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인터뷰] 김준수 "뮤지컬 데뷔 10주년, 기적 같은 일…뿌듯하죠"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20.07.31 10:18
김준수/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 뉴스1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김준수의 이름 앞에는 두 가지 수식어가 붙는다. 가수 혹은 뮤지컬 배우. 10년 전까지만 해도 가수라는 말이 더 익숙했지만, 이젠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도 어색하지 않게 됐다.
뮤지컬 배우 김준수가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10년 '모차르트!'로 뮤지컬을 시작한 그는 '천국의 눈물', '엘리자벳', '디셈버', '드라큘라', '도리안 그레이', '데스노트', '엑스칼리버' 등 굵직한 작품들에 출연하며 매번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고,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김준수는 이를 '기적 같은 일'이라 표현했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10여 년 전 구설에 오르며 연예계에 회의감을 느끼던 당시 '모차르트!' 출연 제안을 받았던 그는, 처음엔 요청을 거절했다고. 그러다 대본을 읽으며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한 캐릭터 모차르트에 공감했고, 이를 빌어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에 작품 출연을 결정했다. '모차르트!'를 계기로 뮤지컬에 매료된 그는 '뮤배'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뮤지컬 배우로, 힘들었지만 뿌듯한 10년을 보낸 그는 최근 뮤지컬 '모차르트!' 10주년 기념 공연에 출연 중이다. '모차르트!' 초연으로 데뷔한 그이기에 이번 10주년 공연이 더 의미 있다고. 김준수는 초심으로 돌아가 연기를 하고 있다고 귀띔, 10년 만에 돌아온 김준수 표 모차르트를 더욱 기대하게 했다.

김준수/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 뉴스1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지 10주년이 됐다. 돌아보면 어떤가.

▶10년 전만 해도 오늘의 이 자리까지 오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당시엔 '모차르트!'를 좋은 컨디션으로 끝까지 잘하자는 게 목표였고, 긴장과 도전의 연속이라 하루하루 고비를 넘기는 느낌으로 살았다. 그땐 벅찼는데, 10년이 지난 뒤 돌아보니 힘들었지만 뿌듯한 게 더 많다. 사실 아직도 방송 매체에 나갈 기회가 적은데, 무대에 오를 수 있고, 많은 관객들이 나를 보러 와주는 게 기적 같은 일이라고 느낀다. 그렇다 보니 더 감사하게 되고, 지치지 않고 달리게 된다. 지금까지 매 순간을 잘했다고 얘기할 순 없지만, 항상 최선을 다했다고는 말할 수 있다.

-'모차르트!'와 함께 10주년을 맞은 소회는.

▶10년 전에 '모차르트!'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다. 올해 함께 10주년을 맞아, 같은 장소에서 같은 공연을 하는 것 자체가 기쁘고 영광스럽다. 요즘 상황이 상황인지라 힘들지 않나. 세 시간 동안 마스크를 쓰고 공연보는 게 쉽지는 않은데, 그런 때에도 발걸음을 해주셔서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하루하루 감사할 따름이다.

'모차르트' 김준수 /EMK뮤지컬컴퍼니 © 뉴스1

-'모차르트!' 첫 무대에 오르던 순간을 기억하나.

▶당연하다. 공연 한 시간 전부터 심장이 요동쳐서 어쩔 줄 몰랐던 기억이 난다. 가수로 데뷔했을 때와 맞먹는 떨림이었다. 당시 내가 큰 변화를 겪고 1년 만에, 그것도 가수가 아닌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오르니 만감이 교차하더라. 당시 중압감과 긴장감이 생생하다.

-이후 10년 만에 '모차르트!' 무대에 다시 오르게 됐다. 당시와 어떻게 차별점을 두려고 했나.

▶10년 전에는 뮤지컬의 '뮤'자로 몰랐다. 처음 하는 연기였지만 상황이 맞아떨어져 내 얘기를 한다고 생각하고 임하니, 테크닉은 부족해도 날 것의 연기가 감동을 줬다는 칭찬을 받았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테크닉도 늘었지만, '모차르트!'에는 그런 것들을 버무리고 싶지 않았다. 당시 초심과 그때 느낀 감정을 최대한 살려서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 초연보다 무대를 비롯해 많은 것들이 업그레이드돼, 더 재밌는 작품으로 거듭나지 않았나 한다.

김준수/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 뉴스1

-'드라큘라'를 마치고 텀 없이 바로 '모차르트!'를 시작했다. 캐릭터 전환에 어려움을 느끼진 않았는지.

▶나도 '실수를 하면 어쩌지?' 싶었는데, 다행히 캐릭터 전환 자체는 어렵거나 힘들지 않았다. 무대가 시작되고 음악이 흐르면 그 캐릭터에 녹아드니까. 다만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웃음) '드라큘라'를 하면서 '모차르트!' 연습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더라. '드라큘라' 낮 공연을 하면 '모차르트!' 밤 연습을 하고, 반대로 하는 경우도 있었다. 공연을 안 하는 날이면 보통 쉬는데, 이번에는 연습실에 가고… 그게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

-'모차르트!'가 정말 힘든 작품이라고 하던데.

▶나도 타이틀롤, 주인공의 비중이 큰 작품을 많이 했는데 그중 '모차르트!'가 제일 힘들다. '드라큘라', '엑스칼리버'도 힘든데 '모차르트!'가 1등이다. 처음에는 '모차르트!'가 첫 뮤지컬이니까 내 부족함 때문에 힘들다고 느낀 거라는 생각이었는데, 다시 연습을 하다 보니 또 힘들더라.(웃음) 외울 분량이 어마어마하게 많고, 고음도 많고, 동선도 많고… '모차르트!' 타이틀롤을 연기한 남배우들은 다 이 작품을 가장 힘든 작품으로 꼽을 거다. 오히려 처음에 '모차르트!'로 뮤지컬을 시작해서 다른 작품이 덜 힘들게 느껴진 게 아닌가 한다.

