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탁형 주택연금이 주는 안정성과 소득창출

머니투데이 백인걸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 | 2020.08.05 14:23

2017년 고령사회에 들어선 한국은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와 저출산 현상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장기경기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구구조와 경제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노후준비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0대 직장인의 평균 자산가액 6억6000만원 중 72%가 현금화하기 어려운 부동산 등 고정자산에 편중돼 있어 은퇴 이후 생활비 확보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이후 예상되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상품으로 ‘주택연금’이 있다. 2007년 출시한 주택연금은 주택자산을 담보로 매월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면서도 평생 거주권을 보장해 고령층의 노후생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주택연금의 경제적 효용은 높다. 주택연금 가입자는 은퇴 이전 소득의 70%를 추가 소득원으로 확보하면서 연금수령액의 96%를 지출하는 등 높은 소비진작효과를 보여줬다.

주택연금의 경제적 효용에도 기존 근저당권 설정방식에는 불편한 제약이 존재한다. 본인 거주 외 남는 공간을 임대하려 해도 현재는 보증금 없는 월세 형태로만 계약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유휴공간(빈 방)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 또 가입자 사망 후 주택연금의 승계를 위해 공동상속인의 동의가 필요한데 유산상속 분쟁이 발생할 경우 배우자가 연금승계를 받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같은 단점을 줄이기 위해 지난 6월 기존 주택연금 담보취득 방식에 ‘신탁방식’을 추가하는 개정 법안이 발의됐다. 법안에 따르면 거주주택의 유휴공간에 보증금이 있는 임대차계약을 할 수 있어 다가구 주택 보유자의 주택연금 가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유권 이전에 의해 상속분쟁의 여지가 줄어들어 생존 배우자에게 수급권과 거주권이 안정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 본인과 배우자가 모두 사망한 후 담보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해 사회 취약계층에게 안정적인 주거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신탁’이 생소하지만, 영미권과 일본에서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효율적인 유산상속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의 고령층은 신탁을 통해 본인과 배우자 사망 이후에도 상속재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한국과 사정이 비슷한 일본은 민간과 정부 차원에서 신탁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신탁에 대한 조세특별조치법을 통해 자녀의 결혼·육아지원과 증여에 대한 신탁에 대해서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신탁이 가지는 다양한 장점을 주택연금에 결합시키는 것은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는 우리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향후 신탁형 주택연금이 정착된다면 배우자까지도 노년을 걱정 없이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고, 유휴공간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신탁형 주택연금이 정착돼 주택연금 가입자와 배우자의 안정적인 생활은 물론 현 정부가 지향하는 소득주도성장과 공유경제를 통한 경제성장도 이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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