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채팅 꾐'에 돈벌러 나선 장애인 속여 휴대폰 개통…피해액 800만원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20.08.12 07:06

단 3일간 7개 통신사 상품 계약했지만 아무런 제약 없어
장애인 명의 도용하는 범죄 많아…각별한 주의 필요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19년 5월26일 김민준씨(가명·39)는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형이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어머니의 연락을 받았다. 형 김민혁씨(가명·41)는 중증지적장애인으로 어린아이 수준의 판단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사라진 형을 찾기 위해 민준씨는 실종신고를 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형을 찾아달라는 글을 올렸다.

나흘 만에 형의 행적을 찾았다는 연락이 온 곳은 형이 살고 있던 전북 김제시에서 100㎞ 가까이 떨어진 광주광역시 한 농협이었다. 농협 직원은 민혁씨가 통장을 재발급받으러 창구를 찾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농협 폐쇄회로(CC)TV를 추적한 경찰은 결국 민혁씨를 찾았다. 그런데 민혁씨는 단순히 실종된 것이 아니었다. 실종된 나흘 사이 민혁씨의 명의로 고가의 휴대전화가 여러 대 개통돼 있었다. 그 비용만 수백만원이었다.

12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따르면 민혁씨는 최근 통신사 2곳을 대상으로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의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와 홈서비스 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혁씨가 제출한 소장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해보면 2019년 5월 전북 김제시에 살고 있던 민혁씨는 같은 복지관을 다니며 알게 된 또 다른 지적장애인 송모씨로부터 한 여성과 채팅을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호기심에 여성과 채팅을 시작한 것이 악몽의 시작이었다. 이 여성은 자신의 몸을 보여주며 민혁씨에게도 몸을 보여 줄 것을 요구했고 후에는 '채팅 내용을 주변에 알리겠다' '경찰에 신고를 하겠다'며 돈을 요구했다.

여성이 요구한 돈은 80만원. 하지만 수중에 돈이 없었던 민혁씨는 이 여성을 소개해준 지인 송씨를 찾아갔다. 송씨는 광주광역시로 가서 돈을 벌자고 민혁씨를 꼬드겼다.

송씨의 소개로 찾아간 곳에는 이번에도 민혁씨를 이용해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2019년 5월26일 송씨는 광주에서 만난 두명의 남성을 '깡패'라고 소개하면서 민혁씨에게 이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장기를 팔 것이다'는 식의 협박을 해오기 시작햇다.

이후 이들은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 동안 김씨의 명의로 휴대전화을 개통하고 TV 등 홈서비스 상품을 계약했다. 송씨에게 본인의 휴대전화를 뺏앗긴 상태라 민혁씨는 가족들에게 연락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휴대전화 4대와 홈서비스 3건의 계약이 민혁씨의 이름으로 체결됐다.

29일 동생인 민준씨가 형을 찾았을 때 민혁씨를 데리고 다녔던 일당은 민혁씨가 '스스로 자기들을 찾아와 휴대폰을 개통해 달라고 했고 자기들은 요구를 들어줬을 뿐'이라고 발뺌을 했다. 그리고 이들은 피해액도 보전해 주겠다고 말했다.


민준씨는 이들의 말을 믿었지만 이 역시 거짓말이었다. 사건이 종결됐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온 민준씨는 1년여쯤이 지난 뒤 형과 어머니가 살고 있는 김제 고향 집을 찾았다가 수북히 쌓여있는 통지서를 발견했다.

약속과 달리 형의 명의로 된 휴대전화의 할부금이 납부되지 않아 신용정보회사로 채권이 넘어갔고 돈을 갚으라는 통지서가 계속 오고 있었던 것이다.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던 일당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계산해본 피해액은 약 800만원 정도였다.

가해자들은 자취를 감췄고 신용정보사와 통신사에서는 채무탕감 등의 구제방법이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민준씨는 "장애인들이 사기를 당했을 때 구제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라며 "모든 피해는 결국 가족들의 몫"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민혁씨의 법률 대리를 맡은 유창진 법무법인 명천 변호사는 먼저 채무의 책임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민사소송을 진행한 뒤 민혁씨에게 휴대전화 등의 개통을 유도한 일당을 형사 고소할 예정이다.

유 변호사는 민혁씨가 협박을 당했다고 이야기하고 있고 휴대전화 개통 계약서 일부에 민혁씨의 필적과 다른 서명이 들어가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협박, 사문서위조, 사기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민혁씨의 사건과 같이 장애인이 명의를 도용당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셀 수도 없이 많이 접수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연구소는 "지적장애인의 인지적 특성을 악용한 장애인 대상 범죄는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하는 협박 유인, 금전적 착취가 결합된 인신매매범죄"라며 "사법당국은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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