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거인 한미약품그룹 임성기 회장(80·사진)이 2일 새벽 숙환으로 타계했다. 임 회장은 업계 신약 개발을 주도하면서 한미약품을 국내 10대 제약사로 성장시킨 것은 물론 국내 제약산업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 올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임 회장은 1967년 서울 동대문에서 ‘임성기약국’을 시작으로 1973년 한미약품을 창업했다. '한국형 R&D(연구·개발) 전략을 통한 제약강국 건설'이라는 목표로 48년간 한미약품을 국내 최고의 신약 개발사로 키워내는 데 전념했다.
회사 설립 초기에는 특허 기간이 만료된 의약품을 복제한 '제네릭(복제약)'을 판매하면서 성장했다. 국내 업계에서 처음으로 개량신약 '아모디핀'과 '아모잘탄'을 내놓으면서 자리를 잡아갔다.
임 회장은 '글로벌 신약 개발사' 도약을 일생의 목표로 세웠다. "신약 개발은 내 목숨과도 같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매년 한미약품의 매출 중 20% 가까이를 신약 개발을 위한 R&D 비용으로 투자했다.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2097억원으로 전체 매출 1조1136억원의 18.8%를 차지했다.
임 회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는 "한미약품 창립 50주년인 2023년까지 세상이 깜짝 놀랄만한 일들을 해내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앞서 2015년에는 글로벌 제약기업인 일라이릴리,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얀센 등과 총 8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잇따라 맺으면서 국내 신약개발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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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원 규모 글로벌 기술수출 성사…전직원에게 1100억원 주식 증여━
한미약품그룹은 한미사이언스, 제이브이엠 등 상장 계열사 2곳을 포함해 국내 계열사 5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해외 현지법인 5개 등 국내외 10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당뇨, 비만, 항암 등 여러 질환과 관련한 24개 혁신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그룹 경영은 2세들이 물려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은 2010년 한미홀딩스(현재 한미사이언스) 지주사 체제로 변경했다. 장남인 임종윤 씨가 한미사이언스 대표(사장)다. 장녀 임주현 씨는 한미약품 부사장을, 차남 임종훈 씨는 한미헬스케어 대표(부사장)을 각각 맡고 있다.
다만 지분 승계 부분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임 회장은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로 지분 34.26%를 보유하고 있던 반면 세 남매의 보유 지분은 각각 3.60%, 3.55%, 3.14%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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