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유재석의 건강과 행복을 구하소서!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 2020.08.06 10:36
사진제공=MBC

‘담배를 끊은 사람과는 상종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담배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사람은 굉장히 의지가 강한 독한(?) 사람이라는 의미다. 그만큼 금연이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왜 갑자기 담배 이야기냐고? 그럼 본론으로 가자. ‘국민 MC’라 불리는 유재석은 담배를 필까? 술도 마시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그가 그나마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담배라고 생각하기 쉽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정답은 ‘끊었다’다.

그렇다면 그가 담배를 끊은 이유는 무엇일까? ‘방송을 위해서’다. 지난 2012년, MBC ‘무한도전’ 300회 쉼표특집에서 그는 "갈수록 체력적으로도 힘들다. 대비하지 않고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추격전 때 숨이 차고 버겁다. 아슬아슬하게 잡아야 하니까 내가 담배가 좋아도 끊어야지. 이유는 단순하다"고 말했다. 뼛 속까지 방송인인 셈이다.
 
그러면서 유재석은 또 하나의 명언을 남겼다.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으면 두 개를 가질 수 없다." 그래서일까? 가끔 그의 활약상을 보면 ‘방송’ 하나 외는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 같다. 유재석이 왜 10년 넘게 ‘1인자’인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싹쓰리’, 그가 시작이었다

유재석은 이효리, 비와 의기투합한 혼성 그룹 싹쓰리로 그야말로 가요계를 싹쓸이했다. 그들이 발표한 ‘다시 여름 바닷가’는 각종 음원 차트를 석권했고, 솔로곡인 ‘두리쥬와’ 역시 톱10을 유지하고 있다.

싹쓰리의 성공을 두고 ‘이효리 효과’를 진단하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싹쓰리 직전 ‘1일1깡’ 열풍으로 완벽하게 부활한 비를 향한 관심 또한 대단했다. 그 사이에서 유재석에 대한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듯했다.

하지만 옛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 했다.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것이라도 다듬고 정리하여 쓸모 있게 만들어 놓아야 값어치가 있다’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표현이다. 여기서 이효리와 비가 반짝반짝 빛나는 구슬이었다면, 유재석은 이 구슬들을 꿰서 보배로 만드는 역할을 했다.

엄밀히 따져보자. 이효리의 상품가치가 높다는 건 대한민국에서 방송을 업(業)으로 삼는 이들 뿐만 아니라 대중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이효리라는 거물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유재석은 그 중 한 명이다. 지난 2009년 SBS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 그 해 연말 연예대상도 공동수상한 유재석과 이효리는 ‘의남매’라 불릴 정도로 돈독하다. 유재석이 아니었다면 이효리가 이토록 싹쓰리에 ‘올 인’했을까?

‘1일1깡’도 매한가지다. 유재석이 이끄는 ‘놀면 뭐하니?’에서 다루기 전, ‘1일1깡’은 주로 온라인 상에서 회자되는 ‘밈’(meme)에 불과했다. 하지만 유재석이 시무20조를 직접 언급하고 매만지는 과정에서 비와 ‘1일1깡’은 범 대중적 콘텐츠로 거듭났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결국, 싹쓰리의 설계자는 김태호 PD와 오랜 팀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유재석이었다. 하지만 유재석은 결코 앞서가지 않는다. ‘음악’이 소재인 이 판에서 가수인 두 후배를 위해 기꺼이 중심에 서는 걸 양보한다. 유독 센터 욕심이 많은 막내 비와 모두를 눈치 보게 만드는 이효리 곁에서 제 몫을 다하기 위해 항시 스스로를 가다듬는다. 그게 유재석의 진가다.

#싹쓰리 이전에 ‘유산슬’이 있었다

싹쓰리가 등장하기 전, 가요계의 트렌드는 트로트였다. 전국 시청률 35.7%를 기록한 종합편성채널 TV조선 ‘미스터트롯’은 임영웅·영탁·이찬원·김호중·정동원 등 걸출한 신성을 탄생시켰다. 지난해 18%대 시청률로 막을 내리며 트로트 열풍의 물꼬를 튼 ‘미스트롯’의 송가인·홍자가 깔아놓은 발판을 정확히 밟고 튀어오른 셈이다.

사진제공=MBC



그 중간에도 유재석이 있었다. 지금은 싹쓰리의 멤버 유두래곤으로 불리지만,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그의 이름은 ‘유산슬’이었다. ‘안동 역에서’로 유명한 트로트 가수 진성이 중국집에서 붙여준 이 이름은 유재석의 ‘제2의 자아’가 됐다. 유산슬의 인기는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에 아주 탄탄한 다리를 놓는 역할을 톡톡히 했고, 유산슬을 통해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에 ‘미스터트롯’이 옥탄가가 매우 높은 기름을 부은 격이다.