'모차르트' 김준수 /EMK뮤지컬컴퍼니 © 뉴스1

-노력을 쏟은 만큼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어려운 상황을 감내하고 와서 봐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소중하고 귀하다. 아마 모든 배우들이 그걸 느끼고 있을 거다. 그래서 공연 전에 더 각오를 되새기게 된다. 여기 와준 분들이 지불한 공연비가 아깝지 않게 있는 힘껏 에너지를 다 쓰려고 한다.


-김준수에게 '모차르트!'는 어떤 작품인지.

▶나는 뮤지컬 배우로 이끌어준, 발걸음을 뗄 수 있도록 용기를 갖게 해 준 작품이다. 또 당시 주인공 모차르트와 내가 상황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공연을 하면서 위안을 받고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10년을 되돌아보면 가장 감사한 작품이다.

김준수/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 뉴스1

-10여 년 전 홀로서기 한 상황에 대해 위안을 받은 것인가.

▶당시에 1년 정도 TV만 틀면 우리 얘기가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좋은 얘기는 아니니까 마음이 힘들더라. 24살이었으니까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일이기도 했고, 뉴스에 나오는 것 자체가 무서웠다. 그때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느껴졌다. 세상에 외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답답해하고 있던 찰나에 '모차르트!' 출연 제안이 온 거다. 처음엔 거절했다. 상황도 상황이거니와, 관객들 앞에 나서는 게 두렵고, 다른 장르를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압박감도 있었다. 그런데 대표님이 시나리오나 한 번 봐달라고 해서 보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거다. 모차르트와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이 비슷했다. 그래서 뮤지컬을 해서 잘 해내지 못해 욕을 먹더라도, 무대에서 모차르트를 빌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공연을 하면서 많은 위로를 받고 용기가 생겼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다고 했는데, 다시 태어나도 이 직업을 선택할 건가.

▶연예인을 하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후회는 안 한다. 여기까지 오면서 감사한 일도 많아서 후회는 사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연예인은 하고 싶지 않다. 어떤 일을 겪을지 몰랐으니까 여기까지 온 거다. 단 한순간도 긴장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만약 앞으로 겪을 일이 앞에 주어지면 성공이 보장돼도 못할 것 같다.

김준수/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 뉴스1

-김준수 하면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의 대표적 인물 아닌가. 초반에는 어려움도 많이 겪었고. 대표성을 띄는 만큼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겠다.

▶지금과는 달리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일단 캐스팅되면 욕을 먹고 시작했다. 그래도 이해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뮤지컬 시장은 지금의 1/10 정도인데, 아이돌 스타라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주인공에 발탁되니 곱지 않은 시선이 당연했다. 다만 뮤지컬에 빠져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린다면 평가가 달라지지 않을까 했다. 이제는 '뮤지컬돌'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고, 아이돌 친구들도 노력하고, 뮤지컬계에서도 욕먹지 않는 분위기인 듯하다. 뿌듯하고, 다들 응원한다.

-그동안 한 작품들을 살펴보면 초연 혹은 창작 뮤지컬이 많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감사하게도 창작이나 초연 작품 제안이 많이 왔다. 많은 것들을 고려해 작품을 선택했는데, 그게 다 초연인 뮤지컬이었다. 초연의 장점은 내 생각을 캐릭터에 어느 정도 투영할 수 있다는 건데, 여러 작품을 하면서 스스로 많이 발전했다고 느꼈다. 그런 기회는 쉽게 생기는 게 아닌데, 주어진 것에 감사하다. 창작 뮤지컬도 많이 했다. 어떤 분들은 '잘되는 걸 하지, 왜 창작을 하냐'고 한다. 그런데 내가 10년 전에 '모차르트!'를 통해 다시 설 수 없을 것 같았던 무대에도 모르고, 상도 받고 하면서 '대한민국 뮤지컬계에 어느 정도라도 일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창작 뮤지컬은 흥행이 안 되면 너무 많은 손해가 발생하니까 제작자들이 쉽게 만들 수 없다고 들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이 잘 되려면 창작극이 잘 돼서 역으로 수출을 해야 파이가 커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때 나름 내가 티켓파워가 있었으니까(웃음) 그런 부분이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창작극을 하게 됐다. 그래서 1~2년에 한 번은 창작 뮤지컬을 하려고 한다. 군 시절을 제외하면 잘 지키고 있다.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다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마음이다.

김준수/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 뉴스1

-뮤지컬 배우를 하다 보면 제작이나 연출에 관심 갖는 사람도 더러 있지 않나. 본인은 어떤가.

▶'감히 내가 할 수 있을까' 싶긴 한데, 언젠가는 제작 혹은 연출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연습하면서도 내 생각을 투영하긴 하지만, 메인과 개인의 깊이는 다르지 않나. 나이가 먹고 경험이 쌓이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뮤지컬 배우가 아닌 가수 김준수를 기다리는 이들도 있는데, 활동 계획이 있는지.

▶조심스럽긴 하지만, 올해 안에는 신곡을 내고 싶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

-김준수에게 뮤지컬이란.

▶'모차르트!' 첫공 때 무대에 올랐는데, 콘서트에서 박수를 받는 것과는 또 다른 짜릿함을 느꼈다. 모든 관객들이 일어서서 박수 치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만감이 교차했다. 그때 뮤지컬이라는 걸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던 듯하다. 진부하지만 내겐 '한 줄기 빛' 같다. 제2의 인생을 살게 해 준, 꿈을 펼치게 해 준 소중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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