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앱(애플리케이션) ‘어디든’(가칭)을 켜고 자장면·탕수육을 주문하자 10분 뒤 드론(무인기)이 한강공원 내 돗자리에 앉아 있는 커플고객을 찾아 가져다 준다. 예전엔 한강공원 배달존에서 배달오토바이를 기다려야 했다. 이동한 거리만큼 통행료를 정확하게 자동 징수하는 차세대 시스템이 구축·운영되면서 추석 귀성·귀경길 톨게이트에 길게 늘어선 모습은 이제 옛 풍경이 됐다.
이는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이 구축되면 우리 일상에 일어날 수 있는 변화를 상상해 본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14일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orea Positioning System·KPS) 개발사업'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에 착수했다. 향후 5개월 가량의 심의를 거쳐 사업 착수 여부를 가리게 된다. KPS가 예타를 통과하면, 고층빌딩들이 빽빽이 들어선 빌딩 숲 등 전파를 정상적으로 수신하기 어려운 도시에서도 정밀한 위치정보를 제공, 이를 활용한 다양한 편의서비스가 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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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S 어떻게 운영되나━
경사지구동기궤도위성은 저궤도위성, 정지궤도위성이 공전하는 궤도보다 높은 고도인 준천정궤도에서 활동한다. 이는 서울 중심 상공으로 3만7000km~3만9000km 사이에 위치하는데 미국 GPS 위성이 머물고 있는 2만200km 보다 높은 곳이다. 이 위성을 우주에서 바라보면 한국과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 상공을 ‘8’자 모양으로 비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KPS의 위치신호 역시 이 지역에 한정돼 제공된다.
정지궤도위성 3기는 한반도에 늘 신호를 보낼 수 있고, 나머지 4기의 경사지구동기궤도위성 중 최소 1대 이상은 대한민국 상공에 머물게 설계됐다. 허문범 항우연 항법기술연구실장은 “지구를 돌다가 우리나라 상공에 위치할 때는 매우 높은 상공에서 ‘0’을 그리며 비행하기 때문에 고층건물이나 산지 지형에 상관없이 미국 등 다른 국가의 GPS 위성들보다 훨씬 정확한 위치정보를 전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현재 쓰는 미국 GPS는 높은 건물이 많은 도심에선 신호가 많이 부족하다. 항법위성 수(31개)가 지구 전체를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많지 않은 데다 공용으로 쓰는 신호 정밀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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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S 구축 위해 ‘넘어야 할 산’━
항우연은 KPS를 통한 직·간접적 경제적 파급효과가 약 12조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정병선 과기정통부 1차관은 “현재는 미국과 러시아, EU, 인도, 중국, 일본 등 6대 우주 강국만이 독자 항법위성을 보유하고 있지만, KPS를 통해 세계 7대 우주 강국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항우연에 따르면 KPS를 올리면 다른 나라 위성들과의 주파수 간섭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한·미, 한·일 등 양자 간 국제협력 정례화 및 주파수 조정·승인, 감시국 설치를 위한 주변국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개발을 시도한 EU(유럽연합)의 갈릴레오(글로벌위성항법시스템) 사례를 보더라도 기술적으로도 많은 준비가 요구된다. 갈릴레오는 애초 서비스 개시 목표가 2008년이었다. 이를 위해 첫 항법위성을 2005년에 쏘아 올렸지만, 실제로 일부 초기 운영단계에 들어간 건 2016년부터다. 항법 정보를 만드는 지상시스템의 기술 난이도가 높아 그만큼 늦어졌다는 설명이다.
KPS도 정확하고 안정적인 위치정보를 서비스하려면 위성제작과 함께 지상시스템도 잘 만들어야 한다. 항우연에 따르면 KPS 항법시스템은 위성이 실시간으로 쏟아내는 신호는 한반도와 인근 국가 15곳에서 수신하고, 수신한 데이터는 우리나라 지상국으로 보내진다. 지상국은 이 신호를 걸러내고 처리해 정확한 항법 정보를 만든 뒤 다시 항법위성으로 올려준다. 위성은 그 신호를 받아 다시 지상으로 뿌려주는 형태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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