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잃고 WM 고치는 은행…비이자 수익원 재정비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 2020.08.10 08:31
5대 은행 사모펀드 잔액/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한때 단기 성과를 노리고 사모펀드 판매에 열을 올렸던 시중은행들이 연이은 펀드 사태에 데여 장기 플랜을 새로 짜기 시작했다. 얻을 것보다 잃을 게 많아진 사모펀드 대신 안정적인 비이자부문 수익원을 찾는 일에 분주해졌다. 특정 상품에 비중을 두기보다는 WM(자산관리), IB(투자은행) 부문을 강화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한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사모펀드는 시중은행들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현재 사모펀드를 일절 판매하지 않는다. 신한은행은 사모펀드 판매 비중을 대폭 낮췄다. 하나·우리은행의 경우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로 금융위원회에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기 때문인데 제재와 상관없이 전 은행권이 사실상 '사모펀드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섰다.

대표적인 고수익·고위험 상품인 사모펀드는 한때 은행들이 단기간에 비이자이익을 끌어올리는 손쉬운 수단이었다. 점점 '이자 장사'가 어려워진 은행들은 비이자이익을 극대화하고자 애썼다. 무리한 판매가 이어져 결국 사고가 터졌고 DLF·라임·옵티머스 사태를 잇따라 겪으며 사모펀드 시장이 쪼그라들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사모펀드 잔액은 지난해 6월 말 22조8131억원에서 지난 6월 말 16조4133억원으로 1년 만에 28% 줄었다.

은행들이 사모펀드에서 손을 뗀 건 고수익은 보장 못하는 반면 '고위험'만 남아서다. 연달아 터진 펀드 사태에 불안감이 커져 고객 수요도 뚝 끊겼다. 사모펀드 판매를 중단한 A은행 관계자는 "판매를 재개해도 원하는 고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판매 수수료는 1%에 못 미치는 등 수익성도 별로다. 더욱이 금융당국이 갈수록 판매사 책임을 강화하면서 '운용사에 맞은 자리 당국에 또 맞느니 안 파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퍼졌다. 금융감독원은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와 관련, 판매사에 100% 배상을 권고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최근 판매사에 펀드운용 점검 등 감시 기능을 강화하라고 주문하면서 행정지도안을 마련했다.


KB국민은행 순수수료이익 구성/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은행들은 사모펀드 대신 공모펀드에 방점을 두거나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파는 보험) 등 다른 수수료 수익원을 키우는 식으로 비이자이익을 방어한다. 굵직한 사모펀드 사태를 모두 피한 KB국민은행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 한 PB(프라이빗 뱅커)는 "지난달 펀드 상품을 100% 공모펀드로만 짰다"며 "파는 입장에서도 검증 장치가 많은 공모펀드 위주로 살피게 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수수료이익 구성을 살펴보면 방카슈랑스에서 비롯된 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32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440억원으로 100억원 이상 늘었다.

사모펀드로 단기 성과에 연연했던 과거를 교훈 삼아 좀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WM, IB 부문도 대대적으로 손본다. 코로나 시대에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적지만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차원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WM 역량을 키우고자 자산관리그룹을 신설했다. 우리은행은 투자상품전략단과 글로벌IB심사부를 새로 만들었다. 신한은행은 자산이 많은 기업가 고객을 겨냥, PB와 IB를 결합한 PIB 서비스를 차별점으로 삼고 최근 서울 중구에 PIB센터 2호점을 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총량제 등 제재, 위험부담 때문에 특정 상품에서 비이자이익을 극대화하기엔 한계가 있고 무리수 판매의 결과가 분명히 드러난 만큼 은행마다 고민이 크다"며 "지금 시장상황에서 뭔가를 적극적으로 할 수도 없기에 미래 성장성을 보고 WM, IB 부문을 정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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