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사직 "의사 부족" vs 의사직 "처우개선부터"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 2020.08.13 14:06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에 반대하는 전공의 집단 휴진을 하루 앞둔 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들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충 계획을 두고 의료계 입장이 의사와 비의사직으로 갈라섰다. 오는 14일 대한의사협회가 집단 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의료계 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데다 정부가 정면돌파 의지를 보이면서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의대 정원 확충을 두고 대한전공의협회(대전협)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사 수를 늘리는 미봉책에 불과하며 의료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반면 비의사직 의료계 종사자로 구성된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의사 부족으로 간호사가 처방을 내리는 불법 의료가 만연하다"며 "전체 보건의료인력 확충이 시급한데 의협이 의대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한없는 간호사·PA가 처치·처방"…의사 포함 의료인력 늘려야


보건의료노조가 13일 오전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전국 공동행동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김주현 기자


전국보건의료노조는 13일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와 전체 보건의료인력 확충과 공공의료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와 의료기사, 병원 내 사무직, 간호조무사, 약사 등으로 구성된 단체다.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 가운데 의사를 뺀 나머지 종사자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60% 정도가 간호사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상급종합병원 간호사 A씨는 "대학병원에서조차 전공의가 부족해 의사 업무를 간호사나 PA(진료보조인력)가 처리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불법 의료가 만연해 환자들의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조사에 따르면 전국 8개 대학병원의 PA는 717명으로 기관당 평균 90명 정도다. 지난해 조사에서 15개 대학병원의 PA가 평균 51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증가 속도가 빠르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PA들은 환자 수술 부위를 봉합하는 대리수술이나 의사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처방을 하는 대리처방, 진료기록지·진단서 등 작성, 휴일 의사업무 대행 등 의사인력 부족으로 생기는 업무 공백을 메우고 있다. 이같은 의사 업무를 간호사와 PA가 대행하는 것은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의협에서는 지역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를 더 줘야한다고 말하지만 주요 지방의료원 14곳의 의사 인건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의사들은 병원 내 비의사직보다 6~7배 많은 인건비를 받고 있고 최고 연봉은 5억원을 넘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의 공공의료원에서는 5억원을 주면서도 의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의사를 구하기 위해 인건비를 올리다보니 다른 인력에는 인건비를 제대로 주지 못하는 악순환"이라고 지적했다.


의협 파업 D-1…"의대 정원 충원보다 진료 환경과 처우개선이 우선"


집단휴진에 들어간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뉴스1


정부는 지난달 23일 의료인력 부족과 지역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2022년부터 최대 400명 늘려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추가 양성하겠다고 확정했다. 이 가운데 3000명은 의사가 부족한 지방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지역의사로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의사단체는 정부 발표에 즉각 반발했다. 의협은 "사회 유지를 위해 필수 분야에 걸맞은 지원과 대우를 하기보다 그저 일회용 건전지로 잠시 활용하기 위한 얄팍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모순을 개선하기보다는 강화·고착화시킬 것이 분명한 하책 중의 하책"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7일 하루동안 전공의들이 집단 휴진에 돌입한 데 이어 오는 14일에는 전공의와 전문의 등 의사협회 전체가 파업에 들어간다. 지난 7일 전공의 휴진 때 업무를 대신했던 전문의들까지 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진료 공백이 우려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이날 담화문을 내고 "정부는 의사협회 집단휴진 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로 환자의 건강과 안전에 위해가 생긴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박 장관은 "의대정원 확대는 의사협회와 정부의 의견이 다르지만 의료계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문제"라며 "단순히 의사의 수를 확충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지역에, 필요한 진료과목에 의사 정원을 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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