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형사, 이젠 속 뻥 뚫어줄 사이다가 필요해!

조성경(칼럼니스트) ize 기자 | 2020.08.05 10:48

정의 실현할 손현주 장승조 활약에 기대감 UP

사진제공=JTBC

‘모범형사’. 우리가 기대하는 모범형사(혹은 모범적인 공권력)가 존재하기 어려운 현실을 꼬집는 반어법인 줄만 알았다.

반환점을 돌아 이제 후반으로 치닫기 시작한 JTBC 월화극 ‘모범형사’(극본 최진원, 연출 조남국)는 제목부터 여러 생각이 들게 한다. 특히 첫 회부터 8회까지 경찰과 검찰이 사건을 은폐하고 무고한 시민을 사형수로 만들어 끝끝내 사형을 집행한 일련의 스토리를 지켜보고 나서는 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여대생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사형수가 된 이대철(조재윤)을 직접 체포했던 강도창(손현주)은 이대철의 억울한 상황을 뒤늦게 알아채고 사형집행 직전 재심까지 진행하며 이대철의 무죄를 입증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진실은 덮어버리려는 경찰과 검찰의 훼방으로 재심의 노력은 무위에 그치고 결국 사형이 집행되고 말았다. 이대철의 무죄방면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배신감이 들고 망연자실했다. 사형집행으로 끝이 난 8회 직후 헛헛한 마음을 토로하는 댓글이 쇄도했던 이유다.

게다가 뉴스에서 몇 차례 언급되며 알려졌듯 우리나라는 여전히 사형제도가 존재하지만,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지는 20년이 넘었다. 제작진이 그 정도도 알아보지 않고 드라마를 제작하진 않았을 텐데, 그럼에도 보란 듯이 이대철의 사형을 집행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찢은 의도는 ‘모범적’이길 기대하는 공권력의 야비한 실상을 보여주려 한 게 아니었을까.

강도창을 비롯해 여러 등장인물들이 돌아가며 경찰이라는 직업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사들도 그런 생각을 굳히게 했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강도창이 문상범 서장(손종학) 눈 밖에 나자 그가 속한 인천 서부 경찰서 강력2팀까지 밉보이게 되고, 이에 막내(김명준)가 반발하는데 팀장(조희봉)이 매우 현실적인 깨우침을 전하는 대사로 시청자들도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사진제공=JTBC

4회에서 우봉식 팀장은 자신도 “처음에 경찰이라는 데가 정의의 용사들이 떼거지로 있는 데인 줄 알았는데 사람 사는데 다 똑같더라. 비열한 놈도 있고, 지 출세하려고 남 이용해먹는 놈도 있고, 무조건 지 잇속만 챙기는 놈도 있고, 강도창이처럼 미련한 놈도 있고”라면서 “경찰이라고 너무 큰 잣대를 들이대지 마라”라고 한 것.

강도창의 동생 은희(백은혜)는 아들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만든 전 남편 좀 잡아가달라며 “없는 죄도 만들어서 잡아가는 게 경찰이잖냐”고 말하는가 하면, 건달 출신과 만나는 것을 만류하는 도창에게 “진짜 시궁창에 빠져있는게 누군데”라고 말해 형사인 오빠의 폐부를 찔렀다.

강도창 스스로도 모범이라는 수식어를 달기 얼마나 어려운 현실인지 몇 차례나 보여줬다. 승진을 위해 의문이 남는 사건에 대해 눈 감으려 했고, 형사 타이틀을 고수하기 위해 보고 들은 것도 못 본 척 못 들은 척하겠다며 자신을 감찰하는 윤상미 경위(신동미)에게 다짐하기도 했다. 아무리 진실을 좇으려 해도 형사가 생계를 위한 직업일 수밖에 없는 강도창의 인간적인 고뇌가 안쓰럽기 그지없다.

이렇듯 ‘모범형사’는 힘겹게 모범적인 형사에 다가가는 강도창과 그의 파트너 오지혁(장승조)의 공조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 반대의 삶을 사는 공권력이 지배하는 현실을 부각하고 있다. 하지만 적나라한 현실 비판인지는 몰라도 이대철의 사형 집행 장면까지 보고서 학을 뗀 시청자들은 “이럴 거면 차라리 다큐를 만들라”고 할 정도로 드라마에서마저 비정한 현실을 마주하는 상황을 가슴 아파했다.

