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 폭발 분노한 군중들, 마크롱에 "해방시켜 달라"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 2020.08.07 08:22
레바논 베이루트 폭발 관련 시위/사진=AFP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폭발 참사로 분노한 시민들이 6일(현지시간) 거리로 뛰쳐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가난과 절망에 내몰린 가운데 이번 폭발이 대규모 질산암모늄을 방치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루트의 황폐해진 거리에 있는 한 파편에는 "거리의 교수대에 매달아라"라는 글씨가 새겨졌다. 레바논 정치 지도자 등 폭발사고의 책임자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다.

이 같은 시민들의 분노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폭발 현장을 방문하면서 더 크게 표출됐다. 프랑스는 레바논의 전 식민지 지배국이었으며 역사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분노한 군중들은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레바논 정치 지도자들로부터 해방시켜 달라고 외쳤다. 이번 폭발이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 약 6년간 방치된 약 2750톤의 질산암모늄 때문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분노가 커진 탓이다.

장기간 혼란이 이어졌던 레바논에서는 올 1월 하산 디아브 총리가 이끄는 새 내각이 출범했지만 경제 회복과 개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대를 향해 "레바논 지도자들을 지지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라며 "(레바논에 대한) 원조가 부패한 사람들에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폭발 참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투명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개혁이 이행되지 않으면 레바논은 계속 침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위가 부패한 정치 권력을 해산시키는 촉매제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와즈 게르게스 런던경제대 중동정치학 교수는 "레바논 정치인들의 이해관계가 너무 깊이 자리 잡고 있다"며 "역사적으로 볼 때 이런 국가적 재난이나 파열은 변화의 촉매제가 되지만 레바논에서는 지배 엘리트들이 스스로 변화하는데 매우 회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번 폭발 사고 조사가 끝난 후에도 고위 지도자들이 처벌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관계자들은 이번 참사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해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미 매체 스타트리뷴은 지적했다.
시위에 나온 한 시민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평소처럼 될 것"이라며 "모든 부패 정치인들은 추종자들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방송은 레바논 보건부를 인용해 베이루트 폭발로 인한 사망자가 157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는 5000명가량 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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