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늙어 흙탕물 퍼낼 힘도 없는데…” 철원 이재민 눈물섞인 한숨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20.08.06 10:38

한탄강 범람 마을 수백명 대피, 복구도 생계도 걱정
"접경지역 이렇게 외면받아야 하는지…" 토로도

6일 오전 강원 철원군 김화읍 사무소 공동체관에 폭우로 한탄강이 범람해 생창리 주민들이 대피해 있다. 2020.8.6/뉴스1 © News1 박하림 기자
(철원=뉴스1) 김정호 기자,박하림 기자 = 6일 오전 철원 김화읍사무소 인근의 한 펜션.

여기저기에서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한편에서는 넋을 놓고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지난 5일 화강이 범람하면서 마을이 물에 잠겨 긴급 대피한 김화읍 생창리 주민들이다.

신용림(85) 어르신은 “사는 게 뭔지 이 나이에 들어 이게 무슨 일인지 실감이 안 난다”며 “한순간에 집을 잃었는데 밥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고 억지로 넘겨도 먹은 거 같지 않다”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어 “어젯밤 눈을 붙이려고 누웠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냐는 생각이 들어 한숨도 잠을 못 잤다”고 전했다.

눈물을 훔치는 이재민들도 눈에 띄었다.

박금화씨(59?여)는 “처음엔 이제는 끝이다 싶고, 절망적이고, 설움이 복받치고 뭐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들어 눈물밖에 흐르지 않았다”면서 “울고 또 울다보니 생창리가, 접경지역이 이렇게 될 때까지 외면받아야 하는지 나라가 원망스러워졌다”고 말했다.

또 “생창리 사람들도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발 뻗고 잘 수 있게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어르신도 “마을 사람 거의 노인네들이고 그중에는 지팡이가 없으면 혼자서 걷지 못하는 노인네들도 많다.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고 거들었다.

1일부터 엿새간 700㎜에 육박하는 폭우가 쏟아진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에서 대피한 한 어르신이 6일 오전 대피소인 오덕초등학교 체육관 내 재난구호쉘터 안에 앉아 있다. 2020.8.6/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한탄강이 넘쳐 마을이 통째로 잠긴 동송읍 이길리 주민들이 몸을 피해 있는 오덕초교 체육관 곳곳에서도 긴 한숨이 이어졌다.

집뿐만 아니라 논과 밭도 물에 잠겨 생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박명순 할머니(81)는 “한 달에 손에 쥐는 거라고 해봤자 기초노령연금하고 농사 조금 짓는 게 전부인데 논이 저렇게 됐으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더 이상 아낄 여유도 없는데 병원비를 줄이건 약값을 줄이건 뭔 수를 내야 하지 않겠냐”고 전했다.

특히 “젊었을 때야 (수해로 집에 들이찬)흙탕물을 퍼내는 게 일이 아니었지만 여든이 넘어 무슨 힘으로 복구를 하냐”며 “평소에도 허리가 아파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고 걱정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스트 클릭

  1. 1 의정부 하수관서 발견된 '알몸 시신'…응급실서 실종된 남성이었다
  2. 2 "건드리면 고소"…잡동사니로 주차 자리맡은 얌체 입주민
  3. 3 "나이키·아디다스 말고…" 펀러닝족 늘자 매출 대박 난 브랜드
  4. 4 [단독]음주운전 걸린 평검사, 2주 뒤 또 적발…총장 "금주령" 칼 뺐다
  5. 5 "갑자기 분담금 9억 내라고?"…부산도 재개발 역대급 공사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