이에 ‘모범형사’의 극본을 쓰는 최진원 작가는 최근 “한번 뒤틀린 진실은 다시 복구하기가 힘들다는 지금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이대철 죽음의 의미를 직접 밝히는 한편, “사회를 지배하는 권력기관들의 집단이기주의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사회의 이면을 리얼하게 그리고 싶었다”는 드라마의 기획의도를 전하기도 했다.

작가의 말대로 드라마는 주로 경찰을 다루지만, 그 뒤에서 음모를 지휘하는 검찰과 언론 등 다른 권력기관의 비리도 슬금슬금 들추는 중이다. 아직 제대로 드러난 건 없지만, 앞서 이대철 사형집행 전 검사가 경찰서장과의 통화에서 “잘못되면 서장님이나 저나 공무원 생활 쫑입니다”라고 한 대사만으로도 기가 찰 노릇이었다. 공익을 위해 일할 줄 알았던, 그래서 공권력이라 불리는 권력조직이 조직과 구성원의 안위만 걱정하며 공무원 생활에 연명하려 한다는 사실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제공=JTBC

여기에 진서경 기자(이엘리야)를 돕는 듯했던 정한일보 유정석 부장(지승현)이 지난 3일 9회분에서 음모의 판을 짠 배후 인물로 드러나면서 드디어 사건의 핵심으로 다가가는 분위기다. 냉철하고 균형 잡힌 기자인 척하면서 무슨 이유로 그러한 악행을 저지르게 된 것인지, 여대생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드러난 인천 거부 오종태(오정세)와는 왜 손을 잡게 된 것인지 그 이유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 밖에도 장진수 형사와 오지혁의 아버지를 죽인 진범은 각각 누구인지, 밝혀져야 할 비밀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이에 드라마를 향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며 시청률도 탄력을 받아 드디어 6%를 돌파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4일 방송된 10회는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 시청률 6.372%를 기록했다.
9~10회에는 특별한 사건은 없었지만, 시청률 그래프가 그전보다 가파르진 이유가 또 있다. 강도창과 오지혁, 그리고 강력2팀 형사들은 물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태도를 바꾼 서장까지. 이대철 사건을 둘러싼 검은 배후들을 끝까지 쫓으려는 형사들의 활약이 즐거운 카타르시스를 일으키며 드라마 상승세에 한몫한 것이다. 이대철의 죽음 이후 거대한 현실의 벽 앞에서 무력감에 빠져 있던 주인공들이 심기일전해서 다시 한번 진실의 문을 열려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덕분에 시청자들도 기운을 얻은 것이다.

‘모범형사’가 이대철의 죽음을 기점으로 2막에 돌입했다. 그동안 역설적인 현실 비판의 제목으로만 느껴지던 ‘모범형사’의 ‘반어법’ 같던 기운이 180도 달라졌다. 강도창과 오지혁이 모범형사로 거듭나고 있고, 그들이 그렇듯 시청자들도 온 마음을 다해 철옹성 같이 공고한 현실의 벽이 뚫리길 간절히 바라게 됐다.

사진제공=JTBC

무엇보다 ‘모범형사’가 다큐가 아닌 판타지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대철의 사형집행으로 비현실적은 해피엔딩보다는 파괴적인 현실 직시를 선택했던 작가가 과연 최후의 결말은 어떻게 그릴지 기대반 걱정반이 되는 마음이기도 하다. 이미 사전제작으로 촬영을 완료한 ‘모범형사’가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엔딩을 선사할지 주목된다.

그렇다면 ‘모범형사’가 드라마로서 판타지를 그려주길 기대하면서 지금 담아내고 있는 현실은 답답해하며 씁쓸해하는 이유는 뭘까. 드라마가 '진짜'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잘 짜여진 각본과 흡입력 있는 연기, 이들을 밀도 있게 잘 담은 연출이 ‘모범형사’를 숨 막히는 현실로 느끼게 하고 있다.

이제는 막힌 속을 뻥 뚫어줄 사이다를 들이켜야 할 때다. 2012년 SBS ‘추적자 The Chaser’에서도 통쾌한 결말을 선사했던 배우 손현주와 연출자 조남국 PD의 조합이라 ‘모범형사’에도 기대를 걸어본다. 그때도 소시민이었던 강력계 형사 백홍석(손현주)이 딸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들추다가 거대 권력의 검은 음모를 파헤치게 되는 이야기였던 게 이번과 꼭 닮은꼴이기도 하다. 손현주가 진실을 밝혀내 ‘모범형사’의 파워를 세상에 알리는 일만 남았다.

조성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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