유재석의 화제성은 트로트 열풍에서 그치지 않는다. 방송가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은 ‘부캐’(副 캐릭터) 유행 역시 유산슬이 불을 댕겼다고 할 수 있다. 이후 김신영의 김다비, 박나래의 조지나 등 다양한 부캐릭터가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유재석은 지금도 유두래곤에 이어 새로운 부캐릭터로 무한 확장 중이다. 현재로서는 이효리가 엄정화, 제시, 마마무 화사 등 ‘센 언니’ 등과 뭉친 프로젝트 걸그룹 '환불원정대'의 매니저가 그의 다음 캐릭터로 유력하다. 이들의 뒷바라지를 하려면, 그의 표현대로 "많이 아플 것" 같다.

#유산슬 이전에 ‘무도 가요제’가 있었다

찬찬히 되짚어보면, 유재석은 음악과 참 인연이 많았다. 그가 이끌었던 ‘무한도전’의 가요제는 실패를 몰랐다. 그 시작은 2007년 ‘강변북로 가요제’였다. 이후 2년 주기로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2009),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2011), ‘자유로 가요제’(2013), ‘영동고속도로 가요제’(2015) 등이 열렸다. 유재석은 타이거JK와 윤미래, 이적, 유희열, 박진영 등과 호흡을 맞추며 열정을 불살랐다. 이 중 그가 작사에도 참여한 이적과의 ‘말하는 대로’는 지금도 회자되는 명곡으로 손꼽힌다.

‘무도 가요제’의 또 다른 한 축은 2014년부터 시작된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다. 여기에는 터보, 지누션, SES, 이정현, 소찬휘 등 1990년대 가요계의 황금기를 빛낸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총출동해 처음으로 ‘90년대 가요 열풍’을 일궜다. 2년 후 2016년 4월 방송된 ‘토토가2’에서는 시즌1에 참여하지 못했던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의 재결성 과정을 보여줬다. 그리고 다시 2년이 지난 2018년, 드디어 90년대 가요계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원조 아이돌 그룹 HOT를 다시 모으는 ‘토토가3’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사진제공=MBC

당연히 그 결과는 모두 대성공이었고, 이런 역사적 순간의 한가운데에는 유재석이 있었다. 흩어져있는 구슬들을 모두 한데 모으는 역할은 항상 그의 몫이었다.

지난해 ‘놀면 뭐하니?’의 첫 삽을 뜨며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태호 PD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유재석 씨를 택한 게 아니라 유재석 씨가 절 택했다. (‘무한도전’ 녹화가 있던) 목요일마다 자주 만나서 ‘예능 새로운 거 없을까’를 큰 그림들을 얘기하게 됐다. 유재석 씨는 제가 아는 예능인 중에서 프로그램에 대해 가장 많은 시간을 모니터하는 분이다. 박명수의 새벽 홈쇼핑을 볼 정도다. 유재석 씨와 ‘새로운 것 해보자’고 이야기했다. 예전에 했는데 재미없던 것을 해보고 싶던 터라, 새로워서 생경한 것도 있지만, 반대로 지금은 안 하지만 익숙한 것도 있을 수 있다. ‘어떤 시선으로 담느냐’로 접근한 거 같다."

이런 고민 끝에 나온 기획이 유산슬의 트로트와 싹쓰리의 1990년대 혼성 그룹이다.

#방송인 유재석 이전에 ‘가장 유재석’이 있다

지난해 12월 유재석, 엄밀히 말해 트로트 가수 유산슬의 ‘유산슬 1집 굿바이 콘서트 기자회견’이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열렸다. 취재진이 모여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전달받지 못한 유재석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여기서 유재석은 이런 말을 했다. "제가 적지 않은 나이다. 내년이면 49이다. 하는 일도 재밌고 즐겁지만 때론 집에 있는 가족들도 생각을 한다. 둘째가 돌이 지난 지 얼마 안됐다. 첫째는 초등학생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여행을 못 갔다. 늘상 이런 이유로 못 갔다. 가족 구성원의 한명으로서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내가 꼭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고 빠르게 올해 6월까지는 휴가를 꼭 가려 한다."

하지만 지금은 8월이다. 올해 초에는 설상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행을 갈 수 없었다. 게다가 유산슬에 이어 싹쓰리 열풍이 불며 유재석은 도무지 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외치고 싶다. 대한민국 국민은 가장 유재석에게 가족 여행과 휴식을 허하라!

윤준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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