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움켜쥐고…" 3년전 뉴질랜드 韓외교관 성추행의 전말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 2020.08.01 05:01
/사진='뉴스허브' 방송 캡처
한국 외교관이 뉴질랜드 근무 당시 현지 직원을 성추행한 사건과 관련해 뉴질랜드 정부가 한국 정부에 "실망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질랜드 매체 스터프 등에 따르면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대변인은 서면 성명을 통해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외교관의 면책특권을 포기하지 않은데 대해 실망했다"고 밝혔다.



엉덩이 움켜쥐고, 벨트 주변 잡는 등 세 차례 성추행 혐의


사건은 지난달 25일 뉴질랜드 현지 언론 뉴스허브를 통해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뉴질랜드 한국대사관 고위직으로 일한 남성 외교관 A씨는 2017년 말 뉴질랜드 국적의 남자 대사관 직원 B씨를 세 차례 성추행한 혐의다.

첫 번째 사건은 A씨 사무실에서 일어났다. A씨는 컴퓨터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B씨를 불러 갑자기 B씨의 왼쪽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대사관 엘리베이터 밖에서 B씨의 사타구니 부위와 벨트 주변을 손으로 잡았다. 또 몇 주 후 B씨 가슴을 움켜잡았다.

A씨는 성추행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 A씨가 대사관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그는 "성추행 의도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B씨가 오해한다는 점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라며 "서로의 기억이 달라서 논의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뉴스허브는 보도했다.

A씨는 B씨의 가슴을 움켜쥐었다는 주장에 대해 "두 손으로 가슴을 툭툭 친 것은 기억한다"며 움켜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B씨의 사타구니를 만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배를 몇 번 두들긴 적은 있다"고 했다. 엉덩이를 움켜쥐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런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체포영장 발부한 뉴질랜드… 한국 정부 '협조 거부'


A씨가 다른 국가로 부임하며 뉴질랜드를 떠난 뒤 B씨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외교부는 2018년 자체 감사 결과 A씨에게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외교부는 성추행으로 보긴 어렵지만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신체 접촉이라는 판단을 내려 경징계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B씨가 이후에도 피해를 호소하자 뉴질랜드 경찰이 지난해 조사를 시작했다. 뉴질랜드 법원은 지난 2월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주뉴질랜드대사관에 현장조사 및 폐쇄회로(CC)TV 영상 제공 등 협조를 요청했지만 정부는 응하지 않았다.

정부가 뉴질랜드 사법당국의 조사 협조를 거부한 것은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근거한다. 이 협약은 외교공관의 불가침성, 외교관에 대한 체포·구금 금지 등 특권을 규정하고 있다.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는 중범죄라도 외교공관 지역에서 벌어졌다는 이유로 현지 사법체계로 처벌하지 않는 사례가 있었다. 사법적 관점에서는 불합리하지만 외교 관례라는 특수성이 인정된 것이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전화 통화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7.28. photo@newsis.com

A씨에 대한 강제수사가 어려운 상황에 공관 조사마저 거부되자 뉴질랜드 측은 한국 정부가 성추행 혐의를 받는 A씨를 비호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A씨의 성추행 의혹 건을 의제로 꺼내기도 했다.

외교관 성 추문으로 국격을 떨어뜨리는 사태가 반복되자 유사 사건에 대한 외교부의 대응 전례를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상 통화 이후 외교부는 사건 발생 당시 사실관계 등을 확인하는 한편, 뉴질랜드 측이 조사 협조를 요청할 경우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외교관을 한국으로 송환해 조사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정확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이 사안이 해결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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