 1년 전인 2018년에도 '미투 운동'에 대한 지지의 뜻을 밝혔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용기 있게 나서는 거 보면 좋다"며 "대견하고 고맙다. 더 단호하고 당당하게 나갔으면 좋겠다"는 여성운동가의 응원을 남겼다.


한 발 뒤에 조용히, 그림자처럼 내조한 손명순·김윤옥


손명순 여사와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사진=뉴스1
반면 대통령의 등 뒤에서 조용히 내조한 영부인들도 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는 영부인 시절 참모 부인들과의 모임을 없앴을 정도로 대외 활동을 자제했다.

청와대에서 생활한 5년 동안 수행원, 운전기사, 여성 직원들을 위한 식당이나 휴게실을 챙기는 '그림자 내조'를 해왔다. 따뜻하게 사람들을 챙기던 손 여사는 상도동 자택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위해 된장국을 준비했다고 회자되곤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사진=뉴스1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도 '그림자내조' 스타일로 전해진다. 직접 앞에 나서진 않지만 이 전 대통령에게 '악수할 땐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라' 등의 세세한 충고를 하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경제살리기'에 집중한 이 전 대통령 대신 보육·복지 정책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제2부속실장에 박명순 경인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를 발탁하고 첫 공식행사로 소외이웃 돕기에 참여하는 내조정치를 이어왔다.

이순자 여사./사진=뉴스1
하지만 모든 영부인들은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순자 여사는 사치스럽다는 지적을 자주 받아왔다. 이 여사는 새세대육영회, 새세대심장재단 등을 설립하며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이후 비리 의혹에 휩싸이는 등 구설에 휩싸였다.

2017년 '당신은 외롭지 않다'는 자서전을 발간한 이 여사는 "우리 내외도 사실 5·18사태의 억울한 희생자"라고 주장해 큰 공분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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