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중국 3파전 양상으로 진행되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개발 레이스에 러시아가 깜짝 선두를 선언하고 나서면서 개발속도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건의 백신 임상시험에 돌입해 코로나19 종식 시기를 앞당길 것이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12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서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 관련 임상시험 중 가장 앞섰다고 평가받는 곳은 △아스트라제네카-영국 옥스퍼드대 제너 연구소(바이러스벡터 백신)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앤테크(RNA 백신) △중국 칸시노바이로직스-군 연구소(불활성 백신) △미국 모더나(RNA 백신) 등이다.
그러나 지난 11일 러시아가 코로나19 백신을 등록했다고 밝히면서 3국 위주의 개발경쟁 양상이 뒤집혔다. 코로나19 백신을 공식적으로 사용하도록 허가한 것은 러시아가 처음이다. 백신명을 1957년 구 소련이 쏘아올린 인류 첫 인공위성 이름을 딴 '스푸트니크V'로 지은 것도 이런 배경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신의 딸이 이미 백신 접종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백신이 효과를 나타낼지 의심하는 전망도 있다. 해당 백신이 국제적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수천명에서 수만명을 상대로 한 임상 3상을 거치지 않았고 이전 임상결과도 일부 공개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는 러시아 백신에 대한 사전 자격인정 절차를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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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초기 임상서 중화항체 형성”━
특히 이번 독일 시험에서는 백신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고도의 면역세포인 ‘T세포’ 반응을 만들어냈다. T세포는 인체에 침투한 병원균과 바이러스를 겨냥해 제거하는 면역세포다.
화이자는 “피실험자 일부가 독감과 비슷한 증상을 호소한 것 외에는 심각한 부작용을 나타내지 않았다”며 “백신의 효과성 증명을 위해 이달 말 최대 3만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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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캔시노 “전원 면역반응 확인”━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의 백신은 개발 속도가 빠른 편이다. 이달부터 8000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올해 9월부터 영국, 10월부터 미국에 백신을 출시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중국 캔시노 바이오로직스도 성인 508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실험용 백신을 1회 접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다만 기존 아데노바이러스(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됐던 사람에게서는 면역반응이 감소하는 징후가 나타났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 테라퓨틱스는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초기 임상시험에서 실험 대상자 45명 전원이 항체 형성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모더나는 지난달 27일부터 백신 개발의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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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개발 박차…제넥신·메디톡스 임상 진행중━
제넥신이 개발한 후보물질 ‘GX-19’은 DNA 조각을 주입해 인체 내에서 바이러스 조각을 만들어 항원으로 기능하게 하는 DNA 백신이다. 6월19일 국내에서 임상 1상을 위한 인체 투여를 시작했다. 9월까지 마친 뒤 하반기 임상 2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호주 백신 개발 기업 '박신'과 손을 잡고 성인 40명을 대상으로 단백질 백신 '코박스19(COVAX-19)'에 대한 임상 1상을 시작했다. 결과는 이달중 발표할 예정이며 향후 국내에서도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백신 개발 소식이 잇따르고 있지만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는 게 방역당국의 입장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백신 개발은 여러 변수가 많다. 등장하지도 않은 백신을 기대하는 것은 매우 성급하다"며 방역수칙·거리두기 준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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