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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이후 에어컨 판매량 '뚝'...제습가전만 불티━
한 대형 양판점 관계자는 "현업부서의 요청으로 올해는 에어컨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5~6월엔 이른 더위로 지난해보다 판매가 늘었지만 7월 이후 열대야가 사라지고 장마가 계속돼 현재 설치 대기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판매 수치를 공개한 전자랜드의 경우 지난 7월 에어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3%나 줄었다. 온라인 쇼핑몰인 G마켓도 7월 에어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59% 급감했다.
장마가 길어지며 반대로 제습가전 판매는 늘었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의류관리기와 건조기, 제습기 등 제습가전 3종 매출은 지난해 대비 50% 증가했다.
하지만 제습가전은 판매 단가가 에어컨보다는 저렴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매출 감소를 상쇄하진 못한다. 에어컨은 다른 가전제품보다 수익성도 높아 에어컨 판매 감소는 가전업계의 영업이익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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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에 비례하는 에어컨 판매량…최근 3년간 기록적 판매━
스탠드형 에어컨 신제품의 경우 수백만 원을 호가하며 벽걸이형도 설치비를 포함하면 50만원을 훌쩍 넘는다. 이처럼 고가 제품이지만 소비자들은 에어컨을 계획적으로 소비하기보다 날씨에 따라 에어컨 구매에 적극 나서거나,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일례로 2016~2018년은 기록적인 여름 무더위가 이어지며 에어컨 판매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2017년 국내 에어컨 판매량은 250만대를 처음 넘으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2018년에도 이 같은 판매 호조세는 이어졌다.
최근 3년간이나 여름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며 에어컨을 주문해도 설치 대기가 한 달 가까이 밀리자 소비자들은 여름 전에 구매를 서두르는 모습까지 보였다.
지난해는 이런 소비심리와 때 이른 무더위가 겹치며 5월 에어컨 판매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6~7월에는 폭염이 한풀 꺾이며 에어컨 판매량이 전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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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 제발 끝나라"...업계, 늦더위에 한가닥 '희망'━
그러나 실제 7월 중순 이후부터 한 달 가까이 폭우가 계속되고 있다. 사실상 올해 에어컨 판매는 최근 3~4년 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한 가전 유통업체 관계자는 "올 여름 무더위 예보가 많아 에어컨 생산량을 늘리는 등 준비를 많이 했는데 난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가전업계는 8월 중순 이후 장마가 끝난 후 늦더위에 마지막 희망을 건다. 장마 이후 무더위가 9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를 또다시 믿는 분위기다. 한 온라인 쇼핑업체 관계자는 "장마가 끝나는대로 이달 중순부터 폭염이 온다는 예보가 있어 에어컨 판매에 반전이 가능할 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업체들은 에어컨 공장 가동률이 평년보다 낮지만 연간 실적에 큰 타격을 주진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루 8시간씩 공장을 돌리고 있다"며 "체계적인 공급망 관리 덕분에 에어컨이 잘 팔리지 않았다고 해도 재고를 걱정하는 수준은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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