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에서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한편에서는 넋을 놓고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지난 5일 화강이 범람하면서 마을이 물에 잠겨 긴급 대피한 김화읍 생창리 주민들이다.
신용림(85) 어르신은 “사는 게 뭔지 이 나이에 들어 이게 무슨 일인지 실감이 안 난다”며 “한순간에 집을 잃었는데 밥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고 억지로 넘겨도 먹은 거 같지 않다”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어 “어젯밤 눈을 붙이려고 누웠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냐는 생각이 들어 한숨도 잠을 못 잤다”고 전했다.
눈물을 훔치는 이재민들도 눈에 띄었다.
박금화씨(59?여)는 “처음엔 이제는 끝이다 싶고, 절망적이고, 설움이 복받치고 뭐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들어 눈물밖에 흐르지 않았다”면서 “울고 또 울다보니 생창리가, 접경지역이 이렇게 될 때까지 외면받아야 하는지 나라가 원망스러워졌다”고 말했다.
또 “생창리 사람들도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발 뻗고 잘 수 있게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어르신도 “마을 사람 거의 노인네들이고 그중에는 지팡이가 없으면 혼자서 걷지 못하는 노인네들도 많다.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고 거들었다.
한탄강이 넘쳐 마을이 통째로 잠긴 동송읍 이길리 주민들이 몸을 피해 있는 오덕초교 체육관 곳곳에서도 긴 한숨이 이어졌다.
집뿐만 아니라 논과 밭도 물에 잠겨 생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박명순 할머니(81)는 “한 달에 손에 쥐는 거라고 해봤자 기초노령연금하고 농사 조금 짓는 게 전부인데 논이 저렇게 됐으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더 이상 아낄 여유도 없는데 병원비를 줄이건 약값을 줄이건 뭔 수를 내야 하지 않겠냐”고 전했다.
특히 “젊었을 때야 (수해로 집에 들이찬)흙탕물을 퍼내는 게 일이 아니었지만 여든이 넘어 무슨 힘으로 복구를 하냐”며 “평소에도 허리가 아파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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