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당국이 중국 외교정책 최고 책임자인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방한을 이르면 다음 주 중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한국행은 하반기로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논의하기 위한 성격으로 보인다. 동시에 미중 전략갈등이 격화한 가운데 중국의 입장을 한국에 전달하는 자리도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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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이르면 9월 방한?━
양제츠 정치국원이 방한한다면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한중관계 현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양제츠 정치국원은 외교부 장관 격인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보다 직책이 높은 중국 외교라인 최고위급 인사다. 시 주석 방한 전 외교라인 최고위급간 의제조율을 위한 방한일 가능성이 높다.
시 주석 방한은 원래 올해 상반기로 지난해 말 한중 양국이 공표했다가 연초 시작된 코로나19(COVID-19) 확산에 미뤄졌다. 정부는 시 주석 방한과 관련 "올해 내에 조속히 방문한다는 원칙에 공감이 있다(7월 22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며 ‘하반기 중 방한 추진’ 입장을 유지해왔다.
시 주석 순방 전 최고위급의 사전 의제조율이 약 한 달 앞선 시점쯤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시 주석의 방한이 이르면 다음 달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0월엔 중국 국경절 연휴(1~8일)와 시 주석이 주재하는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9기 5중전회)가 예정돼 있다. 통상 5중전회가 10월 20일 전후 2박 3일간 열리는 걸 고려하면 9월 중이나 10월 말께가 유력한 방한 가능 시점 꼽힌다. 물론 11월 이후도 가능하나 시 주석이 방한한다면 11월 3일 미 대선 전일 가능성이 크다고 외교가에선 관측한다. 미 대선 결과가 외교전략에 또다른 변수가 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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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갈등 속 시진핑 방한 추진…한국은 무엇을 얻을까 ━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양제츠 방한이 성사된다면 미중간 현안에 대한 중국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며 "한중이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논의가 얼마나 원만히 진행되느냐가 시 주석 방한 의제, 일정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실제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양측 모두 원론적 입장을 크게 벗어난 입장을 명시적으로 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예컨대 중국 측이 패권주의 비판·다자주의 강화 등 메시지를 내며 미국을 우회 비판하고, 한국은 ”경제통상에서 공정·호혜적이고 개방적·포용적인 규범적 접근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부 방향을 재확인해 교집합을 확인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
기업인 신속통로 등 한중간 방역협력 성과도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후 미국의 공세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중국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방역 모범국이자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과의 관계를 부각하는 게 외교적 고립을 돌파하는 최적의 방법일 수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한국은 중국의 외교적 상황을 전환하는 데 아주 유리한 파트너"라며 "현재 시 주석 방한은 한국보다 중국이 더 시급히 필요로 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 입장에선 북한과의 대화 동력을 만드는 데 중국의 지원이 필요하다. 북한은 우리의 대화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 한중이 함께 대북 인도적 지원이나 재해협력을 구상할 수 있다.
'화웨이 금지령' 등 미중간 현안이 된 사안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로선 '기업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10월 한중 당국이 '봉합'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의 경우, 현 시점에서 한중 양측 모두 이를 자극할 유인은 크지 않아 보인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화웨이 등 미중간 갈등이 첨예한 이슈는 공개적으로 언급되지 않을 것”이라며 "한중 경제협력과 한반도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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