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에 후드 어때? 어린이 디자이너 한복을 짓고 입다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 2020.08.15 13:35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한복진흥센터 '한복디자인프로젝트 공모전' 시상..조은수 어린이 특별상

후드가 달린 한복을 입어보는 조은수 어린이/사진=한복진흥센터

‘한복을 입으면 꼭 댕기머리를 해야 할까? 후드가 있는 한복은 어때’

초등학교 5학년 조은수 어린이가 가진 의문이다. 올해 봄을 특별하게 보낸 은수는 코로나19(COVID-19)로 이전처럼 학교에 가기 어려워지자 그림을 그리곤 했다.

1주일에 겨우 한두차례 학교를 가게 되니 온라인 수업을 한다곤 하지만 집에서 생활이 따분할 수 밖에 없었던 탓이다. 즐겨 그리던 인형옷 그리기도 지겨워질때쯤 은수 이모가 어딘가에서 봤다며 공모전을 한다고 알려왔다.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산하의 한복진흥센터에서 ‘한복디자인 프로젝트’ 공모를 한다는데 알려온 날짜가 마감(6월5일) 하루이틀 전이었다.

부랴부랴 심사 조건에 맞게 후드티 형태의 한복 저고리를 포함한 여러 한복 그림을 제출했다. ‘심사하실 때 귀찮으실 수 있는데 죄송합니다’라고 삐뚤빼뚤 글자로 쓴 포스트잇을 붙여서 냈다.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지만 ‘혹시나 한복보다 그림에 대한 평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있었다. 그 즈음 블랙핑크도 현대적인 디자인을 가미한 한복을 입고 신곡을 발표해 뜨거운 반응을 얻는 일도 있어 한복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져갔다.

하지만 '설마 상을 주시진 않겠지' 반포기 상태로 출품 사실조차 거의 잊고 있던 차에 6월 하순에 한복진흥센터에서 뜻밖의 연락이 왔다. 원래는 시상 부문이 없지만 초등학생의 한복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대견해 특별상을 신설해 수상하겠다고 은수에게 알려온 것.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김태훈 원장은 “일상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한복의 쓰임새를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잘 녹여냈다” 고 호평했다.

게다가 한복 명인인 김혜순 한복연구가의 연구실에서 함께 한복의 아름다움을 느껴보고 제작 과정을 공부할 기회도 가지게 됐다. 일주일에 한번씩 4 ~ 5차례 공방을 찾아 함께 한복 옷감도 만져보고 디자인에 대한 가르침도 받았다.


은수와 함께 연구실을 찾은 어머니 김한나씨는 “한복 만드는 과정을 보고 은수가 그림 디자인에 불과했던 것이 옷이 돼 가는 것을 보고 무척 신기해했다”며 “장래 희망이 딱히 없었던 은수가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김혜순 한복 연구가(사진 오른쪽)와 한복 제작 작업을 하는 조은수 어린이

낯선 한복 연구실 분위기가 어색했고 작품활동을 남기기 위한 촬영이 진행되면서 은수도 처음에는 쑥스러워했다. 하지만 김혜순 명인과 센터 직원들의 도움으로 작업은 즐겁게 마칠 수 있었다.

김태훈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은 “자라나는 우리 세대들에게 문화 콘텐츠로써의 한복에 대한 역할과 가치가 새롭게 인식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고 설명했다.

두달여 특별했던 작업이 끝났다. 은수는 “꿈 같은 소중한 경험이었다”며 “머릿속 생각이 그림으로 바뀌었다 아름다운 한복이 되는 과정은 신기하고 즐거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한복진흥센터는 2020 한복디자인프로젝트 공모전에 대한 시상을 다음주에 진행할 예정이다. 아직은 아마추어인 어린이 디자이너 은수 외에도 10명의 프로디자이너들이 공모전 결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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