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탄핵 밑자락" 조국 발언, 검사도 '명예훼손' 소송 가능할까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 2020.08.10 13:59

[theL] 울산시장 선거비리 의혹 수사 비판…검사도 명예훼손 피해자 될 수 있을까

조국 전 법무장관./ 사진=김휘선 기자

조국 전 법무장관이 검찰을 향해 '음모론'을 제기했다. '울산시장 선거비리 의혹 사건 수사는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위한 밑자락'이라는 취지다. 검찰 측에서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만약 검찰 측에서 허위사실 유포를 이유로 조 전 장관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나서면 어떻게 될까? 형사책임을 묻기는 어렵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따져볼 수도 있다는 것이 법조계 의견이다.

조 전 장관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작년 하반기 초입, 검찰 수뇌부는 4·15 총선에서 집권여당의 패배를 예상하면서 검찰조직이 나아갈 총 노선을 재설정했던 것으로 안다"며 "문재인 대통령 성함을 15회 적어 놓은 울산 사건 공소장도 그 산물"이라는 글을 썼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은 "집권여당의 총선 패배 후 대통령 탄핵을 위한 밑자락을 깐 것"이라며 "이상의 점에서 작년 말 국회를 통과한 검찰개혁법안은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적었다.

검찰 측에서 조 전 장관의 발언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면 울산시장 선거비리 의혹 사건 관련 부분이 문제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모로 봐도 검찰이 문 대통령 탄핵을 위해 정치공작을 했다는 것 외에 다른 뜻으로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은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사실무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조 전 장관에게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까? "정부와 국가기관은 형사 상 명예훼손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기 때문에 적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민사 책임은 어떨까? 과거 일부 검사들이 명예훼손 피해를 주장하면서 제기한 손해배상 판례들을 통해 가능성을 검토해볼 수 있다.

1999년 검사 4명이 '대전 법조비리' 사건 보도를 내보낸 MBC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일이 있었다. MBC는 고(故) 이종기 변호사의 수임장부를 입수해 한 달 동안 9시 뉴스에서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이 변호사가 뒷돈을 건네 법원·검찰·경찰 직원 100여명을 관리하고, 실제로 사건을 소개해준 이들에게 소개비를 줬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MBC 보도 중에는 대전 지역 현직 검사들이 연루됐다는 내용도 있었다. 검사들도 이 변호사에게 돈을 받고 사건을 물어다 줬을 뿐만 아니라, 이 변호사가 바라는 대로 사건을 부당 처리해줬다는 취지였다. 이에 당시 대전 지역에서 근무하던 검사 4명이 사실이 아닌 보도로 피해를 봤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첫째 쟁점은 명예훼손 피해를 당했다는 검사들의 주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MBC 보도에 '대전 지역 검사'라는 표현이 쓰이긴 했지만 검사 4명의 이름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검사들의 주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대전 지역 검사들'이라는 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그 구성원 개개인에 대해 방송하는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구성원의 수가 적고, 한 달 여에 걸친 집중적인 관련 방송 보도 등 당시의 주위 정황 등으로 보아 집단 내 개별구성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논리라면 조 전 장관의 발언 역시 울산시장 선거 사건 수사를 맡은 검사들을 겨냥한 것이므로, 특정 검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둘째 쟁점은 현직 검사들도 부정행위에 가담했다는 보도 내용이 어느 정도의 근거를 갖고 있었는지 여부였다. MBC는 장부 내용을 토대로 취재원과 법조계를 취재해 기사를 작성했지만 이 변호사나 대전 지역 검사들을 취재한 적은 없었다.

이 점에 대해 대법원은 "진실로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며 MBC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제대로 취재,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사를 통해 공개 비판한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다.

반면 검사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일도 있었다. 지금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특별검사를 맡고 있는 허익범 변호사가 부장검사 시절 최병렬 당시 한나라당 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건이었다.

당시 최 전 의원은 "부정선거 조사를 돕던 한나라당 인권위원회 소속 변호사가 느닷없이 기소를 당했다", "서울지검 남부지청의 공안부장검사가 이 변호사를 3년 전 사건과 관련하여 통보도 없이 기소했다"며 기자회견을 통해 편파수사를 주장했다. 이때 언급된 공안부장이 허 특검이었다. 허 특검은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피해를 주장하면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2심은 '정치적 보복기소'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은 명예훼손이 맞다며 허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기자회견의 주 목적은 검찰의 선거사범 처리가 불공정하고 이에 대한 불복을 정치적으로 탄압하고 있다는 의혹을 국민들에게 고발하고자 하는 데에 있었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명예훼손에 해당되는 행위는 맞지만, 공익성이 충분하므로 법적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같은 논리라면 조 전 장관의 발언도 공익성을 이유로 배상 책임을 면할 수 있다. 다만 대전 법조비리 사건 판결과 허 특검 관련 사건 판결 중 어느 쪽을 따를지, 조 전 장관에 대한 책임이 성립할지 여부는 당사자들이 나서 소송을 제기해야 확실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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