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윤성여씨가 "경찰이나 검찰의 권리가 막강했다. 사람 하나 범인 만들어서 죽이는 건 우스웠다. 살고 봐야 되니까 (하지도 않은 일을 자백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윤씨는 10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일요신문U'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시대의 희생양이 됐다. 누가 '1년만 하고 나가면 될 거'라고 그랬다. 1년이란 세월이 20년이 될지 몰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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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감시…저녁 먹는데 같이 가자고 했다"━
윤씨는 과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에서 진범으로 몰렸던 당사자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박모양(당시 13세)이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윤씨는 당시 자신도 모르게 수사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에 7차 사건이 있었나, 동네가 좀 어수선했다. 사람들이 저녁에 나가질 못했다"며 "(농기구·오토바이 등을 수리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경찰이 매일 와서 차를 빌려달라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나중에 보니 경찰들이 우리를 감시한 거다. (근처 건물에서) 24시간 우리를 주시했다고 하더라. 전혀 몰랐다"며 "체모를 뽑아달라 해서 총 7번 정도 뽑아 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형사들이 와서 '잠깐이면 된다'고 같이 가자했다"며 "집을 나와보니 경찰들이 집 주변을 둘러싸고 있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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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려고 하면 뺨 때려…소아마비로 10분도 못 걸어"━
이어진 조사 과정에서는 가혹행위가 일어났고 윤씨는 하지도 않은 범행을 자백할 수밖에 없다. 윤씨는 "형사가 '니 털이 나왔다. 니가 범인이라'며 딱 찍었다"며 "한 형사가 '저 새끼 묶어라. 거꾸로 매달아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3일 동안 잠을 못 잤다. 자려고 하면 뺨을 때렸다"며 "그동안 빵 2~3조각 정도 먹었다. 수갑을 풀러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술서도 사실과 다르게 작성됐다고 밝혔다. 그는 "(진술서에 있는 글씨가) 내 글씨는 맞다"면서도 "누가 불러줬을 거다. 초등학교 3학년을 다니다 말아서 글을 제대로 쓰지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사건 '현장검증' 때 윤씨가 담장을 넘는 모습을 찍기 위해 수사관들이 강압적으로 행동했다고 했다. 윤씨는 "소아마비가 있어 10분도 못 걷는다. 그 집을 가려면 산을 타고 2시간 이상 가야 한다"며 "담을 넘어가지 않았고, (만약) 넘어갔다면 누가 잡아줘야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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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6개월만에 출소…"시간 돌아오면 왜 그랬는지 따지고파"━
그러면서 "당시는 경찰을 신뢰할 수 없었지만, 지금 경찰은 신뢰 많이 한다"며 "억울한 게 솔직히 많다. 시간이 돌아오면 '(그때) 왜 그랬는지' 따지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는 "경찰들이 저한테 사과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한테 사과해야 한다"며 "희생양이 한 두분이 아니다. 개인 문제가 아니라 돌아가신 영령들을 위해 사과하라. 그러면 나도 받아줄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춘재는 2019년 9월, 8차 사건을 포함한 10건의 화성사건과 다른 4건의 살인사건 모두 자신이 저지른 범행이라고 자백했고 윤씨는 같은 해 11월13일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에 대한 4차 공판은 오는 9월7일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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