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 통합당, 여론전 '가능성' 엿봤다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 2020.08.05 06:06

[the300]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더불어민주당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미래통합당이 21대 국회의 첫 무대에서 '완패' 했다. 176석에 달하는 '거여'의 입법 완력을 절감하며 무기력하게 당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대한 부당성을 호소하며 비판 여론을 결집했다. '윤희숙 5분 발언'으로 민심을 자극하며 원내투쟁 가능성도 확인했다.



'무기력' 통합당, 거여의 입법독주에 '속수무책' 당하다


국회는 4일 오후 본회의에서 법안 18건을 가결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부동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등 14건의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본회의 표결 당시 퇴장한 것과 달리, 이날 본회의에선 자리를 지켰다. '재석' 버튼을 누르지 않는 방식으로 표결에 불참했다.

7월 임시국회에서 통합당은 무기력 그 자체였다. 기재위·국토위·행안위·운영위·법사위에서 이뤄진 민주당의 일방적인 법안 상정과 심사, 처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통합당은 국회 관례와 법적 근거를 내세워 소위원회 구성 및 심사를 요구했으나, 모든 상임위원장을 차지한 민주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통합당 의원들은 해당 상임위를 보이콧하고, 기자회견과 성명 발표를 통해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규탄하는 데 그쳤다. 모든 상임위와 본회의 과반을 차지한 거여의 위력을 절감했다.

장외 투쟁도 검토했지만, "구태 정치를 되풀이한다"는 역풍을 우려, 금세 접었다.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휴가철이라는 시기적 문제와 장외에서 연대할 세력이 보이지 않는 현실적 문제가 겹쳤다. 상당한 비용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점 역시 고려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위해 단상을 오르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발언 마친 후 자리 향하는 주호영 원내대표. /사진=뉴스1.


여론전에선 일부 성과… 윤희숙 '5분 발언' 화제 이끌다


입법독주 앞에 무력했으나, 여론전에선 일부분 성과를 거뒀다. 부동산 정책 실패와 행정수도 이전 등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당정에 비판적인 여론을 키웠다. 이를 계기로 당내 결집을 다진 것 역시 긍정적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통합당이 서울지역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을 앞섰다. 민주당의 연이은 실책과 통합당의 대대적인 공세가 반영된 결과다. 통합당 입장에선 현 정권에 등을 돌린 민심을 확인한 만큼, 대여 투쟁 강화에 나설 수 있는 원동력을 확보했다.

윤희숙 통합당 의원의 5분 자유발언은 여론전 성과를 견인한 결정적 장면이다. 윤 의원은 지난달 30일 본회의 "저는 임차인이다"라는 말을 시작으로, 당정의 부동산 대책 입법을 조목조목 지적해 화제가 됐다. 자신의 처지와 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분석한 호소력 짙은 발언으로 '사이다 연설', '레전드 연설' 등 평가를 받았다.

윤 의원은 '독재', '공산주의', '좌파' 등 날선 표현 없이 큰 반향을 불러왔다. 거여야소(巨與野小) 국면에서 투쟁 전략을 고심하던 통합당 지도부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합리적이고 논리성을 갖춘 '말'로 승부하는 것이다.

이날 통합당 의원들은 본회의에서 반대토론과 자유발언을 통해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법안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운영위 유상범 의원 △기재위 추경호·류성걸 의원 △행안위 박수영 의원 △국토위 김희국·송석준 의원이 반대토론자로 나섰고, 전주혜·김선교·한무경 의원이 자유발언 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의원총회에서 "아무리 우리 주장이 옳고 국민들에게 도움이 돼도 힘으로 밀어붙이는 저들 앞에서 모멸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국민들은 현명하고 누가 더 국민을 사랑하고 어떤 정책이 도움되는지 아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실력을 갖추고 간곡하게 말씀드리면 숫자를 적더라도 국민들이 지켜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입법독주 행태 조목조목 비판한 통합당 의원들


유상범 미래통합당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반대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유상범 미래통합당 의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입법에 대해 "살아있는 권력에 도전하는 자들은 공수처를 이용해 가차없이 잘라버리겠다는 선전포고"라고 규탄했다.

유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의 공수처 법안 반대토론에서 "여권에선 공수처가 발족하면 제1호 수사대상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공공연하게 언급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법치국가는 입법, 행정, 사법의 3권 분립을 원칙으로 국가운영의 기본으로 한다"며 "그러나 공수처는 그 어디에도 소속하지 않은 기관으로 3권분립 원칙의 침해한다"고 밝혔다.

법적 문제도 지적했다. 윤 의원은 "공수처 검사에게 영장 청구권을 인정한다면 헌법과 형사소송법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수사 대상자 신분에 따라 행사하는 권한이 달라지는 수사기관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전주혜 미래통합당 의원이 정부여당의 '임대차 3법' 입법에 "'3분 즉석 요리' 하듯이 법안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임대차 3법, 부동산 세법 관련해 국회가 최선을 다했냐"라며 "국민들에게 정성을 다해 법안을 만들었다고 자신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해당 상임위, 법사위 심사를 패싱했고 어느 한 과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시장에 큰 혼란을 주는 조항이 검토되지 못한 채 법사위를 통과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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