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렬의 Echo]신격호의 도전, 머스크의 꿈

머니투데이 송정렬 산업2부장 | 2020.08.11 06:00
#“우린 해냈어!”(we’ve done it) ‘괴짜 천재’ ‘현실판 아이언맨’으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모터스·스페이스X CEO(최고경영자)가 좋아하는 말이다. ‘우주여행을 실현하고 화성에 인류를 이주시키겠다’는 원대한 꿈에 한 걸음, 한 걸음씩 다가설 때마다 그는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에 이 말로 응수했다.

머스크가 세계 산업계의 슈퍼스타를 넘어 이젠 명실상부 인류의 미래를 이끌 구원자나 선지자급 반열에 올라선 듯하다. 그가 설립한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우주선 ‘크루 드래건’이 국제우주정거장(ISS) 왕복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민간 우주여행 시대를 열면서다.

도전은 시련을 부르기 마련이다. 머스크도 전기차부터 우주개발까지 종횡무진하며 수많은 시련을 견뎌야 했다. 미국 CBS의 간판 시사프로그램 ‘60분’과의 인터뷰는 이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전설적인 우주인들인) 닐 암스트롱, 진 서난이 상업적 우주여행과 당신의 우주개발 방식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사회자)

카메라에 원샷으로 잡힌 머스크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눈물이 글썽거렸다. “매우 슬펐다. 왜냐하면 그들은…나의 영웅들이다. 그래서 정말 힘들다.” 머스크는 힘겹게 답을 하면서도 애써 눈물을 참아냈다. 어떤 비난과 조롱에도 우주를 향한 자신의 꿈과 도전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 때문이었으리라.

#올해 1월 세상을 떠난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국내 롯데 계열사 지분 등 유산상속이 마무리됐다는 소식이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맨손으로 21세에 일본으로 건너가 1948년 롯데를 설립, 오늘날 30여개국에 20여만명의 임직원이 일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낸 거인은 그렇게 다시 맨손으로 돌아갔다.

1970년대 초 신격호는 일본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조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싶었다. 당초 원한 제철업 진출은 좌절됐지만 그는 과감하게 호텔과 백화점 등 서비스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의 꿈과 도전은 무엇보다 규모 면에서 남달랐다. 먹고살기도 힘들었던 그 시절 서울 한복판에 객실수 1000개의 40층 호텔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남들의 눈에는 무모하고 허황돼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가난에 신음하던 당시 조국의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보던 그에겐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도전이 50년간 계속됐고 그 집념의 결과물들은 그가 떠나간 지금도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 바로 1970년대 서울의 중심을 변화시킨 소공동 롯데타운, 세계 최대 실내 테마파크인 잠실 롯데월드, 오늘날 대한민국의 랜드마크인 123층 롯데월드타워다.


“바위처럼 굳건한 그의 의지에 떠밀려 정부, 서울시와 끈질기게 협상하길 약 30년이 걸렸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건축허가가 났다. 이때까지의 과정을 드라마로 재현한다면 대하드라마 한 편은 족히 될 것이다.”(‘신격호의 도전과 꿈’, 오쿠노 쇼 지음)

#거대 여당이 논란의 임대차3법 처리를 통해 176석의 힘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들의 우려가 크다. 거대 여당의 힘이 규제를 풀기보다는 잔뜩 강화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 기업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여당의 을지로위원회도 슬슬 몸을 풀고 있다.

정치논리가 경제를 앞서고, 시장을 왜곡하는 환경에서 기업가의 꿈은 좌절되고, 기업의 도전은 사라진다. 그런 나라에서 제2의 신격호나 한국의 머스크가 나오길 기대할 순 없다.

다수결의 원칙은 다수의 판단이 소수에 비해 더 합리적일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대화와 타협이 사라지고 그 가정마저 무너지면 다수의 힘은 횡포가 된다. 과연 거대 여당의 막강한 힘은 앞으로 우리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 5년 임기 정권의 성공을 넘어 100년 나라의 명운이 거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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