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집권+5년 더' 루카셴코의 트럼프-푸틴 외교 줄타기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 2020.08.12 06:16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사진=로이터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 불리는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6연임이 확정되자 유럽연합(EU)과 미국은 우려를, 러시아·중국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벨라루스 국영방송사 출구조사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은 80%의 득표율로 압승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1994년부터 26년째 연임 중이다. 이전 대선에서도 개표 과정 등에 문제가 제기됐는데 이번에도 참관단의 선거 참관이 불허돼 제대로 된 감시가 없는 상태에서 선거를 치렀다.

EU 국가들과 미국은 '자유롭고 공정하고 민주적인 선거'가 아니었다며 현재 벨라루스 내에서 일어난 야권 시위대에 대한 정부의 강경 진압을 규탄했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루카셴코의 재선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며 '상호이익이 되는 양국관계'를 강조했다.


벨라루스의 지정학적 줄타기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로이터
벨라루스는 EU와 러시아 사이에 자리한 인구 1000만의 작은 나라다. 그러나 지정학적으로 양쪽 모두의 관심을 받는다. 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와 러시아 간 전선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다.

벨라루스는 전통적으로 러시아의 주요 동맹국이면서도 러시아에 의존하지 않는 전략을 써왔다. 특히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를 침공하자 2015년 EU·미국과의 외교 관계를 활성화해 균형을 맞췄다. 2016년 EU·미국은 선거부정과 야권 탄압 등을 이유로 2011년 가했던 루카셴코 대통령에 대한 제재도 해제했다.

벨라루스는 다른 동유럽 국가들이 EU 가입을 원할 때도 가입 신청을 하지 않은 국가 중 하나다.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긴밀하게 협력하면서도 나토 가입국인 주변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과 안보 조약을 맺고 있다.


30년 독재의 길 연 루카셴코


9일(현지시간) 벨라루스 대선 결과가 나오자 항의하며 거리로 나온 시위대/사진=로이터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의 '유럽 안보의 중재자' 역할을 강조해왔다. 선거부정과 정치적 독재 때문에 서방국가의 제재를 받으면서도 동시에 역할을 맡아온 배경이다.

EU·미국에 루카셴코 대통령은 일종의 '독배'다. 벨라루스가 러시아와 밀착해있긴 하지만 루카셴코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주권 침해엔 강력히 반발하는 등 강한 모습을 보였다.

루카셴코가 패배해 현 야권 인사가 대통령이 되면 벨라루스가 한층 EU·미국에 기우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루카셴코는 푸틴의 동유럽을 향한 야욕을 억제하면서도 서방과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EU·미국은 루카셴코의 입지가 흔들리면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몇 년간 마찰을 빚은 푸틴 대통령이 루카셴코의 승리를 축하하며 관계 개선에 나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사실상 종신집권이 가능한 개헌한을 확보한 푸틴으로선 연대 의지를 내비쳐 루카셴코를 제 편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토에 대항할 전선을 굳건히 하려면 벨라루스와의 관계를 개선할 필요도 있다.

이번 부정 선거 논란에 EU·미국은 일단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독일은 “민주주의 선거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벨라루스 제재 재개를 요구했다. 미국도 "이번 대선은 자유롭지도 공정치도 않았다. 시위대에 대한 폭력과 구금, 인터넷 폐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다만 러시아·중국이 루카셴코에 '줄' 대는 상황에서 EU·미국이 비난·제재 수위를 조절할지 주목된다.


'독재' 멈추라는 벨라루스 시민들


대선 결과에 불복해 항의하는 시위대를 진압하는 벨라루스 경찰들/사진=로이터


벨라루스 야권은 이번 선거가 루카셴코 대통령의 행정력 동원으로 절대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졌으며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이유로 선거 감시단 수를 제한해 불법·편법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9일(현지시간) 수도 민스크를 비롯해 비텝스크, 브레스트 등 전역 도시에서 주민들이 몰려나와 새벽까지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충돌했다. 벨라루스 수사당국은 대선 결과에 불복해 폭력 시위를 벌인 야권 지지자 등 3000여 명을 체포했다. 벨라루스 수사위원회는 폭력 시위 가담자들이 8∼1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

루카셴코는 지난 26년간 자유 언론과 야권을 탄압하고 약 80%의 산업을 국가 통제하에 두는 등 옛 소련 스타일의 권위주의적 통치를 이어왔다. 1996년 국민투표로 초대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7년으로 늘렸고 대통령에게 의회 해산권과 선관위원·헌법재판관·일부 국회의원 임명권을 부여하는 등 대통령 권한을 강화했다.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벨라루스 경제는 마이너스 4~5%의 역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경제적 불안, 코로나19에 대한 황당한 주장 등으로 루카셴코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코로나19가 정신병에 불과하며 보드카와 사우나, 운동 등으로 극복할 수 있다면서 방역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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